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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8일(현지 시간) 프랑스 총선 결선투표 결과에 대해 “새 국회가 앞으로 몇 달 동안 정책 결정을 복잡하게 하고 프랑스의 경제 및 재정 정책의 세부 사항에 대한 불확실성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프랑스가 대규모 공공적자를 줄이지 못하고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이 급증하거나 성장률이 장기간 우리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 국가 신용등급이 압박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S&P는 5월 말 이미 한 차례 프랑스 장기국채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춘 바 있다. S&P가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낮춘 것은 2013년 이후 11년 만이다. 그런 S&P가 또다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꺼낸 것이다.
멕시코에 이어 프랑스에서 좌파 정당이 제1당을 차지하면서 이들 국가의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좌파 성향 정책들이 재정 부담을 늘리고 경제 활력을 꺼뜨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프랑스 산업협회는 성명을 통해 “이번 총선으로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성장 둔화와 기업 도산 증가, 얼어붙은 투자와 고용, 공공재정 악화 등 우려스러운 상황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당초 프랑스 총선 결선투표에서는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의 승리가 점쳐졌지만 좌파 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이 깜짝 승리했다. NFP는 △최저임금 인상 △연금 수급 연령 인하 △ 부유세 재도입 등을 공약했다. 그동안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취해 온 경제개혁 조치들과 정반대되는 내용들이다.
문제는 프랑스의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프랑스의 재정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5%에 달했다. 올 초 연 2.538%에서 출발한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총선 결선투표 직후인 8일 장중 3.221%까지 올랐다. 재정 부담 확대 가능성에 국채금리가 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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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정부가 집권한 영국과 멕시코 경제에 대해서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보수당을 제치고 14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한 노동당은 총선 과정에서 5년 내 주택 150만 채를 건설하고 국민 보건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소득세·법인세 등에 대한 증세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은 상황이어서 국가채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사벨 스톡턴 영국 싱크탱크 재정연구소(IFS) 수석연구경제학자는 “(노동당 정책이 실현되면) 성장은 실망스러울 것이고 부채 이자는 높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멕시코에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지만 집권에 성공한 좌파 정당이 각종 사회 개혁 정책을 예고하면서 페소화 가치가 급등락하는 등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원장은 “멕시코의 상황을 보면 야당이 전체 의석 수의 3분의 2 가까이를 점유하고 있는 한국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걱정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남의 일만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5월 말 기준 국세수입이 전년 대비 9조 2000억 원 부족한 상황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인당 25만 원의 전국민 민생지원금 카드를 꺼낸 상태다. 특히 법률에 명시된 추가경정예산 편성 요건을 완화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화폐의 타락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이라며 “지원금을 지급하고 보조금을 늘리다 보면 유동성이 늘어나 결국 화폐가치가 하락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무분별한 지출로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국가부채비율이 늘어나면 국가 신용등급도 하락하는 것”이라며 “정말 급한 경우가 아닌 이상 재정지출은 엄격한 잣대로 제한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의 국가부채는 한동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장기요양제도 등 사회복지제도가 성숙하고 고령인구 비율이 늘어나면서 의무지출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 4월 발간한 ‘2024 재정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56.6%인 우리나라 국가부채비율은 2029년께 6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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