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을 이끌고 있는 방산 톱 5사의 올해 2분기 실적이 날아올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해외 수주 성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는 데다 글로벌 지정학적 갈등, 유럽의 국방력 강화 움직임, 미국 대통령 선거 등 복잡한 정세가 맞물리면서 수출 물량이 대폭 증가한 영향이다. 기업들의 2분기 실적 시즌이 본격 개막한 가운데 수출 성과가 뚜렷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 풍산,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 LIG넥스원 등 국내 방산기업 5곳의 2분기 실적 컨센서스를 집계한 결과 매출액은 6조3999억원, 영업이익은 5219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25.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106.6% 증가했다.
실적이 대폭 대선되면서 영업이익이 1년 만에 2~5배 이상 불어난 곳도 대거 등장했다. 증권가가 집계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2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액 2조5547억원, 20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 148.4% 늘었다. 여객 수요 증가로 민항기 엔진물량이 늘었고, 폴란드 K9자주포 수출 성과와 주력 품목인 다연장 로켓 천무의 수출이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항공우주와 방산부문 고르게 성과가 좋았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탄약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풍산도 올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이 회사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2672억원, 12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136%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풍산은 5.56㎜ 소구경 탄약부터 155㎜ 곡사포탄에 이르기까지 군이 사용하는 모든 종류의 탄약을 개발·공급하는 방산 업체다. 업체 측은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2025년 155㎜ 곡사포탄 생산능력을 기존보다 2배 이상 키우는 증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연간 2500억원의 추가 매출이 기대된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한국항공우주도 이라크 기지 재건사업, 도심항공교통(UAM) 부품,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수출 등의 성과로 올 2분기 매출액이 9126억원, 영업이익 553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24.4%, 영업이익은 558.3% 늘어난 수치다.
현대로템 역시 올 2분기 매출액 9826억원, 영업이익 786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매출액은 소폭(-0.43%)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6.7% 증가했다. 폴란드 K1 전차사업과 고속철 수출, 페루 장갑차 수출 등 성과가 반영된 영향이다. 같은 기간 LIG넥스원의 매출액 역시 6860억원, 영업이익 552억원으로 각각 26%, 37% 늘었다.
방위산업의 호실적은 역설적이게도 암울한 대외 정세와 관련이 깊다. 업계는 미국 대선 레이스에서 트럼프가 부상하면서 중동 및 유럽의 국방력 강화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진행 중인 점 등을 고려해 연말까지 방산 기업의 실적이 꾸준히 우상향할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한국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 한도가 18조4000억원에서 25조원으로 늘어난 것도 수출 활로를 넓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국의 보호무역 강화에 기초한 지정학적 갈등, 유럽 및 중동의 전쟁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고, 중국과 인도 역시 자국 경제성장에 기반해 입지를 확장하고자 하는 군비 경쟁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암울한 국제 정세 속에 국내 방산 업체들은 해외 수주 확대와 실적 개선으로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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