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5년만에 대외활동 재개…패쇄탈피, 빅테크와 협력 모색
최악 경영 위기 수습한 김범수, 사법리스크로 위축된 대외활동
국내 플랫폼 시장을 수성해온 네이버와 카카오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글로벌 빅테크 중심으로 재편된 인공지능(AI), 플랫폼 시장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기업의 미래를 책임질 중대한 시점에 양대 플랫폼 수장인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8일 IT업계에 따르면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 투자책임자(GIO)가 5년 만에 대외 활동을 재개했다.
그동안 이 GIO는 공식 석상에 나서기보다는 일본이나 북미·유럽을 오가며 해외 사업을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GIO가 직접 대외 활동에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의미로 보인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애플조차 AI 패권 경쟁에 뒤처지자 폐쇄적인 생태계를 벗어던지고 빅테크와 협력을 모색하는 상황이다.
이 GIO는 빅테크에 대항하기 위해 소버린(주권) AI 구축과 플랫폼 주권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5월 ‘AI 서울 정상회의’에서 소수가 지배하는 AI를 경계하며 안전한 AI를 위해 각 지역의 문화적, 환경적 맥락을 이해하는 다양한 AI 모델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에는 나스닥에 상장하는 네이버웹툰 본사 방문을 위해 미국을 찾은 이 GIO가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만나 소버린 AI 문제를 논의했다.
오픈AI 대항마로 불리는 미스트랄AI 투자도 소버린 AI를 확장하기 위한 이 GIO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소버린 AI에 대한 니즈가 있었던 만큼 미스트랄AI 투자는 소버린 AI 구축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며 “이 창업자가 소버린AI에 관심이 많고 해외 투자를 담당하는 만큼 이번 투자에도 드라이브를 걸었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영 일선에 복귀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은 일 년 가까이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이하자 “회사 이름부터 기업 문화까지 싹 다 바꿀 것”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그는 경영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된 ‘브라더 경영’에 종지부를 찍고 경영진 교체, 문어발식으로 확장한 계열사를 축소하며 고강도 경영 쇄신을 단행했다.
최악의 위기를 수습한 김 위원장은 이후 대외 행보가 눈에 띄게 줄었다. 사법 리스크에 쫓겨 신사업 발굴이나 신규 투자 발굴을 실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카카오는 정신아 호(號)가 3월 출범했지만 아직 AI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 대표는 연내 차별화된 AI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카카오의 생성형 AI ‘코GPT’ 개발을 주도한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각자대표가 사임하며 AI 사업의 추진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여기에 김 위원장은 9일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다. 김 위원장이 검찰에 송치된 후 약 8개월 만이다. 오너 리스크로 경영 차질이 불가피해질 수 있는 만큼 카카오는 총수인 김 위원장의 사법 리스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