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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인의 반걸음 육아 27] 아이와 마트에 가는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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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김혜인] 마트에서 아빠가 아이를 앉힌 카트를 밀고 있고, 엄마는 옆에서 물건을 고른다. 간혹 아이가 간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엄마는 “한 개만이야” 하고 물건을 담는다. 어떤 아이는 휴대폰을 보다가 아빠가 시식 코너에서 건넨 만두 조각을 먹는다.

아이를 키우며 내가 꿈꾸는 일상은 바로 이런 모습이다.

발달이 느리고 예민한 아이는 일상의 많은 활동에서 온몸으로 거부감을 표현한다. 나는 모든 일에 앞서 마음의 준비와 용기가 필요하다.

어느 한산한 평일 오후로 날을 잡았다. 아주 재미있는 일이라는 듯이 상냥하고 조금 들뜬 말투로 아이에게 “마트에 가서 카트를 타고 장을 볼 거야”라고 말했다. 집에서부터 마트에 가는 동안 여러 번 반복해서 알렸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긴장감을 느끼면 안 되기에 심호흡 한번 크게 하지 못하고 비로소 카트 앞에 섰다.

아이는 역시 내가 카트에 태우려고 하자마자 발을 버둥거렸다. 과정이 길면 안 된다. 조심스럽지만 신속하게 아이를 카트에 앉혔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붕붕붕 아주 작은 자동차 꼬마 자동차가 나간다” 노래를 부르며 신나는 체했다. 마트 직원도 아이에게 “카트 타는 거 재미있는데”라고 말했다.

아이 손에 간식을 쥐어 주고 카트를 밀며 진열대 상품들로 관심을 유도했다. 하지만 아이는 계속 울었다. 결국 대충 한 바퀴를 도는 둥 마는 둥 하고 나와서 아이를 내려 주었다. 거부해도 계속 밀어붙이면 다시는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심한 반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익숙해지려면 매일 조금씩 시도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자주 접하게 해야 할 일이 많아도 너무 많다. 하나를 익숙하게 하는 동안에 다른 하나가 다시 낯설게 된다. 잘 받아들이던 일도 어느 날 갑자기 거부한다. 식당가를 지나며 아기 의자에 앉아 밥을 먹는 아이들을 보자니 또 부러움이 밀려왔다. 언젠가부터 의자 거부가 심해진 아이와 저 연습은 또 언제 할 수 있을까. 과연 저런 일상이 내게 허락되기는 하는 걸까.

그렇게 시도하기를 몇 차례, 결국 아이를 데리고 마트에 가는 대신 나는 온라인 주문을 선택했다.

그런데 그 꿈꾸는 일상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다. 주말 오후, 밖에서 아이와 놀다가 저녁 식사 시간이 다 되어가던 참이었다. 남편에게 불쑥 마트에 가자고 제안했다. 아이가 울면 남편이 안고 다니겠지.

손을 잡고 마트 앞까지 잘 걸어온 아이는 역시 카트를 보자마자 뭔가를 예감한 듯이 칭얼대며 버티기 시작했다. 가방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비타민 사탕을 꺼내 손에 주었다. 기분이 나아진 아이를 카트 안에 앉히려고 하자 다시 발을 버둥대며 버틴다.

남편이 아이 입에 사탕을 넣어 주며 말했다. “그럼 그냥 서 있어.” 아이는 의외로 카트 안에 서서 손잡이를 꼭 잡은 채 울음을 그치고 비타민 사탕을 오물거렸다. 앉기는 싫지만 서 있는 건 괜찮은 듯했다. 천천히 카트를 밀기 시작해도 아이는 울지 않고 손잡이를 꼭 잡고 서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주말 저녁의 북적북적한 마트 안을 돌아다녔다.

아이를 데리고 쇼핑을 나온 가족이 많이 보였다. 우리 옆을 지나쳐 간 사람들이 미는 카트에도 형제로 보이는 두 아이가 앉아 있었다. 우리 아이는 우뚝 서 있다. 남편은 카트를 밀고 나는 물건을 골랐다. 뭔가 좀 다르긴 해도 꽤 괜찮은 주말 오후 풍경이었다.

|김혜인. 중견 교사이자 초보 엄마. 느린 아이와 느긋하게 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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