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77.4%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 변화 없어”…11.2%는 “더 나빠져”
서울 교사 10명 중 7명은 ‘서이초 사건’과 유사한 상황을 경험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7월 서울 서이초에서 담임교사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뒤 교육당국은 각종 교권보호 대책을 내놨지만, 교사들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8일 서울교사노동조합은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를 통해 서울 시민과 교사 각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7~9일 진행한 ‘고 서이초 교사 1주기 교육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교사들의 98.5%는 ‘시간이 갈수록 교직이 더 힘들어진다’고 답했다. 또 교사들의 78.6%는 교육활동을 하면서 서이초 교사와 유사한 사건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직 수행 중 가장 힘든 관계로는 ‘학부모와의 관계’가 70.1%로 가장 많이 꼽혔고, 그 다음으로는 학생과의 관계(16.9%)를 어렵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교사노조는 “교사들은 서이초 사건 이후에도 교권 추락,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정책 및 제도 부재, 학생생활지도의 어려움,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 등이 변하지 않고 있어서 갈수록 교직생활을 힘들어 하고 있다”면서 “(교사들이) 서이초 교사의 죽음과 같은 극한 상황에 몰릴 우려가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교사 98.7% “서이초 사건 수사 종결 신뢰 안해”
앞서 지난해 7월 18일 서울 서이초에서는 담임 교사가 교육활동 어려움 등을 호소한 뒤 교실에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일각에서 제기한 학부모의 지속적 괴롭힘이나 폭언·폭행, 협박 등의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히며 사건 수사를 ‘혐의없음’으로 종결했다.
이와 관련해 교사의 98.7%, 시민의 83.6%는 서이초 사건 수사 종결 결과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교사노조는 “서이초 교사의 죽음이 학부모와 관계에서 발생했고, 관련 수많은 정황과 단서에도 불구하고 처벌 없는 사건으로 종료됨에 따라 경찰과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더 커졌다”면서 “가해자가 처벌 받지 않은 상황에서 교사들은 교권 향상이나 학부모의 태도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 변화 상황 등에 대해서는 77.4%가 ‘변화가 없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나빠졌다’는 응답도 11.2%였으며, ‘나아졌다’는 응답은 10.8%에 그쳤다. 또 ‘교사의 학교 교육활동 보호 정도’에 대해 교사 93.6%와 시민 74.2%는 ‘보호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교육 당국 및 정치권은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등 이후로 교권 5법을 제정하는 등 현장 변화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교사와 시민 모두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교사들이 교육 당국에 가장 원하는 조치로는 ‘학교별 수업방해 학생 분리를 위한 별도 공간 마련 및 담당 인력 지원’(38.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교사 교육활동 보호 예산확충’(27.0%), ‘교육활동 침해 교사에 대한 원스톱 지원’(25.4%) 등 순이었다.
서울교사노조는 “악의적인 아동학대 신고를 막기 위한 법령 개정,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인력과 예산 확보, 교사 직무 스트레스를 측정·개선하는 관리체계 마련 등을 정치권 및 교육 당국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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