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미래 건설산업을 선도하겠다는 책임감을 갖고 모듈러 주택 공급 활성화 등 스마트 건설 기반을 확대하겠습니다.”(이한준 LH 사장)
지난 4일 오전 11시께 기자가 찾은 세종시 산울동 6-3생활권 2블록 모듈러 주택 공사현장은 섭씨 30도가 넘는 찜통더위에도 모듈 적층 작업이 한창이었다.
모듈러 주택 공법은 현장과 분리된 공장에서 외벽체·창호·배관 등을 포함한 개별 주거공간을 박스 형태의 모듈로 사전 제작한 후 이를 현장으로 옮겨 설치하는 공법을 말한다. 건설현장 기피에 따른 숙련공 부족 등으로 인한 주택 품질 저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아울러 공사 기간을 기존 철근콘크리트(RC) 공법을 적용했을 때보다 약 30% 단축할 수 있고 공기 지연에 따라 발생하는 추가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모듈러 공법의 특징은 단연 빠른 적층 속도다. 대형 화물 트럭에 실려 있는 모듈이 타워크레인과 밸런스빔에 연결되고 들어올려진 후 건물에 쌓이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30분 정도라는 게 LH측 설명이다.
현장 한편에는 모듈 내부를 직접 둘러볼 수 있는 전용면적 37㎡형 샘플 모듈러 주택도 마련돼 있었다. 거실과 침실, 화장실 1개로 구성된 모듈은 일반적인 아파트 견본주택 유니트와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감쪽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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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는 2022년부터 인근 1블록을 포함한 이 현장에 지상 7층, 4개동, 416가구 규모 통합공공임대 모듈러 주택을 조성 중이다. 준공 예정일은 오는 10월이다.
이밖에도 앞선 지난 3월과 6월 세종 5-1생활권에 지상 12층짜리 450가구 규모의 국내 최다 가구 모듈러 주택을, 의왕 초평지구에 지상 20층짜리 381가구 규모의 국내 최고층 모듈러 주택을 각각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30년 이후부터는 이 같은 모듈러 주택을 연간 5000가구 수준으로 공급한다는 게 LH 목표다.
모듈러 주택과 함께 탈현장(OSC) 공법 중 하나인 사전제작 콘크리트(PC·Precast Concrete) 공법도 경기 평택 고덕지구 A58블록에서 실증 중에 있다. 모듈러 공법과 같이 기둥·보·벽체 등 주요 부재를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활용한 게 특징이다.
이 사장은 “건설산업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 건설 기술·탈현장 건설 공법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며 “다양한 실증사업을 통해 탈현장 건설공법을 표준화하고 관련 업계와의 협력으로 우수 기술을 개발해 스마트 건설 기반을 다져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모듈러 주택 활성화를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LH가 자체적으로 판단한 문제는 △기술력의 한계 △경제성의 한계 △모듈러 건축 관련 제도 미비 등 3가지다. 이 중에서도 특히 경제성 확보가 어렵다는 게 LH 측 설명이다. 절대적인 사업 물량이 부족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힘든 실정이다. 기존 RC 공법 대비 필요한 공사비가 약 30% 비싼 데다 대량 생산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점도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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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장도 이날 오후 진행된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예산 관련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모듈러 공법은 공기 단축·품질 향상·근로자 안전 확보 차원에서 장점이 많지만 대량 생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만큼 단가가 높아 선뜻 활용하기엔 어려움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듈러 주택의 ‘규모의 경제’ 구현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공공주택 사업에서 모듈러 주택 배정 물량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데 지속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 사장은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책임 역할 강화 및 매입임대주택 공급 확대 여파에 따른 모듈러 주택 비용 부담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선 “정부의 전세사기 피해 방안에 따라 경공매 낙찰 차액을 전세보증금으로 반환해주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 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매입임대주택 역시 매입금액 대비 정부 보조금이 적은 실정”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건설경기 위축이 가팔라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LH가 공기업의 역할을 다해 모듈러 주택뿐 아니라 공공주택 전반을 활성화해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부채·적자 증가는 당연히 감내해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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