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경기 북부 최대규모 개발 사업인 CJ라이브시티 사업이 무산되면서, 그 여파가 시행사의 모회사인 CJ그룹 및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부를 놓고 업계 이목이 쏠린다.
일단, 8년 넘게 투입된 비용이 약 7000억원에 육박해 그룹 전반에 손실만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최근 CJ그룹이 자금 사정이 악화한 마당에 사업이 이 상태로 더 지연됐다간 더 큰 손실이 발생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인허가청인 경기도의 적극적인 지원이 따랐더라면, 사업 무산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란 비판이 거세다. 착공 이후 경기가 침체하고, 전기 공급까지 중단되는 악재가 발생했는데, 이러한 불가항력적 리스크를 고스란히 민간 시행사가 떠안아야만 했다. 고양시, 경기도민이나 CJ그룹 차원의 손실을 너머 국가적인 손실이란 지적도 나온다.
■ 아레나 착공 하자마자 ‘전력공급 중단’ 통보 날벼락
CJ라이브시티는 총 비용 2조원 규모 대형 민관합동 사업이다. CJ그룹은 K-콘텐츠 경험형 복합단지로 지하 1층~지상 5층 실내 2만명, 야외 4만명 이상 수용 가능한 국내 최대 전문 공연장(연면적 11만836㎡)과 상업·숙박·업무·관광시설을 짓기로 했다.
초기에는 테마파크 형태로 사업이 계획됐는데, 아레나 등이 포함된 형태의 사업 계획이 완성된 것은 2020년 쯤이다.
CJ 측은 2015년 경기도 공모로 사업 시행자가 됐다. 사업 계획 결정되기 전까진 몇차례 사업 지연 요인이 있었다. 2017년 CJ그룹이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11개월간 경기도의회의 행정사무조사를 받으면서 사업이 1차로 지연됐다. 하지만 이는 결국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이후부터는 테마파크 중심이었던 사업계획을 현재 대규모 아레나 등이 포함된 K팝 콘텐츠 사업으로 계획을 변경하는데 시간이 흘렀다. 두 차례 사업 변경 인허가 과정을 거치면서 50개월 정도 시간이 더 지연됐다.
아레나 건축 허가는 2021년 6월에 최종 결정나면서, 그 해 10월에 착공에 들어갔다. CJ측은 현재와 같은 형태의 사업계획 변경 승인을 받고 난 뒤 곧장 착공한 셈이다.
다만 경기도에서 사업 계획을 변경하는 것은 승인을 해주면서, 최종 완공 기한(2024년 6월30일) 연장을 허용하지 않은 것이 겉잡을 수 없는 사태로 이어졌다. 경기도 측은 사업 지연에 대한 책임을 배제해줄 법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양 측은 완공기한을 지키지 못해 지체 보상금이 대규모로 발생하면 소송을 진행하기로 하고 공사에 돌입했다.
2021년 착공한 이후 별다른 일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지체 보상금 등이 나오더라도 사업이 충분히 진행됐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아레나 착공 이후 연거푸 악재가 터졌다.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사비 상승, 금리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
가장 큰 이슈는 전력공급 중단이었다. 2023년 2월 한국전력공사가 CJ라이브시티 내 공연장 부지(T2)를 제외한 나머지 부지(T1·A·C) 개발에 필요한 대용량 전력공급이 2028년까지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전력이 끊기면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사업 부지를 가로지르는 한류천의 수질 개선 사업도 공법이 변경되면서 준공 일정이 2028년 말 이후로 지연됐다.
아무리 공사를 빠르게 추진하더라도 CJ입장에선 2028년까지 아레나를 제외한 시설은 지을 수도, 운영할 수 없고 완공일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완공기한 협상이 안 돼 지체 보상금은 일 단위로 늘어만 갔다. 자금력이 충분한 대기업이라도 이 같은 불확실성을 모조리 떠안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전문가들, “국가적 손실 초래…K콘텐츠 및 관광 산업 동력 잃을 것”
CJ 그룹 차원에서는 7000억원에 가까운 사업비가 고스란히 허공에 날아가게 됐다. CJ라이브시티 지분 90%를 보유한 CJ ENM의 자금사정이 좋지 않아 그룹 전반에 손실이 퍼질 것이란 전망이 짙다. 지난해말 CJ ENM은 연결기준 146억원의 영업손실이 났고, 매출은 4조3683억원으로 전년 대비 8.8%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사업 무산이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지나갔음에도, 업계에선 올해 관광수지 적자 규모가 129억달러(17조원)로 지난해 대비 30% 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나마 국내를 방문하는 외국인은 “K콘텐츠 때문에 방한했다” 경우가 대다수인데, 그에 맞는 ‘K콘텐츠’ 산업 개발이 중요한 시점에서 동력이 될 아레나 사업이 물거품이 됐다는 평가다.
최원철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도가 법적으로 잘못한 것은 없을지 몰라도 국가 전체적으로 중요한 사업 추진에 실패한 것은 맞다”며 “배임이나 횡령 등이 문제가 될 것이라면 투명하고 공개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면 됐고, 관계 기관에도 협조를 요청하는 등 적극 행정을 벌여 이끌어나갈 수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비슷한 규모로 외국계 회사가 개발한 아레나 사업인 인천 ‘인스파이어’ 의 경우 개장 이후 공연이 줄을 잇는데, 국내 기업이 막대한 조단위 돈을 들여 개발하겠다고 한 사업을 이렇게 쉽게 무산시켜버린 것은 전국민에게 손실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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