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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자진 상폐’ 속출…부담감 쌓이는 韓 증시

데일리안 조회수  

상반기에만 7곳…최근 2년치 건수와 동일

심화된 공시·과도한 주주제안에 탈출 결심

밸류업으로 높아진 주주환원 기대감도 원인

ⓒ픽사베이

올해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했음에도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한 상장사들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가중된 공시부담과 지나친 주주제안 등을 견디지 못해 국내 증시를 탈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자발적 상장폐지를 추진하고 있거나 완료한 기업은 7곳이다. 지난해와 재작년(2022년) 상장폐지를 추진한 상장사가 4곳과 3곳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 2년치 건수를 올 상반기에 다 채운 것이다.

현재 코스피 상장사인 신성통상·락앤락·쌍용C&E(씨앤이) 등 3곳과 코스닥 상장사인 제이시스메디칼·커넥트웨이브·티엘아이 등 3곳이 상장폐지 목적의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대양제지가 공개매수를 거쳐 코스닥 시장에서 이탈했다.

공개매수는 기업의 지배권을 취득하거나 강화할 목적으로 미리 매수 시간·가격 등 조건을 공시함으로써 불특정다수인(주주)로부터 주식 등을 매수하는 과정이다. 상장사가 회사를 상장폐지하기 위해 지분율을 충족하고자 기존 주주들로부터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다.

잇따른 자진 상장폐지 움직임에 소액주주들은 거센 반발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상장사들이 공시의무와 같은 기본적인 책임을 피하고 상장폐지 후 가족경영을 강화해 오너일가만 배당잔치를 벌이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상장사들의 자진 상장폐지 결정은 심화된 공시의무와 과도한 주주제안 등에 부담감을 느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상장사들은 밸류업 프로그램까지 도입되면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중장기 계획 등을 밝히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로 인해 부담이 보다 커졌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천기성 CJ제일제당 재경실 부사장은 최근 금융위원회·한국거래소 등이 함께 진행한 밸류업 관련 세미나에서 “실무적으로 사업보고서와 반기·분기보고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보고서 등의 공시 부담이 상당하기에 보고서들을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요구한 바 있다.

또 지난 2020년 정부가 상법 개정을 통해 주주제안권의 문턱이 낮아진 가운데 올 초부터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소식까지 전해지자 과도하거나 억지스러운 주주 제안들이 많아졌다는 것이 상장사들의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되며 기업들의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만큼 주주환원 대신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하는 기업이 향후 늘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의 시선을 내비쳤다. 이에 규제 완화 등 상장사를 위한 정부·당국 차원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사를 둘러싼 각종 규제가 글로벌 주요국들과 비교했을 때 엄격한 편인 데다가 밸류업에 발맞춘 주주환원책까지 요구돼 이를 고려하지 않았던 회사라면 부담감만 가중돼 자진 상폐를 생각해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의 최고 부담 요인인 공시 종류가 과하게 많은 상황에서 익숙치 않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까지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이 추가된 셈”이라며 “상장사들이 국내 증시에 매력도를 느끼며 잔류하고 싶은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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