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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범퍼가 반값…KTC, 車 품질인증 부품 시장 넓힌다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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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범퍼, 후미등 등 127개 품목의 자동차 품질인증 부품은 이곳에서 엄격한 시험인증 과정을 거쳐 신규 출고 자동차에 장착된 순정품(OEM 부품)과 다름없는 품질을 보장합니다”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한국교통안전공단(TS) 연구원이 충남 홍성군 자동차부품인증지원센터에서 품질인증 부품을 시험하고 있다. / 이성은 기자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한국교통안전공단(TS) 연구원이 충남 홍성군 자동차부품인증지원센터에서 품질인증 부품을 시험하고 있다. / 이성은 기자

내연기관 차량 종식 예고와 함께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 미래차로 산업 대전환 시대에 국내 차량 부품산업계도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한창이다. 이러한 변곡점에 ‘자동차 품질인증 부품’이 새로운 산업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이 한국교통안전공단(TS)과 함께 ‘품질인증 부품’ 시장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 대체부품으로 알려진 품질인증 부품은 2015년 1월부터 시행된 자동차 대체부품 인증제도에 따라 인증받은 부품으로 안전도에 미치는 영향이 적으면서 파손 빈도가 높거나 수리비가 비싼 외장, 등화, 기능·소모성 제품이다. 올해 2월 자동차관리법 개정으로 자동차 새 부품의 정의는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부품 외 품질인증 부품이 추가됐다.

이에 따라 품질인증 부품 역시 OEM과 함께 신제품과 다를 바 없는 부품으로 인정받게 됐다.

하지만, 그동안 상대적으로 비싼 OEM 부품 대신 저렴한 부품으로 교체하려는 소비자들은 인증받지 않은 시중 제품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2015년 관련 인증제도 시행에도 원하는 품질인증 부품을 구하기 힘들거나 품질인증 부품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이 2020년 발표한 ‘자동차 대체부품 품질시험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대체부품을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10.2%(102명)에 불과했다. ‘모른다’는 답변은 50.3%(503명)를 차지했다.

충남 홍성군 자동차부품인증지원센터 내 품질인증 부품이 보관돼 있다. / 이성은 기자
충남 홍성군 자동차부품인증지원센터 내 품질인증 부품이 보관돼 있다. / 이성은 기자

2021년 기준 자동차 품질인증 부품 세계 시장 규모는 950조원가량이지만 한국 시장 내 활용률은 5.6%로 미국(34%), 프랑스(43.2%), 독일(19.8%), 일본(13.5%) 등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현재 국내 AS 부품 매출 규모는 10조5000억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이들 AS 부품 대다수는 OEM 제품이 차지한다.

품질인증 부품을 구매하면 수리비용을 더욱 줄일 수 있다. 2023년 12월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품질인증 부품과 OEM 부품 비교 평가 결과 메르세데스-벤츠 ‘GLC’의 전면 범퍼 커버의 성능과 품질은 동등하다고 평가됐지만 가격은 품질인증 부품이 56만3800원으로 OEM 부품(102만5800원) 대비 절반 수준이었다. 국산차인 현대자동차 ‘싼타페(TM)’ 역시 OEM 부품 대비 가격이 35%가량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품질인증 기업은 39개사며 품질인증 부품은 1835개에 달한다. 2023년 1월 자동차표준약관사항이 차량의 경미손상에 대해서도 기존 복원 수리에서 교환수리가 가능하도록 변경되며 품질인증 부품 수요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충남 홍성군 자동차부품인증지원센터 전경. / 이성은 기자
충남 홍성군 자동차부품인증지원센터 전경. / 이성은 기자

이러한 품질인증 부품을 더욱 확산하기 위해 TS 자동차안전연구원 주관으로 2023년 11월 충남 홍성군에 자동차부품인증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KTC는 품질인증 부품 시장 활성화, 신뢰성 향상을 위해 현재 TS와 공동으로 인증센터를 운영 중이며 자동차대체부품인증에 관한 원스톱 서비스(One-Stop Service)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KTC는 이곳에서 인증과 관련된 차량 범퍼, 휀더 등 외장과 구동벨트, 여과장치 등 기능·소모성 부품의 성능시험을 담당하고 있으며 헤드램프 등의 등화부품은 TS에서 담당하고 있다.

앞으로 KTC는 내연기관에서 친환경 미래차로 급속한 산업전환에 따라 경영애로를 겪는 국내 자동차부품 기업의 기술 개발, 수출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전기차(EV) 배터리, 반도체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 공동 연구·개발(R&D) 추진, 해외 인증 서비스 강화 등 업무도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 최초·유일 시험 장비 즐비

최근 방문한 인증센터에는 여느 제조사를 방불케 하는 규모와 시험 장비가 구비돼 있었다. 11개 시험실로 구성된 인증센터에는 63종의 첨단 시험장비로 제품의 성능부터 제조사 OEM 제품과 다름없는 품질의 성능·안전·물성 시험 등을 하고 있었다.

충남 홍성군 자동차부품인증지원센터 내 등화시험실에서 헤드램프 품질을 검사하고 있다. / 이성은 기자
충남 홍성군 자동차부품인증지원센터 내 등화시험실에서 헤드램프 품질을 검사하고 있다. / 이성은 기자

처음 방문한 등화시험실은 어둠뿐인 암실이었다. 암실에는 자동차 헤드램프가 고니오미터(goniometer, 회전가대) 위에 놓여졌다. 헤드램프 앞에는 3미터(m), 6m, 10m, 25m의 일정 거리를 두고 센서 4대가 설치됐다. 램프가 차량 움직임과 비슷한 각도로 움직이면 센서가 시험 기준에 맞게 광도, 색도를 구현하는지 등을 측정한다.

시험동 4층에 마련된 등화시험실에는 차량용 엘리베이터를 통해 실차량이 4층에 들어가 시험할 수 있도록 구성하기도 했다.

차량 오일필터 등을 시험하는 여과장치 시험실은 일부 제조사 외 국내 시험 기관 중 유일한 오일필터 시험장비를 갖춘 곳이다.

이곳에서는 오일필터의 일정 압력을 반복적으로 주며 내구성을 살펴보는 내압시험, 먼지 등을 유입시켜 얼마나 걸러주는지 등을 알아보는 필터 성능 시험들을 진행한다.

충남 홍성군 자동차부품인증지원센터 내 여과장치 시험실에서 품질인증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 이성은 기자
충남 홍성군 자동차부품인증지원센터 내 여과장치 시험실에서 품질인증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 이성은 기자

이외에도 인증센터에서는 다양한 전문 시험 장비를 통해 제품 물성을 시험하고 있다. 시험제품을 자르고 늘리고 부식시키고 열을 가하면서 제품 특성이 기준에 적합한지 시험한다.

인증센터에는 차량 범퍼, 휀더 등 일부 시료를 잘라 플라스틱 소재의 인장강도를 시험하는 물성 시험, 쇠구슬을 지정된 높이에서 떨어뜨렸을 때 발생하는 반발력 시험 등을 위한 전문시험 장비가 마련됐다.

충남 홍성군 자동차부품인증지원센터 내 품질인증 제품 인장 강도 시험실 전경. / 이성은 기자
충남 홍성군 자동차부품인증지원센터 내 품질인증 제품 인장 강도 시험실 전경. / 이성은 기자

또 저온부터 고온까지 실내 온도에 따라 물성 변형 여부를 알아보는 시험도 이뤄진다. 소금물 부식 시험도 있다. 부식 시험을 통해 염화나트륨을 정제수와 함께 시험제품에 각도와 양을 조절해가며 수시간 분무해 부식 여부를 살펴본다. 부품을 녹는점으로 가열해 제품이 얼마나 팽창하는지 알아보는 열팽창 계수 측정 장비도 있다.

3D 프린터가 있는 제품 개발실도 있다. 이곳에서는 3D 프린터를 통해 제품이 도면대로 디자인 됐는지 살펴본 뒤 도면과 일치하면 제품 설계에 본격 들어가는 역설계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품질인증 부품으로 생산하고자 하는 기존 제품을 1m 면적 내 스캔한 뒤 제품 도면을 만든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품질인증 제품이 차량에 장착될 때 유격 없이 잘 들어맞게 제작할 수 있다.

충남 홍성군 자동차부품인증지원센터 내 3D 프린터 등 시험 장비가 구비돼 있다. / 이성은 기자
충남 홍성군 자동차부품인증지원센터 내 3D 프린터 등 시험 장비가 구비돼 있다. / 이성은 기자

3D 프린터 시험공간 옆에는 차량을 들어올려 부품 장착을 실제 해 볼 수 있는 리프트도 마련돼 곧장 시험할 수 있도록 했다.

차량에 탑재되는 배터리 등 충격에 민감한 제품의 진동을 주며 내구성을 시험하기도 한다. 진동 시험에서는 시험장비 내에서 온습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섭씨 100도에서 진동을 줬을 때 제품에 어떤 변형이 일어나는지 살펴볼 수 있다.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한국교통안전공단(TS) 연구원이 충남 홍성군 자동차부품인증지원센터에서 차량 배터리 내구성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 이성은 기자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한국교통안전공단(TS) 연구원이 충남 홍성군 자동차부품인증지원센터에서 차량 배터리 내구성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 이성은 기자

1층 넓은 공간으로 나오자 컴퓨터 모니터와 함께 조선소의 골리앗 크레인을 연상시키는 커다란 장비가 보였다. 이 장비는 차량 로어암, 토션빔 등 상대적으로 무거운 부품을 시험한다. 차량 회전주행에 관여하는 차량 하부 부품들을 반복 시험하면서 내부 고무 부품의 내구성을 시험한다. 또 회전량에 따라 얼마나 뒤틀림이 발생하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다.

호이스트로 부품을 들어 올릴 수 있는 장비 아래에는 격자무늬 형태의 바닥면이 설치됐다. 이는 대형 정반으로 제품 길이나 형상에 따라 격자무늬 바닥을 자유롭게 움직여 시험 제품을 고정하기 위한 구성이다.

이외에도 자동차 팬벨트 등 벨트를 지속 구동해 고무 경도를 시험하거나 오존을 강제로 주입해 햇빛 등에 얼마나 영향 받는지 등을 시험하기도 한다.

글로벌 시장이 인정한 국산 품질인증 부품

이러한 시험을 거쳐 품질인증 부품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특히 품질인증 부품 시장이 활성화된 미국에서 대만 제품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현재 인기를 끌지만 제품에 대한 품질이 다소 떨어진다는 불만이 있어 한국의 품질 기술력을 잘 아는 현지에서 우리의 품질인증 부품을 자국으로 수출을 해주길 원하는 요구도 생겨나고 있다는 게 KTC의 설명이다.

‘자동차부품인증지원센터’에서 품질인증 부품 시험을 진행하는 김승현 KTC 책임연구원은 “대만 내 대체부품 기업들은 미국에 연간 4조원가량의 대체부품을 수출하고 있어 글로벌 1위다”면서도 “국내 품질인증부품 생산기업들도 수출 요구에 부응하고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다방면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한국교통안전공단(TS) 연구원이 충남 홍성군 자동차부품인증지원센터에서 차량 로어암의 품질인증 시험을 하고 있다. / 이성은 기자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한국교통안전공단(TS) 연구원이 충남 홍성군 자동차부품인증지원센터에서 차량 로어암의 품질인증 시험을 하고 있다. / 이성은 기자

KTC는 중국(상해·심천), 인도네시아, 베트남, 독일, 아랍에미리트(UAE) 등 6개 해외지사, 36개국 68개 해외기관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우리 기업의 수출 확대, 글로벌 시장 안착을 도울 방침이다. 또 KTC는 TS, 한국자동차부품협회(KAPA)와 협업해 품질인증 부품 시장 활성화, 소비자 인식전환을 위한 교육·홍보활동도 공동 추진할 계획이다.

품질인증 부품으로 차량을 수리할 경우 보험 환급도 가능하다. 김 책임연구원은 “품질인증 부품으로 차량을 수리하면 보험개발원에 신청해 보험료 25% 환급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증센터에서 인증받은 품질인증 부품은 한국자동차부품협회 온라인 스토어인 카파몰(KAPA Mall) 홈페이지에서도 구입할 수 있으며 OEM 대비 최대 49%까지 저렴하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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