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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式 해법…우리금융, M&A로 금융판 흔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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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우리금융/투데이신문 편집]
[사진제공=우리금융/투데이신문 편집]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우리금융그룹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임종룡 회장은 취임 이후 높은 은행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그동안 숙원 사업이었던 증권업 진출과 보험 분야로의 확장을 목표로 삼아왔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우리금융은 지난 5월 포스증권과 우리종합금융(이하 우리종금)의 합병을 결정, 오는 8월 우리투자증권 출범을 앞둔 데 이어 최근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이 밸류업 자율공시를 앞두고 자본확충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외환위기(IMF) 당시 정부의 대대적인 금융 구조조정에 따른 통합 과정에서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한빛은행의 전신이다. 이후 2019년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을 포함한 여러 자회사를 통합하면서 지주사로 전환, 비은행 확대를 주요 전략으로 삼아왔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과 보험 계열사를 두고 있지 않아 전체 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년 90%를 넘는 기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어 취약한 비은행 부문이 리스크로 지목돼 왔다. 

숙원 푼 증권업 재진출

올해 취임 2년을 맞이한 임종룡 회장은 증권사 인수를 선결 과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우리금융은 지난해 12월 우리종금에 약 5000억원의 증자로 자기자본 규모를 1조1000억원으로 늘렸고, 올해 5월에는 완전자회사인 우리종금과 한국포스증권을 합병 결정, 추후 존속법인을 자회사로 편입할 것을 공시했다. 

향후 증권사의 사명은 ‘우리투자증권’으로 합병 계약서에 첨부된 정관에 명시했다. 이는 2014년 농협금융에 우리투자증권을 매각한 후 10년 만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임 회장의 비은행 확대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평이다. 임 회장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있었던 2014년 우리금융으로부터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주도하고, NH농협증권과 합병해 NH투자증권을 출범시킨 당사자다. 당시 업계에서는 해당 인수가 NH농협금융지주의 성장동력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금융은 존속법인을 한국포스증권으로 증권업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한편 종금 라이선스 겸업 허가 가능성도 열어 놓는다는 계획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이 10년간 종금 라이선스로 활용한 전례가 있어 최소 자기자본 4조원이 필요한 초대형 기업금융(IB)에 대한 인가 없이도 발행업무가 가능하다는 계산에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IB와 디지털이 강력한 국내 선도 증권사 육성이라는 그룹의 자본시장 비즈니스 전략에 가장 잘 부합하는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합병을 통해 양사 통합법인은 자기자본 기준 18위권의 중형 증권사로 자리 잡게 된다”면서 “추후 증권사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해 10년 내 업계 톱10 초대형 IB로 성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합병으로 출범되는 증권 계열사의 자본 규모가 증권업계 내에서 열위하지만 향후 비이자이익 기여에 따른 은행 쏠림 현상 완화라는 측면에서는 분명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2023년 3월 24일 우리금융그룹 임종룡 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우리금융]
2023년 3월 24일 우리금융그룹 임종룡 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우리금융]

쇠뿔도 단김에…동양·ABL생명 인수로 보험업까지 확장

우리금융은 지난달 27일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대주주와 비구속적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인수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을 적용한 동양생명의 지난해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4.8% 증가한 2957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미래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되는 보험계약마진(CSM)이 같은기간 34.6% 증가한 7602억원을 기록해 업계에서는 알짜 생명보험사로 꼽는다. 자산건전성 지표인 신지급여력비율(K-ICS)도 전년대비 39.8%포인트 개선된 192.9%로 금융당국의 권고 기준인 150%를 훌쩍 넘는 안정적인 지급여력비율을 유지했다. 

ABL생명 역시 지난해 80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흑자회사다. 지난 3월 말 기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자산은 각각 32조4402억원, 17조4707억원으로 두 회사의 합산 규모는 약 50조원이다. 이는 업계 1위인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신한라이프생명, NH농협생명에 이어 6번째로 큰 규모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향후 실사를 통해 재무적, 비재무적 가치 등을 골고루 검토할 예정으로 실제 가치와 간극이 크지 않다면 인수로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CET1 해결 숙제로 남아

지난달 28일 우리금융은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비금융 M&A를 위한 자금이 1조8000억원 정도 여유가 있는데 롯데손보의 경우 시장가격이 높은 탓에 인수를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비금융 인수 행보의 걸림돌로 지목되는 것은 보통주자본비율(CET1)이다. CET1 비율은 금융사의 손실흡수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또한 금융사들이 목표로 잡은 CET1 초과 부분에 대해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주주환원 정책에 있어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지난 1분기 기준 KB금융의 CET1이 13.5%로 업계 내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어 신한금융(13.1%), 하나금융(12.9%) 등 평균 13%를 유지했다. 반면 우리금융의 경우 11.99%로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12%에도 미치지 못했다. 3분기 중 밸류업 관련 자율공시를 앞두고 우리금융은 CET1 비율 13%를 목표로 자본관리 계획을 내세운 만큼 인수 자금에 여유가 크지 않다. 또한  인수 후 보험사가 보유한 고위험자산 탓에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날 경우 자본비율이 하락에 따른 추가 자본확충이나 부채비율 조정도 고려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롯데손보 인수 실사를 앞두고 우리금융이 “오버페이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우리금융의 자본 활용이 관건이다. 일단 증권업 진출로 인한 직접적인 자금 소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CET1에 영향을 미치는 RWA 영향도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보험사 인수의 경우 계산기를 두드려 봐야 한다.

지난해에도 매물로 나왔던 ABL생명이 원매자를 찾지 못하자 최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은 동양생명과 패키지로 묶어 매각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동양생명은 다자보험그룹이 42.01%, 다자보험그룹 계열사인 안방그룹이 33.3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ABL생명은 안방그룹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다자보험그룹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에 투입한 돈을 약 2조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어 현재 우리금융이 비은행 M&A를 위해 가용할 수 있는 1조8000억원과 최근 발행에 성공한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고려하면 얼추 맞아 떨어진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생명보험사 인수는 빠르면 3분기, 늦어도 연내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KB증권 강승권 연구원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인수가 결정된다면 인수가격, 이후 완전자회사 추진 여부 등에 따라 CET1 부담이 결정될 것”이라며 “3분기 중 밸류업 관련 자율공시를 통해 중기적 자본정책 및 비은행 확장 전략을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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