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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고환율 위기] 오를땐 “안심해” 고점에야 ‘개입’…경제수장 입 믿으면 낭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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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월 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감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 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월 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감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 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위협하던 지난 2022년 9월 16일. 당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 오찬 강연회에서 환율과 관련해 “긴장하며 예의 주시해야 하지만 과도하게 불안할 필요는 없다”고 달랬다. 

엿새 뒤인 9월 22일에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필요한 순간에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다소 긴장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우리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외환시장에) 과도한 움직임이 있어 쏠림 현상에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공언과 달리 이튿날인 9월 23일 환율(매매기준)은 1408원으로 치솟으며 마지노선으로 인식되는 1400원을 뚫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6개월여 만이었다.

최근 환율이 또다시 1400원에 근접하는 등 ‘고환율이 뉴노멀’이라는 평가가 확산하면서 관련 당국 수장의 발언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대체로 환율이 한창 오를 때는 ‘안심하라’는 입장만 견지하다가 최고점에 다다라야 개입하는 식의 대처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당국자의 구두 개입은 최소화하되 필요할 경우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7일 한은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올 상반기 원·달러 환율은 평균 1349.5원을 기록했다. 지난 5일에는 1381.9원에 거래를 마치며 상반기 평균을 웃돌았다.

통상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긴다. 환율이 1400원을 넘긴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7~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2009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급격하게 올린 2022년 등 역대 세 차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환율은 주무 당국의 구두 개입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가장 믿을 만한 정보의 원천으로 보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에다 외환위기까지 겪은 우리나라는 환율 리스크에 취약한 편이다.

최근 고환율이 고착화할 조짐을 보이며 경제 수장들의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들의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발 고금리가 시작되던 2022년의 경우 환율이 1400원을 기록하기 전까지 고위 당국자 대부분은 시장을 달래는 데 애썼다. 추 부총리는 “환율 급등은 달러 강세에 기인한 것”이라며 평가 절하했고 이 총재도 “유동성 위험이나 신용 위험 가능성은 낮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1400원 선 방어에 실패하면서 오히려 시장 불안만 키웠다. 이후 환율이 안정세를 찾으며 한숨 돌린 뒤에야 추 부총리는 “무리하게 방어하지는 않는다. 환율은 늘 시장에 의해서 정해지기 때문”이라고 애써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올 들어서도 환율 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고위 당국자들의 구두 개입이 이어졌다. 원·달러 환율이 1395.3원을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4월 17일 최상목 부총리는 한·일 재무장관 회의에서 “급격한 외환시장 변동성 대응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준비가 됐고 충분한 수단도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연중 최고점을 한 달여 앞둔 3월 21일의 경우 최 부총리와 이 총재 모두 “국내 금융·외환시장은 전반적으로 개선 국면이고 환율도 주요국과 유사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안정론에 방점을 찍었다. 과거와 유사한 행태다. 

“당국 과도한 개입 자제해야…필요시 선제·단기적으로”

전문가들은 외환시장 동향과 관련한 과도한 개입은 자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변동성이 지나쳐 부작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선제적으로 짧고 굵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환율에) 개입을 안 하는 게 가장 좋다.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되면 단기적으로 강하게 해야 한다”며 “수급 불안을 노린 시장 내 투기 수요를 관리하는 게 당국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도 “환율 방어를 위해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면 단기적인 환 투기가 발생하고 외환 보유고 관리도 어려워진다”며 “다만 한은은 정부 견제 역할을 갖는데 두 기관 모두 ‘문제 없다’고 말하는 건 오히려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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