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안보 협력 강화를 위해 8~11일(현지시간)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이하 인태사령부)를 방문한 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경제 협력은 물론 글로벌 공조를 통한 ‘안보 강화’를 도모할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인태사령부 방문은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29년 만이며, 나토정상회의 참석은 3년 연속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10~11일 나토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다. 2022년 한국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나토정상회의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초청을 받아 3년 연속 자리하게 됐다. 윤 대통령은 10일 체코, 스웨덴, 핀란드 등 나토 회원국 정상들과 양자회담을 가진 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면담한다. 이날 저녁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 주최 친교 만찬에도 참석한다.
11일에는 아시아‧태평양 파트너 4개국 ‘IP4’(Indo-Pacific 4) 정상과 별도 회동을 가진 뒤 나토 동맹국과 IP4, 유럽연합(EU)이 참석하는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 일정을 소화한다. 이어 나토와 유럽·미국의 5개 싱크탱크가 공동 주최하는 ‘나토 퍼블릭 포럼’에도 참석해, 단독 연사로서 인태 세션에 참석, 연설 및 질의응답에 나설 예정이다.
올해 나토정상회의에선 유럽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이슈와 그에 대응하기 위한 나토 동맹국과 아시아태평양 파트너 4개국 IP4 간 협력 강화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이번 방미) 핵심 콘셉트는 글로벌 공조를 통한 우리 안보의 강화”라며 “이런 연대를 바탕으로 안보 협력의 지평을 넓히고 기술 선진국들과의 경제안보 협력도 함께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북‧러 군사 협력에 대한 나토 동맹국과 IP4 간 협력 방안에 주목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번 순방 주된 콘셉트는 한‧미, 나토 그리고 인도태평양을 아우르는 입체적인 안보 이익을 확보하는 데 있다”며 “북‧러가 협력의 모습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나토정상회의를 계기로 하나의 일관된 안보(라는) 콘셉트에 집중하는 순방으로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나토 동맹국들과 IP4 파트너들 간의 협력 방안도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지원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러시아가 앞으로 어떻게 응해오는지에 따라 무기 지원 조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핵심은 한국의 메시지 수위 조절이다. 한국으로서는 이번 나토정상회의에서 북‧러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 등과 관련, 한반도는 물론 유럽과 인태 지역 정세가 복잡하게 맞물리게 된 만큼 러시아를 압박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러시아를 과하게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기존의 강경 기조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나토정상회의를 계기로 IP4인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간 ‘협력 공동문서’ 발표 가능성도 제기된다. IP4는 AP4(Aisa-Pacific Partners 4) 대신 나토가 부여할 새로운 명칭으로, 인도양까지 협력 범위를 넓힌다는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파트너’(Partners)란 표현을 빼면서 더 긴밀한 관계가 됐음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번 문서 채택으로 나토가 AP4 국가들과의 ‘협력의 틀’을 명확히 제시하고 안보상 위협으로 규정한 중국‧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초석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네 나라가 공통의 목소리를 내는 건 자연스럽지만, 공동 문안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보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한·미, 한·일 또는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릴지는 불투명하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이틀간 여러 행사를 소화해야 한다”며 “한·미, 한·일, 한·미·일을 별도로 떼어내서 정상회담을 할 여유와 시간이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워싱턴D.C. 방문에 앞서 8~9일 하와이 호놀룰루를 찾아 첫날에는 6‧25전쟁 참전용사가 안장된 미국 태평양국립묘지를 방문한 뒤 동포 만찬 간담회에 참석한다. 9일에는 인태사령부를 방문, 군사안보 브리핑을 받는다. 2018년 태평양사령부가 인태사령부로 개명된 후 한국 대통령의 첫 방문이다.
김 차장은 “인태 사령부는 주한 미군을 포함해 지구 표면 52%에 해당하는 인태 지역 내 항공모함과 전략핵추진잠수함,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 전개 운용을 책임지고 있어 한반도 확장 억제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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