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압박’에 시달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완주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무(無)편집 방송 인터뷰에 나온 그는 TV토론 때보다 한층 나아진 모습을 보였지만 인지력 검사를 거부하는 등 고령 리스크를 불식시키지는 못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공개 사퇴 요구가 이어지고 있고, 후원자들 의견 역시 사퇴와 완주로 양분되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9~11일(이하 현지시간) 예정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리더 자질을 보여주고 논란을 잠재울지 귀추가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일 공개된 22분 분량 무편집 ABC방송 인터뷰에서 사퇴 요구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는 “전능하신 주님이 내려오셔서 ‘조, 선거에서 물러나’라고 말하면 사퇴할 것”이라며 후보 사퇴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사퇴 가능성에 대해 “완전히 배제한다”고 단호한 뜻을 나타냈다.
이날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첫 TV토론에서 ‘참패’한 원인을 감기 탓으로 돌렸다. 그는 토론 전에 심각한 감기를 앓았다며 토론을 열심히 준비했으나 당일 컨디션이 따라주지 않았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안한 추가 토론에 “분명히 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본인의 인지능력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고령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독립적 인지력 검사를 받겠냐는 사회자 질문에 그는 “매일 인지력과 신경 검사를 받고 있다”며 “누구도 내게 인지력 검사가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이어 그는 이날 키어 스타머 영국 신임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는 등 국가 중대 업무를 수행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본인이 미국 대통령에 적합한 후보임을 재차 주장했다. 그는 이날 목이 약간 쉬었음에도 인터뷰 내내 논점을 잘 파악하면서 본인의 성과와 향후 목표를 설명했다. 특히 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8번이나 거짓말을 했지만 자신은 그러지 않았다며 차별화에 나섰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과학법 등을 비롯한 자신의 정책적 강점을 내세웠다. 그는 “나는 중동 평화 계획을 세우고, 나토를 확대하고 경제를 부흥시킨 인물”이라며 국제 안보와 자국 내 첨단 반도체 회사 투자 등을 거론했다. 반면 트럼프 2기가 오면 경기 침체가 오고 물가 상승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해명 인터뷰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내에서는 여전히 ‘공개 사퇴’ 요구가 일고 있다. 격전지 중 한 곳인 미네소타 지역 민주당 소속 하원 엔지 크레이그 의원은 6일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효과적으로 선거운동을 하며 트럼프를 상대로 이길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로써 민주당 하원의원 213명 가운데 현재까지 5명이 공개 사퇴를 요구했다.
당 외부 후원 카드도 바이든 퇴진을 압박하거나 보호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ABC방송 인터뷰 뒤에도 바이든 대통령을 도왔던 후원자들이 지원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 기업인들도 후보 교체를 요구하며 후원 중단을 선언하는 등 후보 사퇴 압박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다만 이날 바이든 대통령을 여전히 지지하며 후원을 늘리겠다는 자선사업가나 투자사 관계자 등도 있었다고 WSJ는 보도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여전히 바이든 대통령을 후보로 살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짐 클라이번 하원의원은 “바이든은 우리나라에 필요한 사람”이라고 그를 두둔했다. 바이든 대통령 측근이자 선거 캠페인 공동 선대위원장인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 인터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앞으로도 이러한 ‘생생한’ 인터뷰와 유세 행사를 통해 대중 접촉을 늘려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9일부터 11일까지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나토 연례 정상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며 이 자리 역시 후보 자질에 대한 검증대가 될 전망이라고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지난 6일 보도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 첫날 나토 창립 75주년 연설을 할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 그가 말 실수를 하는 등 고령 리스크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에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에도 이틀간 여러 국가 정상과 만찬과 회담을 거듭하는 고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또한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11일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미국 대통령’다운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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