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지난주 가평으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서울-가평 정도야 근교 나들이지만, 초보 운전자인 나로서는 장족의 발전이다.
30대에 자동차 운전면허를 땄지만 운전은 40대가 되어 작년 초에야 시작했다. 온전히 필요에 의해서였다. 1인출판사를 시작하면서 각종 미팅이나 책 출간 행사 등을 챙겨야 했기 때문이다.
운전면허 학원에서 전문강사님과 10시간 연수를 받고, 지인을 총동원해 두 달 이상 빡빡하게 연습했다. 처음 혼자 운전하던 날은 어찌나 긴장했던지 식은땀이 절로 나고 그날 몸살까지 앓았다. 길을 잘못 들어 덜컥 겁이 난 나머지 목적지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온 적도 있다. 그런데 이제는 파주, 일산은 무시로 오가고, 저자 선생님과 수원, 용인도 무사히 다녀올 정도다.
여전히 내비게이션 안내가 조금만 늦어도 나는 길을 잃고 헤매기 일쑤다. 그래도 이제는 여유가 좀 생겼다. 내가 길을 잃어도 내비게이션은 돌아갈지언정 목적지로 가는 방법을 재검색해 알려준다. 모로 가도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흔히 인생에도 내비게이션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들을 한다. 나 역시 그렇다. 이 길이 맞는지, 혹은 더 빠른 길은 없는지 내비게이션이 안내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행히도 기타 레슨에는 믿음직스러운 내비게이션이 있다. 바로 1년 반 넘게 함께 해 온 기타 선생님이다.
기타 선생님은 습득 속도가 더디기만 한 나를 위해 여러 방법을 고심하고 맞춤 숙제를 내준다. 현저히 부족한 리듬 감각을 키워주려 박자에 맞춰 발을 구르게 하는 등 다양한 방법도 시도하고 있다.
게다가 기타 선생님은 자동차 내비게이션은 할 수 없는 일을 해내고 있다. 뭣보다 내가 기타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기 때문이다. 실력도 안 되면서 걸핏하면 이런저런 노래를 치고 싶다고 톡으로 링크를 보내곤 하는데, 선생님은 내 수준에 맞게 최대한 단순화해 시도해볼 수 있게 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기타로 접하고 언젠가 그 곡을 멋지게 연주하는 날을 상상한다.
조금씩 늘어가는 실력에 마냥 기쁘다가도 뜻대로 손가락이 움직여주지 않는 날에는 다음 레슨을 기다린다. 기타 선생님이 또 다른 방법을 시도해 내가 또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게 해줄 거란 기대가 있다.
가평 여행에 동행했던 언니는 제법 단단해진 내 손끝을 보곤 놀라며 나의 기타 실력을 한껏 기대했다. “아직 한참 멀었다”는 내 말에도 본인이 듣고 싶은 노래를 주문했다. 언젠간 연주하리 목록이 더 늘었다. 지금 연습하고 있는 영화 <머니볼>의 OST ‘더 쇼’가 끝나면 도전해봐야겠다. 한참을 헤매겠지만 선생님이 잘 안내해주겠지.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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