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증시 추종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개인 사이에서 국가별 수급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과 인도 관련 ETF는 대거 사들이지만, 일본과 베트남 증시를 추종하는 ETF에선 이탈하고 있다. 일본은 환차익 매력이 없고, 베트남은 지수 제자리걸음에 답답함을 느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한 달(6월 5일~7월 5일)간 인도 니프티50지수를 추종하는 ETF 5종을 92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인도Nifty50′(487억원)이 가장 많이 사들인 ETF다. 인도 타타그룹과 소비재 등에 투자하는 ‘KODEX 인도타타그룹’(74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인도빌리언컨슈머’(168억원)까지 고려하면 인도에 베팅하는 개미는 더 늘어난다.
인도 총선이 끝난 직후 증시가 소폭 하락하자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린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초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3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의 집권당은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인도의 가파른 경제 성장세를 이끌어 온 모디 총리의 정책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6월 4일 니프티50지수는 전날 대비 5.93% 하락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인도 증시가 중장기적으론 성장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이탈 대신 진입을 택했다. 지난달 초 잠시 주춤했던 니프티50지수는 이후 이달 4일까지 11.05% 올랐다. 관련 ETF도 4~5%대 상승률을 보였다. 지수 상승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은 8~9%대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
인도와 함께 투자자 관심이 높은 신흥국으로 꼽히는 베트남 ETF에선 개인 이탈이 발생했다. 지난 한 달간 개인 투자자는 국내 상장된 ‘ACE 베트남VN30(합성)’과 ‘ACE 베트남VN30선물블룸버그레버리지(H)’를 총 16억원어치 내다 팔았다. VN30 지수가 5월부터 1300선 안팎으로 횡보세를 보이자 투자자 시선이 다른 국가로 옮겨간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기간 두 ETF 수익률은 각각 1.40%, 1.61%로 인도에 못 미쳤다.
일본의 경우 주요 지수인 니케이225와 토픽스가 전날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도 ETF 수급은 오히려 빠지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상장된 일본 지수 추종 ETF 5종에서 지난 한 달간 총 33억5000만원 순매도했다. 상반기에 증시가 뜨거웠던 만큼 이탈 자금의 상당 부분은 차익 실현으로 추측된다. 엔저로 환차익 매력이 없어 추가 진입 대신 차익 실현을 택하는 이가 많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년간 일본 주식시장의 강세 보증수표였던 엔화 약세와 나스닥 강세가 동반되고 있지만, 이것이 투자자를 붙잡아두진 못하고 있다”며 “엔화 약세 장기화는 일본 증시에 또 다른 변동성의 파도를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과 베트남을 떠난 개미가 가장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나라는 여전히 미국이다. 국내 상장된 미국 나스닥,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추종 ETF는 총 27개다. 개인은 한 달간 이들 ETF를 총 688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대부분의 ETF는 4~8%대의 상승률을 보였다. 나스닥 지수 상승의 2배를 추종하는 ‘TIGER 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합성)’와 ‘KODEX 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합성 H)’ ETF는 각각 18.08%, 17.21% 급등했다.
인공지능(AI) 과열 우려에도 미국 증시가 연일 뜨거운 상승 흐름을 지속하자 ETF 투자자들도 그 기세에 올라탄 것으로 보인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는 매그니피센트7(애플·아마존·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메타·테슬라·엔비디아) 중심의 성장주가 뉴욕 증시를 견인하는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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