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가(家)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상속 재산을 전액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형제의 난’으로 가족과 의절했지만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가족간 화해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조 전 부사장은 5일 서울 강남구 스파크플러스 코엑스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속 재산과 관련해 “한 푼도 제 소유로 하지 않고 공익재단을 설립해 출연하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상속 재산을 욕심내지 않고 전액 재단에 출연해 국가와 사회에 쓰임 받는 선례를 만들고자 한다”며 사회환원 배경을 설명했다.
공익재단 명칭은 ‘단빛재단’으로 아침 해의 빛이라는 뜻을 담았다. 재단을 통한 사회환원은 어느 분야가 될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조 전 부사장은 “선친이 강조하신 ‘산업보국’을 감안해 어떤 할 일이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사회의 어두운 곳에서 혜택받지 못하는 사람을 도와주는 활동이 재단의 기본 활동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이 공익재단 설립에 다른 공동상속인도 협조해주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조 전 부사장은 가족간 화해의 뜻도 내비쳤다. 그는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지금까지 일어난 형제간 갈등을 종결하고 화해를 이루고 싶다”며 “지금까지 제게 벌어진 여러 부당한 일에 대해 문제 삼지 않고 용서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 조 전 부사장은 “선친이 형제간 우애를 강조했는데 거짓과 비방은 옳지 않다 생각해 앞으로 서로 다투지 말고 평화롭게 각자 갈 길을 가길 희망한다”며 “저의 가장 큰 희망은 효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저의 계열 분리를 위해 필수적인 지분 정리에 형제들과 효성이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 조 전 부사장은 “이미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도 계열 분리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제가 더 이상 효성그룹에 특수관계인으로 얽히지 않고 삼형제 독립경영을 하는 것 역시 선친의 유훈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조 전 부사장은 효성으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저는 효성 경영권에 관심이 없다”며 “효성의 불법 비리에 대한 문제 제기를 ‘경영권 분쟁’으로 표현하는 것은 저의 진의와 전혀 무관하니 오해가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7월부터 형 조현준 효성 회장과 주요 임원진의 횡령·배임 의혹을 주장하며 고소·고발했다. 이어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이 자신을 협박했다고 주장하며 2017년 맞고소하기도 했다.
이에 올해 3월 별세한 조 명예회장은 세 아들에게 화해를 당부하는 유언을 남겼다. 조 명예회장은 “부모·형제 인연은 천륜이다”며 “어떤 일이 있어도 형제간 우애를 반드시 지켜달라”는 내용의 유언을 남겼다. 조 명예회장은 조 전 부사장에게도 법정 상속인의 최소 상속분인 유류분을 웃도는 재산을 상속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유언에 따른 상속과 관련해 “불분명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날 조 전 부사장은 선친의 유언에 대해 여전히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선친이 작성하셨다는 유언장에 대해 입수경로, 형식, 내용 등 여러 측면에서 불분명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유언집행인에게 몇 차례 질의했지만 유언집행인이 전한 답변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상속인 중 하나인 저로서는 현 상황에서 아직 유언 내용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