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는 5일 잠정실적 공개에서 반도체(DS)부문의 예상 영업이익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DS부문 영업이익이 6조원 중반 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반도체의 봄이 다시 왔다’는 평가가 나왔던1분기 영업이익(1조 91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고부가 메모리 제품은 물론이고 범용 메모리 제품까지 가격이 뛰어 오르며 실적 개선을 견인한 것이다. 통상 D램이나 낸드 가격이 상승하면 재고평가손 환입이 일어나 실적이 개선되는데 이같은 일회성 효과를 제거하고 봐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실제 메모리 반도체 현물 가격이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체 D램과 낸드의 가격은 각각 13∼18%, 15∼20%씩 상승했다. 구체적으로 7월 4일 기준 DDR4 8Gb D램의 현물 가격이 1.799달러로 1년 전 가격인 1.5달러 대비 증가했다. 메모리 회사 매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정거래 가격도 움직이고 있다. 4월 DDR4 D램 가격은 전월 대비 16.67% 오른 2.10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격 반등은 올초부터 서버·PC 등 IT 기기용 메모리 수요가 살아나면서 시작됐다. 출하량도 늘었지만 지난해 뼈를 깎는 감산 정책이 가격 상승에 효과를 주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판가가 2분기에 크게 오르면서 실적 개선뿐 아니라 재고평가손실환입 규모를 확대시키는 이중 효과를 유발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감산으로 인한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 특히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라이벌들이 인공지능(AI) 칩으로 대표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투자에 집중하면서 일종의 풍선효과가 나타나 전세계 범용 D램 생산 능력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향후 공급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하반기부터 10나노급 5세대(1b) D램 투자를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6월 리포트를 통해 올해 4분기 삼성전자의 D램 생산능력은 12인치 웨이퍼 기준 70만장 수준으로 역대 최대의 생산 능력을 달성한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평택 4공장의 D램 신규 설비 투자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범용 D램은 물론 HBM 생산 라인도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리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범용 D램은 물론 HBM에서도 하반기 주요 고객사의 승인(퀄) 테스트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온다면 압도적인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의 분위기도 긍정적이다. 증권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의 2분기 영업이익을 4000억~7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1분기 3400억원보다 개선된 수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하반기 신제품 출시를 앞둔 애플 아이폰16 시리즈와 삼성전자 갤럭시 폴더블폰 신작에 들어갈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출하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의 태블릿 PC 아이패드용 OLED 공급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에 라이벌인 LG디스플레이와 대등한 비율로 아이패드용 OLED를 공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8.6세대 IT용 OLED 라인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기존 6세대 스마트폰용 라인을 개조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5일 서울 송파구에서 열린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행사에거 취재진에게 “2분기를 기점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며 “AI에 대한 높은 기대감으로 하반기에는 업황을 더욱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가전 사업도 안정적인 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예상된다. TV 사업을 영위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와 생활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디지털가전(DA) 사업부의 예상 영업이익은 약 5000억원이다. 프리미엄 TV와 여름철 성수기 에어컨 판매 확대로 회복세를 유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전 사업의 경우 세계적인 물류비 상승 문제 이후 꾸준하고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또다른 자회사인 하만은 2분기 2000억원 대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