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투 톱’이 모두 1970년대생으로 채워진다. 신임 금융위원장으로 지명된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각각 1971년, 1972년생으로 각 조직에서 ‘역대 최연소 수장’이라는 타이들도 같다. 젊은 두 수장이 정책 공조와 적극적인 소통으로 금융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등 현안 해결에 시너지를 낼지 주목된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김병환 내정자는 청문회 준비에 본격 돌입했다. 이날 오전에는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영업자·소상공인 부채 문제 ▲가계부채 전반 ▲제2금융권 건전성 등을 한국 경제 리스크로 꼽고 연착륙을 위한 정책·제도 지원에 나서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김 내정자가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하게 되면 역대 최연소 원장이 된다. 그는 1971년생으로 행정고시 제37회로 1993년 공직에 입문했다. 옛 재정경제원에서 공직을 시작해 금융정책실, 금융정책국 등에서 근무하며 금융 정책 경험을 쌓았다. STX그룹, 현대그룹, 동부그룹 등 구조조정 과정에 관여해 기업 구조조정 분야 경력도 높게 평가받는다.
윤 정부 출범 후 대통령실 초대 경제금융비서관을 맡은 만큼 현 정부의 금융정책 방향 이해도도 높다. 금융시장 안정화와 기업 밸류업 등 정부 정책 과제를 힘있게 추진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사실상 정부의 금융정책 소통 창구로 통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관계에도 관심이 쏠린다. 금감원 역대 최연소 원장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이 원장은 젊은 수장으로서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정책 추진에 적극 나서는 한편 취임 후 기자단과 70회 이상 백브리핑을 진행하며 시장과의 소통에서도 과거 원장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 원장 취임 후 금융위원회보다 금융감독원의 존재감이 커지며 금융위 ‘패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금융위가 금감원 예산을 승인하고 인사권을 쥐고 있는데 ‘서열 역전’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금감원장과 금융위원장의 불화설도 제기된 바 있다.
정책을 결정하는 금융위와 실행하는 금감원간 공조는 필수적이다. 금융 시장에 일관된 시그널을 제공해 불확실성을 낮추고 리스크 대응에도 손발을 맞춰야 한다. 특히 부동산PF부실, 연체율 상승 등의 위기 관리가 제1과제인 현 상황에서 두 기관의 협력은 중요할수밖에 없다.
지난 2018~2019년 당시 금융위, 금감원은 종합감사와 예산, 인사 문제를 두고 충돌을 일으켰다. 두 기관의 힘겨루기는 내부 분란, 금융 시장 질서 혼돈 등 부작용만 남겼다.
금융업계에서는 이 원장과 김 내정자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1년 선후배인 만큼 원활한 정책 공조를 기대하고 있다.
김 내정자는 “금융위와 금감원은 제도적으로 협력하고 같이 가야 하는 기관”이라며 “위원장으로서 협업해서 시장 안정과 산업 발전에 기여할 방안을 같이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과의 인연에 대해선 “대학 때는 몰랐고 금감원장 오면서 업무적으로 비서관, 차관하면서 자연스럽게 업무 협의를 하게 됐다”며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 내정자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이 원장과 같은 생각임을 확인했다. 자본시장 활성화 등 분야에서 두 사람이 합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복현 원장이 이날 오후 김병환 내정자를 찾는 것도 금융당국의 협력 체제와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지 않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아직 청문회 전이지만 금융당국 수장 간 공조 의지를 보이겠단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복현 금감원장과 김병환 내정자가 만나는 것은 특정 의미보다는 인사를 나누고 현안을 설명하는 자리”라며 “앞으로 정책 공조에 힘을 합치자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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