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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노동당 당수 중 첫 ‘Sir’ 스타머, 노동자 아들이자 기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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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대표 사진AP 연합뉴스
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대표 [사진=AP·연합뉴스]

4년 반전인 2019년 영국 노동당은 1935년 이래 최악의 총선 참패를 겪었다. 당시 노동당을 이끌던 ‘극좌’ 제러미 코빈은 마지못해 대표직을 키어 스타머(61) 현 노동당 대표에게 넘겨줘야 했다. CNN은 “전직 변호사이자 영국 왕실에서 기사 작위까지 받은 스타머는 좌파가 혐오하는 기득권이었다”고 평했다. 그러나 그는 14년간 정치 변방으로 밀려났던 노동당을 다시 정치 무대의 중심으로 끌고 오는 데 성공했다.
 

삶 자체가 ‘중도’…흙수저 기사 

4일(현지시간)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이 압승을 거둔 가운데 CNN, 폴리티코 등은 스타머 대표의 중도 성향이 노동당의 승리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스타머 대표는 노동자의 아들이면서, 동시에 왕실에서 기사 작위를 받은 기득권이라고 평했다. 흙수저이면서도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둔 그의 삶이 노동당을 중도 좌파로 탈바꿈시킨 배경이란 설명이다.
 
한때 영국을 대표하는 인권 변호사였던 그는 2008년부터 잉글랜드·웨일스 검찰 수장인 왕립검찰청(CPS) 청장으로 5년간 일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왕실에서 기사 작위를 받았다. 노동당 대표 중 처음으로 이름 앞에 ‘Sir’(경)가 붙는 이유다.
 
그러나 그는 사실 흙수저다. 스타머 대표는 1962년 런던 남부 작은 마을에서 네자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노동당을 창당한 제임스 키어 하디 이름을 따서 아들의 이름을 지을 정도로 열렬한 노동당 지지자였다. 그의 아버지는 공장에서 도구 제작자로 일했고, 어머니는 간호사였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스틸병으로 인해 일을 그만 둬야했고, 지병으로 평생 고생했다.
 
스타머는 집안에서 처음으로 대학에 입학한 인물이다. 그의 집안 사정은 넉넉하지 않았다. 그는 과거 BBC 라디오4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하루 14시간씩 일했으며, 오후 5시쯤 차를 마시러 집에 온 후 다시 일하러 나갔다고 말했다. 또한 전기료를 지불하지 못해 몇 달간 전기와 전화가 끊긴채 지내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남동생은 학습 장애를 겪었고, 여동생은 대학에 가지 못해 요양원에서 노인 돌보미로 일하며 겨우겨우 최저임금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그의 형제들은 공부부터 축구까지 모든 것을 잘하는 그를 ‘슈퍼 보이’라고 불렀다.

CNN은 “어린 시절의 경험은 스타머의 정치에 영향을 미쳤다”며 “그는 사람들이 공장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업신여기거나 남동생을 괴롭히는 것을 보곤 했다고 말한 바 있다”고 전했다.
 
스타머는 1985년 리즈대 법학과를 수석 졸업한 후 옥스퍼드대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았다. 노동법에서 시작된 그의 관심은 인권으로 향했다. 이후 그는 맥도날드가 명예 훼손 혐의로 고발한 시위자들을 무료로 대리하며, 인권 변호사로서 이름을 알리게 된다.
 
역대급 좌파 대표로 꼽히는 코빈의 그림자 내각(예비내각)에서 브렉시트 책임자로 일했던 경력은 보수당이 문제 삼은 부분이다. 극좌로 통하는 코빈 전 대표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탈퇴, 핵무장 해제를 주장했다. 이로 인해 보수당은 스타머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공격했다. 그러나 스타머가 코빈이 노동당에 심어 놓은 반유대주의를 근절하고 에너지 기업 국유화와 소득세 인상 등을 철회한 점은 보수당의 비판에 방어막을 제공했다. 스타머의 아내는 유대계다.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 친화적인 정부 약속

총선을 앞두고 영국 민심은 변화를 열망했다. 보수당 집권 14년간 공공 지출은 쪼그라들었고, 복지 서비스는 축소됐다. 브렉시트로 영국 경제는 추락했고, 인플레이션에 영국 서민들의 삶은 팍팍해졌다. 보리스 존스 전 영국 총리의 파티 게이트로 보수당 불신은 극에 달했다.
 
이런 와중 노동당이 제시한 중도 좌파적 공약은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특히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 친화적인 정부’를 약속하며 경제 활성화를 전면에 내세운 점은 우파 및 좌파 모두의 호감을 샀다고 스카이뉴스는 짚었다.
 
노동당은 정부 재정지출을 투자 목적으로만 사용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계획법 개혁을 통해 차세대 산업 전략에 투자해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73억 파운드의 공적자금으로 국가기금을 설립해 넷제로 전환에 사용할 방침이다.
 
또 단속 강화를 통해 70억 파운드의 세금을 징수하고, 사립학교에 대한 세금 감면을 종료해 공공 교육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150만개의 신규 주택 및 신도시 건설, 청정에너지 전환에 드는 비용을 위한 에너지 기업에 대한 세금 부과, 근로자 권리 증진, 이민 통제, 국민보건서비스(NHS) 대기 시간 최대 4개월로 감축 등 그의 공약은 좌파와 우파를 넘나든다.


 
스타머가 넘어야 할 산은 좌파와 우파 모두로부터 받는 비판이다. 우파는 스타머가 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대대적으로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좌파는 그의 공약이 우파에 가깝다고 비판한다. CNN은 “그의 중도 좌파 정책은 보수당이 14년 동안 했던 어떤 정책보다 도박에 가까울 수 있다”고 전했다.

아주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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