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부하 직원을 여러 차례 성추행한 농협 조합장을 제명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는 ‘제명 사유가 아니다’는 2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A 씨가 B 농협을 상대로 낸 조합원 제명 무효 확인 등 소송 상고심에서 피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A 씨는 자신의 조합장 지위를 이용해 2019년 2~7월 20대 여성 부하직원을 6회에 걸쳐 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2021년 8월 판결이 확정됐다.
이에 B 농협은 다음 해 1월 A 씨의 행위가 조합 정관에서 정하고 있는 제명 사유인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조합에 손실을 끼치거나 조합의 신용을 잃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제명을 결의했다.
A 씨는 제명 의결에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어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지만 2심은 조합원 제명이 무효라고 상반된 결정을 내렸다.
A 씨의 범죄 행위는 조합의 명예를 실추시킬 수 있는 비위행위일 뿐 제명 사유가 아니고, 조합의 ‘경제적 신용’을 잃게 한 경우로도 볼 수 없으며, A 씨를 제명하는 것이 조합원의 공동 이익을 위해 불가피하다고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 제명결의가 적법한 제명 사유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거나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제명의 근거가 된 조항이 ‘조합의 신용을 잃게 한 경우’를 제명 사유로 정했을 뿐 ‘경제적 신용’으로 한정하고 있지도 않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피고(조합)의 존립 목적은 경제적 이익이나 활동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문화적 영역을 포함한 조합원들의 지위 향상에 있다”며 “조합의 존립 및 유지에 필수적인 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행위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목적에 저해되는 행위도 제명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제했다.
또한 “대표자의 행동에 대한 윤리적 평가는 단체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직결된다”며 “사건 경과가 일간지의 피고(조합)의 명칭과 함께 보도됐고 피고는 원고의 1심 법정구속 및 조합장직 사임으로 보궐선거를 진행해야 했는데, 이는 피고의 명예를 실추시킬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조합의 신용을 잃게 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상 행위는 현직 조합장의 부하 직원에 대한 성범죄 행위로 죄질이 불량하고 피고(조합)의 업무 처리 등에 대한 불신을 초래해 사회적 평가와 신용을 현저하게 저하한다”며 “이를 이유로 한 제명결의에 재량의 범위를 넘어서는 중대한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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