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2013년 제5차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 당시 김정은 위원장의 초상휘장 제작 사실이 언급되긴 했지만, 이를 실착한 모습은 처음이다. 해당 사진은 같은 날 북한 주민들이 접하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도 실렸다.
신문은 “새로운 발전기, 도약기에 들어선 우리 혁명의 요구에 맞게 당 사업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데 (김정은) 비서 동지가 첫째 가는 과업으로 내세운 것은 ‘당 중앙의 유일적 영도 체계’를 세우기 위한 사업을 주선으로 틀어쥐고 계속 심화시켜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1992년에는 김정일 위원장의 초상휘장이 50세 생일을 계기로 제작됐다. 다만 김정일 위원장의 반대로 2000년대부터 통용되기 시작했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에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초상화가 함께 들어간 ‘쌍상 초상휘장’이 대량 보급됐다.
북한 당국은 일반 주민부터 최고위층까지 초상휘장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패용하지 않아도 되는 인물은 충성심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김정은 위원장과 그의 부인인 리설주 정도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 또한 선대 얼굴이 새겨진 초상휘장을 착용한 모습이 종종 목격됐다.
북한은 2012년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 승계 이후 ‘당의 유일적령도체계확립의 10대 원칙’을 기초로 우상화에 돌입했다. 승계 초기 ‘백두혈통’ 계승자라는 특성에 방점을 찍었다면 2016년 전후로는 선대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적 권위를 확립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해 1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선대의 대남전략을 전면 부정하고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언하는 등 파격적인 정책 전환을 시도했다. 또 선대를 상징하는 ‘조국통일3대헌장 기념탑’이 “꼴불견”이라며 철거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8일 김일성 주석의 사망 30주년 애도 주간도 일주일에서 하루로 대폭 축소됐다는 전언이 나왔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날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2일 도당에서 도내의 모든 기관, 기업소들에 김일성 주석 관련 애도 지시를 하달했다”며 “김 주석 사망 30주년을 맞는 애도 주간이 하루로 단축된다는 지시였다”라고 보도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김정은 위원장도 (선대처럼) 초상휘장 등장을 계기로 적대적 2개 국가론 강화, 주석제 부활, 핵무력 고도화를 통해 김정은 국가제일주의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 연구위원 또한 “2025년 제9차 당대회에서 당규약 개정, 2024년 하반기 헌법 개정을 통해 김정은 절대적 위상을 명문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은 단계적으로 전 당원에게 새로운 초상휘장을 보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상휘장 보급은 통상 권력의 크기에 따라 이뤄져 왔다. 이날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는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29일 지방 당 및 행정 간부들에게도 배지 배포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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