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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직장인 A 씨는 지난해 구입한 중국 업체의 물걸레 로봇청소기 제품에서 물 배출이 되지 않는 고장이 생겨 AS를 받으려다 낭패를 봤다. 해당 업체가 AS 외주 계약을 맺었다던 서비스센터에서 “여기서는 고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은 것이다. 제품 라인에 따라 판매와 수리 책임을 맡은 유통사가 각각 달라 수리할 수 있는 제품이 한정적이라고 했다.
알고 보니 A 씨가 구입한 제품의 경우 유통사가 달랐고 이곳은 AS센터를 전국에서 단 한 곳만 운영하고 있었다. A 씨는 택배로 물건을 보내 일주일이 넘게 기다린 뒤에야 수리된 제품을 받아볼 수 있었다. 수리 이후에도 성능이 이전처럼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또다시 일주일이 넘는 기다림을 감수할 자신이 없어 결국 추가 수리를 포기했다.
중국 가전 업체들이 로봇청소기와 TV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한국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AS 분야에서는 구조적인 문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 가전 업체들이 중간에 유통 업체를 끼는 총판 형태로 국내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 직접적인 AS 책임을 갖지 않는 탓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진출한 중국 가전 업체들은 지난해 한국법인을 설립한 TCL을 제외하면 대부분 유통 업체가 제품을 들여와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총판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이센스나 메이디 등이 직접 공급 형태로 국내 판매를 추진하고 있지만 방식이 확정되지는 않았다.
총판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하면 소비자기본법과 제조물책임법 등에 따라 유통 업체가 AS 책임 주체가 된다. 직영 AS센터 대신 국내 수리센터나 총판을 맡은 유통업체가 보유한 AS 망에 외주를 주는 형태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35%가 넘는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로보락의 경우 유통사인 팅크웨어(아이나비)와 한의코퍼레이션이 AS 책임을 맡고 있다. 2위 업체인 에코백스는 나이스엔지니어링, 드리미는 총판 업체인 코오롱글로벌을 통해 AS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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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가전 업체들은 국내시장 공략을 위해 AS 망을 대폭 늘린다고 앞다퉈 강조해왔다. 로보락은 올해 롯데하이마트와 제휴해 AS 접수 지점을 기존 18개에서 352개까지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곳에서 접수한 제품을 AS센터로 배송해 수리하는 방식이다. 에코백스는 서비스본부를 30개에서 36개까지 늘렸고 드리미도 기존 23개 AS 지점을 연내 25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그러나 AS 책임이 제조사에 없다는 근본적 이유 때문에 여러 불편이 야기되는 건 여전하다. 무엇보다 제품 라인별로 판매하는 유통사가 다르면 수리 창구의 일원화가 어렵다. 로보락의 경우 프리미엄 라인인 S시리즈는 팅크웨어에서, 보급형 라인인 Q시리즈는 한의코퍼레이션에서 AS를 맡는다. 문제는 주로 온라인 판매 비중이 높은 중국 가전 업체의 사업구조 특성상 고객들이 유통사가 어딘지 직관적으로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고장 책임을 본사에서는 유통사로, 유통사에서는 본사나 온라인 판매 창구로 떠넘기는 ‘폭탄 돌리기’식 대응이 발생하는 일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서비스의 지속성과 안정성도 떨어진다. 수리 외주를 맡는 업체가 다른 산업 제품이나 외산 가전 수리도 담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리 방법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국내에 구비돼 있지 않은 부품은 중국 본사에 부품 수급을 요청하고 배송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기간도 길어질 수 있다. 몇 주에서 한 달가량의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현재 로봇청소기와 TV 정도로 한정된 중국 가전업체들의 판매 품목이 세탁건조기나 냉장고 등 대형 가전으로까지 늘어나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가전 업체들이 접수 지점 확대나 방문 수거 형태로 AS 망을 확대하고 있지만 AS 거점 자체를 늘리기보다는 대부분 한정된 개수의 AS센터에 물건을 배송해 제품을 수리하는 방식이어서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본사 차원의 철저한 고객 관리가 힘들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는 전국에 각각 173곳과 120곳의 직영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가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서비스 부문 매출만 2조 원이 넘어간다”며 “매출과 비례하는 만큼 인력과 인프라 구축에 쏟는 비용이 막대하다는 뜻인데 중국 가전 업체들은 이 부분에서 약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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