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이용우 기자]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 이직률이 은행권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이 인력 조정을 위해 과감한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것과 다르게 비교적 안정적인 근무 여건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최초로 ‘육아휴직 3년 도입’과 양성평등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서 시중은행과 차별화 전략을 내놓으면서 낮은 이직률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기재된 기업은행의 지난해 총 이직률은 3.46%를 기록했다. 2022년보다 0.06%포인트(p) 낮아졌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의 이직률은 지난해 7.6%를 보였다. 2022년엔 9.0%를 기록한 바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 금융사가 기업은행보다) 이직률이 높은 이유는 대규모 희망퇴직을 매년 진행하고 신규채용 규모는 줄인 영향”이라며 “은행으로만 산정하면 이직률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희망퇴직이나 계약만료, 해고 등을 제외하고 본인 희망에 따른 이직을 나타내는 자발적 이직률은 기업은행이 지난해 1.05%로 4대 금융의 5.3%보다 낮았다. 각 금융사의 지난해 자발적 이직률을 보면 △신한금융 7.2% △하나금융 7.1% △우리금융 5.2% △KB금융 2.2%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수치로만 보면 기업은행의 직원들이 다른 금융사보다 이직을 적게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렵지만 외부에서 (기업은행의) 업무 강도가 비교적 낮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기업은행이 국책은행인 만큼 일반 금융사처럼 무리하게 인력 조정을 하지 않아 직원들의 희망퇴직 부담이 적고, 은행이 직원 복지를 높이기 위해 꾸준하게 노력하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평가한다.
기업은행은 양성평등을 포함한 다양성을 존중하는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한 결과로 지난해 ‘2023 블룸버그 양성평등지수’에 금융권 최초 편입됐다. 2022년엔 유엔여성역량강화원칙(WEPs)에 가입했다. 여성역량강화원칙은 여성 인권을 증진시키고 여성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와 유엔여성기구(UN Women)가 2010년에 공동 발족한 이니셔티브다.
기업은행의 지난해 말 여성 관리자 비율은 35.4%로 OECD 평균(33.7%)을 상회했다. 여성 최고경영자(CEO) 탄생도 기업은행에서 먼저 나왔다. 권선주 전 행장은 2013년 12월 은행권 1호 여성 행장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기업은행에선 오은선 금융소비자보호그룹 부행장과 김운영 자산관리그룹 부행장이 여성 부행장으로 업무를 맡는 등 양성평등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은행권 최초로 육아휴직 3년 도입했다. 시중은행들이 육아휴직 2년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기업은행은 정부의 저출산 해결 의지에 맞춰 직원 복지 수준을 높였다. 직원들 사이에서도 육아휴직 3년 도입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영업점포 감축도 기업은행은 국책은행 특성상 시중은행처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년 동안 기업은행 영업점포는 3개 증가했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에선 총 35개 점포가 사라졌다.
시중은행이 직원 감축을 진행하며 점포 통폐합을 할 수 있었던 반면 기업은행은 직원 유지와 함께 기업고객 편의를 위해 점포를 쉽게 줄이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은행 한 영업점포 직원은 “지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시중은행 대비 내점 고객이 적은 편”이라며 “다만 실적 압박은 비슷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le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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