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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원’ 백반집에 감동도 잠시…어김없이 소환된 광장시장 ‘바가지’? [이슈크래커]

이투데이 조회수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고물가 시대, 점심 한 끼 사 먹는 것도 부담인 요즘입니다.

점심도 1만 원으로 해결하기도 쉽지 않고, 한 달에 점심값으로만 20여만 원 이상을 지출하다 보니 도시락을 싸서 다니거나, 편의점 도시락 등으로 간단하고 저렴하게 끼니를 해결하는 이들이 늘었습니다. 국과 서너 가지 반찬, 음료까지 갖춘 구내식당으로 눈길을 돌리는 직장인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한 상 차림이 등장했습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산 노부부 식당’이라는 글이 게재됐는데요. 작성자 A 씨는 “납품 갔다가 부산 한 식당에 들어가 혼밥이 가능하냐고 물어보고 가능하다고 해서 백반을 주문했다”고 운을 뗐죠.

A 씨에 따르면 5000원인 백반은 반찬으로 멸치볶음, 깍두기, 어묵, 콩나물무침, 두부 무침, 깻잎 장아찌, 가지 조림, 오이지, 열무김치, 고등어 무조림 등이 나왔다. 달걀부침은 2개나 주는 정으로 이목을 끌었죠.

A 씨는 “요즘 같은 세상에 이게 5000원이라니”라고 감탄하며 “김밥도 5000원이고 ‘바가지다 뭐다’ 안 좋은 뉴스만 나오는데 밥 한 끼 행복하게 먹고 왔다”고 덧붙였습니다.

네티즌들도 “엄마가 해주는 집밥 같다”, “이런 집이면 무조건 단골 될 듯”, “왜 항상 저런 식당은 우리 동네에는 절대 없나”, “5000원에 달걀부침 두 개를 주다니” 등의 반응을 보이며 감탄했는데요. 이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반응이 있었습니다. “광장시장 같으면 외국인한테 5만 원에 팔 듯”이라는 뼈가 담긴 댓글이었죠.

인스타그램에서 ‘광장시장’ 해시태그는 115개를 기록하고 있다. (출처=인스타그램 캡처)

뛰어난 접근성, 다양한 먹거리…전 세계 MZ세대 사로잡았다

쫀득한 호떡부터 바삭한 꽈배기, 고소한 육회, 빈대떡까지…

120년 전통의 서울 재래시장인 광장시장은 다양한 먹거리로 사람들을 유혹합니다. 기존에도 다양한 먹거리로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엔 힙한 레트로 감성, MZ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먹거리부터 콘텐츠 등 다채로운 즐길 거리로 ‘핫플레이스’에 등극했죠.

지난해 7월 비씨카드가 자사 매출 데이터와 서울시 공공 데이터를 접목해 발표한 ‘상권지수’에 따르면, 광장시장은 전국 3597개 상권의 집객력·포화도·안정성·구매력·성장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이 지수에서 부산 해운대 상권과 함께 창업 성공 확률 및 매출 증가 요인이 높은 ‘1등급 지역’으로 분류됐습니다. 특히 젊은 고객층의 지속적 유입이 매출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성장력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죠.

코로나19 확산 이전 광장시장을 채우던 인파는 지금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인근 직장인, 상인, 5060 중장년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던 광장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발길이 끊기며 매출이 급감했죠.

그러나 상인들은 이 시기를 재정비 기간으로 보냈습니다. 인테리어를 다시 손봤고, 주방 시설도 고치면서 위생도 개선했죠. 길었던 방역 조치가 해제되고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기 시작하면서 광장시장도 다시 활발해졌는데요. 2019년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길 위의 셰프들’ 등에서 광장시장을 재조명해서 보여준 것도 손님들을 다시 불러 모으는 데 영향을 줬습니다. 팝 가수 샘 스미스, 영화 ‘캡틴 마블’로 유명한 배우 브리 라슨 등 유명인들이 광장시장에서 산낙지, 김밥, 떡볶이, 호떡, 꽈배기 등을 즐기는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파되면서 인기를 끌었죠.

광장시장의 인기로 인근 종로 상권까지 되살아났습니다. 비씨카드에 따르면, 2020년 광장시장 인근의 서울 종로 일반 음식점의 결제 금액을 100으로 봤을 때 2021년엔 112, 2022년엔 155, 지난해엔 185로 증가했습니다. 숙박업도 2021년 103, 2022년 186, 지난해 241로 늘었죠. 외국인 관광객들이 광장시장의 새로운 소비자로 유입되면서 종로 상권 전체의 매출도 달라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여기에 인근 종각역부터 종로5가, 을지로4가에도 관광객이 향하면서 생기가 확산했는데요. 특히 을지로는 곳곳에 자리한 인쇄골목, 건축자재 상가가 독특하면서도 레트로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힙지로'(힙+을지로)라는 애칭을 얻었고, 국내 MZ세대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관광지로 떠올랐습니다. 휘황찬란한 비주얼의 디저트를 자랑하는 카페 ‘원형들’, 레트로한 인테리어, 크림처럼 부드러운 맛의 라테로 유명한 ‘호랑이’, 정겨운 ‘도나스'(도넛)를 판매하는 디저트 가게 ‘빠우’ 등은 젊은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끄는 장소입니다.

(출처=유튜브 채널 ‘희철리즘Heechulism’)

난데없는 ‘바가지’ 논란, 어쩌다?

그러나 최근 광장시장은 불명예를 안아야 했습니다. 바로 ‘바가지요금’ 논란이었는데요. 지난해 말 올라온 한 영상으로 거센 비판에 직면한 겁니다.

지난해 11월 한 여행 유튜버는 외국인 지인 두 명과 광장시장을 찾아 1만5000원짜리 모둠전을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주문 후 나온 전은 성인 한입 크기, 9~10개 정도로 다소 부실했습니다. 맛살, 햄, 애호박, 두부 등으로 구성돼 있었죠.

당시 이 유튜버의 베트남 지인은 “베트남에서는 1500원”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유명한 시장이라 모든 게 다 비싼 게 아닌가 싶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는데요. 젓가락으로 전 하나를 집어 들며 “2000원짜리 한번 먹어보겠다”고 뼈 있는 농담도 했죠. 뿐만 아니라 이 전집은 카드결제를 거부하고 계좌이체를 요구해 빈축을 샀습니다.

이후 다수의 네티즌은 광장시장에서 겪은 부정적 경험을 공유하고 나섰습니다. 가격에 비해 양이 적다는 지적부터 의도적으로 현금 결제를 유도한다는 비판이 이어졌죠.

5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음식 리뷰 유튜버 ‘떡볶퀸’은 2월 올린 영상에서 “2년 전 방문한 광장시장의 한 순대 가게에서 속은 듯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일반 순대는 6000원, 모둠 순대는 10000원을 받는 곳이었는데 순대를 주문하면 사장님이 ‘모둠으로 섞어주겠다’고 말한다. 그럼 손님 대부분은 6000원 순대에 내장을 섞어준다는 의미로 이해할 것”이라며 “그러나 나중에 결제할 때는 10000원짜리 모둠 순대값을 내게 된다. 이 수법에 당한 뒤 눈 뜨고 코 베인 느낌이 들었다”고 토로했는데요. 이 영상엔 적지 않은 이들이 공감했습니다. 네티즌들은 “다른 리뷰에서도 똑같이 봤다. 상습인 거 같다”, “상식적으로 분식집에서 내장 섞어준다고 하면 순대 일부 대신 내장이 들어가는 거라 동일한 가격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가격 다른 사실을 고지하지 않는 꼼수”, “저도 당했다. 오래된 수법이라고 하더라” 등 비판의 목소리를 냈죠.

이 유튜버는 2년 만에 같은 가게에 방문했는데, ‘섞어치기’ 수법(?)에 또다시 당했다고 전했습니다.

논란이 일파만파로 퍼지자, 지난해 12월 서울시는 종로구, 상인회, 먹거리 노점 상우회와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메뉴판 가격 옆에 정량을 표시하는 ‘정량 표시제’를 도입하기로 했는데요. 내용물을 줄이거나 지나치게 부실한 구성으로 음식을 판매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였죠.

또 모니터링 요원인 ‘미스터리 쇼퍼’가 상시로 시장을 방문해 가격과 정량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14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을 방문해 관광 수용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정량 표시제, 해 바뀌어도 지지부진…광장시장, 굳건한 ‘핫플’ 입지 다질까

특단의 대책들로 일단락되는 줄 알았던 논란은 해가 바뀐 후에도 여전해 보입니다.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는 광장시장의 바가지요금 논란을 다루는 콘텐츠가 지속해서 게재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특히 의도적인 현금 결제나 계좌이체 유도, 현금영수증 발급 거부 등이 탈세 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죠.

가격은 시장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공급자가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을 자유롭게 결정하는 만큼, 수요가 몰리면 가격을 인상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바가지요금에 대한 기준도 없어 규제를 통해 이를 근절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또 광장시장의 바가지요금 의혹은 광장시장 전체가 아닌 일부 상인의 문제기도 하죠.

그러나 광장시장이 앞으로도 내·외국인 관광객의 ‘핫플레이스’로 자리하려면 시장 측의 자정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14일 관광 수용 태세 점검 차 서울 광장시장을 둘러본 뒤 시장 상인연합회 관계자 등에게 “광장시장은 외국인들이 들렀다 가는 대한민국 대표 선수가 됐으니 적당히 장사하는 곳으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며 “상인들도 단순히 빈대떡만 파는 게 아니라, (음식 등) 문화를 파는 곳이란 인식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종로구청과 상인회는 이달 말 노점별 테이블 위 QR을 찍으면 판매 메뉴 등이 20개국 언어로 소개되는 시스템을 갖춘 다국어 QR 메뉴판을 도입할 예정인데요. 실제 음식 사진을 제공하고, 가격도 정확하게 표기되도록 할 방침입니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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