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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청회·세미나→법안 발의·폐기 반복…제자리만 맴도는 암표 대책 [D: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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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K-POP) 업계에서 티켓 부정 거래에 따른 피해가 커지면서 이를 근절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정부가 내놓아야 할 근절 대책은 여전히 제자리만 맴돌고 있는 형국이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는 지난 달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공연 및 스포츠 분야 암표 근절을 위한 법 제도 개선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업계 관계자들은 한 뜻으로 암표를 더욱 명확하게 규정하고, 처벌 정도를 상향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날 윤동환 엠와이뮤직 대표는 “암표를 정확히 정의하고 지정 예매처 외 거래를 모두 암표로 분류해야 한다”면서 “판매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판매 행위 자체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연 제작사가 예매 취소 규정을 개별 설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도 피력했다.

현행법상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암표 판매행위만 처벌하고 있어 매크로를 사용하지 않은 개인의 암표 판매를 방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암표 판매행위는 기대수익 대비 처벌의 정도가 약해 더욱 성행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그런데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요구들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러한 의견을 취합해 법 개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든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음공협)가 공동 주최한 암표 관련 공청회는 이미 지난 1월에도 개최됐다. 당시에도 업계 관계자들은 같은 내용의 요구했고, 그보다 앞선 지난해에는 음공협이 ‘암표 및 부정거래 대책 강구 및 공연업계 발전을 위한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이때도 역시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토론이 이어졌다. 세미나가 아니라도 업계에선 수년 전부터 암표 관련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오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8년 이태규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이 인터넷을 이용한 암표 구매를 제재하는 경범죄 처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고, 2019년 2월에는 이은권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같은 해 7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터넷상 암표 구매를 제재하면서 벌금 최고형을 60만원으로 상향하는 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19·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 발의안은 모두 자동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7개나 발의됐지만 줄줄이 폐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콘서트와 뮤지컬 등 대중예술 분야는 암표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암표 신고 건수는 2020년 359건에서 2022년 4224건으로 2년 만에 1077%가량 폭증했다. 그나마 지난 3월 22일 공연법 개정안이 시행되긴 했지만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구매한 입장권에 웃돈을 더해 판매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이 되어 있을 뿐, 실상 단속 과정에서 재판매 입장권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구매한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 등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실효성 없는 대안뿐인 탓에 아티스트가 직접 나서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원주를 시작으로 ‘흠뻑쇼’로 전국 투어에 나선 싸이는 SNS에 “현행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플미(프리미엄), 되팔이, 리셀러(되파는 사람)들을 철저히 외면해 달라”는 당부의 글을 남겼다. 그러면서 “관련법이 강화되기를 기원하며, 고객을 플미로부터 보호하고픈 싸이”라는 글도 덧붙였다.

실제로 티켓 오픈과 동시에 이용자가 폭주했던 해당 공연 티켓은, 각종 중고 거래 플랫폼에 20만원 내외로 웃돈을 얹어 버젓이 팔리고 있었다. 이에 소속사 피네이션도 “금전적 이익만을 노리는 2차 거래 암표 포스팅이 예년에 비해 급증하고 있다”며 “암표에 대한 추적과 차단 등 암표 근절을 위해 모든 가능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2차 거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윤동환 대표는 “암표 관련해서 업계에서 요구하는 사항은 오래전부터 반복되어 왔고 동일하다. 결국 요구사항이 반영되기 위해선 법이 개정되어야 하는데, 법안이 발의되었지만 국회에서 계류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이는 결국 법 개정 권한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콘서트나 스포츠 경기를 직접 예매해본 적도, 팬들의 아우성을 경청해본 적도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유명 연예인이 언급해 이슈가 되어야만, 누군가 큰 사고를 내야만 움직이는 국회가 개탄스러울 뿐”이라며 “문체부, 공정위를 거쳐 이제야 문체위가 준비한 공청회가 만들어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대로 또 다시 논의에만 그칠지 걱정이다. 부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현실적인 방안이 하루빨리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업계의 의견을 듣지 않고 추진된 3월 공연법 개정처럼 실효성 없는 법안 개정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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