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空賣渡). 단어 그대로 ‘없는 것을 판다’는 의미다. 주식시장에선 주식을 빌려서 먼저 팔고, 주가가 하락하면 사서 수익을 내는 투자 방식을 일컫는다. 주가가 하락할수록 수익률이 커지는 방식이다.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와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로 구분된다. 이중 무차입 공매도는 국내에서 법적으로 금지다.
4일 금융당국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국민의힘은 지난달 13일 한국거래소가 내년 3월말까지 전산 시스템 구축할 때까지 공매도 금지를 연장키로 했다. 작년 11월부터 시작돼 6월말 종료 예정이었던 공매도 전면 금지가 9개월 더 늘어난 것이다.
연장된 공매도 금지…오락가락 정부 방침에 시장 혼란
지금의 공매도 금지는 이전의 그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전까지 공매도 금지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등 시장경제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이뤄진 사실상 긴급 조치였다. 하지만 지난해 11월부터 단행된 조치는 공매도에 대한 투자자 불신이 원인이다.
실제로 과거 세 번의 금지사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정할 때 이뤄졌다. 반면,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진 공매도 전면금지는 불법공매도(무차입공매도)로 인해 투자자 불안이 확산되자 단행된 조치다. 공매도 재개 여부를 두고 개미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방침이 계속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6월 공매도 재개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개미들은 동요했다. 금융기관 수장이 괜한 말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러다 지난달 정부가 공매도 금지 기간을 내년 3월말까지 연장하기로 하자, 이복현 원장은 이에 대한 개인적인 아쉬움을 표출하기도 했다. 기관 투자자 중 정보관리시스템이 완비된 곳이라면 상위 20개 종목 만이라도 일부 재개가 가능하지 않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당국 수장의 말에 개미들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국 시장 접근성의 많은 문제가 제도나 규제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제도와 규제가 적용되는 투명성, 일관성 및 예측 가능성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한다”며 “시장 접근성 제고 계획은 한국 자본시장의 절차, 관행 및 문화 개선을 위한 조치도 포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금융당국은 기관투자자들이 사전에 무차입 공매도를 방지할 수 있도록 기관별 자체 잔고관리 시스템을 마련하도록 했다. 동시에 한국거래소에는 전체 공매도를 살피는 중앙점검시스템(NSDS)을 구축해 거래 전반을 관리하기로 했다. 한국거래소가 기관투자자의 ▲잔고 ▲장외거래 정보 ▲매매거래 내역을 대조‧점검할 수 있게되면서 불법공매도가 원천 차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기관과 개인간 거래조건 차이 해소,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등을 통해 개인 투자자들의 시장 여건을 개선할 계획이다.
기관투자자는 공매도를 목적으로 빌린 주식을 12개월 이내에 갚아야 한다. 기관투자자의 공매도 거래 조건이 개인보다 유리하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개인 대주의 현금 담보비율(105%)을 낮춰 개인투자자에게 유리한 거래 조건도 마련됐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벌금을 현행 부당이득액의 3~5배에서 4~6배로 올린다. 정부와 여당의 협의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을 조만간 발의해 연내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시스템 개선을 통해 공매도 시장이 안정세를 찾는다면,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네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에 한 걸음 가까워질 것이라는 시각이다. MSCI 지수는 글로벌 펀드가 추종하는 가장 큰 규모의 벤치마크로 우리나라는 신흥국 지수에 포함돼 있다.
강형구 한양대학교 파이낸스경영학과 부교수는 “기관투자자들이 자기시스템을 중앙시스템과 연결하는 시스템 개발에 동참했다는 데에는 높게 평가한다”면서도 “다 같이 돈을 들여 시스템을 만든 만큼 입력정보가 잘 들어가야 하며, 만일 기관이 불성실하고 잘못된 정보를 넣을 시 기존보다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금투세 폐지 요구 6만명 ‘훌쩍’…”시장 불확실성 제대로 고려 안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바라보는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개미 사이에선 “내년 금투세가 예정대로 시행된다면 국내 증시가 흔들릴 것”이라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 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해당 소득의 20%를 부과하는 세금이다. 외국인과 기관은 금투세 적용을 받지 않는다. 오는 2025년 1월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금투세 시행을 앞두자 개미들은 들끓고 있다. 금투세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 청원은 6만명을 넘어섰다. 현재 청원 동의 절차를 마치고 소관위원회로 회부돼 청원 심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권에서는 이복현 원장이 총대를 메고 금투세 폐지를 외치고 있다. 금투세 도입이 자칫 해외주식 쏠림을 부추기고, 단기 매매를 촉발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봐서다. 금투세를 폐지한 이후 전면 재검토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달 31일 “전문가 중에선 (금투세가 시행되면) 연말정산 기본 공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사람이 몇십만 단위가 될 수도 있다”며 “금투세 시행을 강행하면 1400만 개인투자자의 우려와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투세 도입으로 오히려 세수 결손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금투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예상세수는 1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금투세 도입으로 주식거래 자체가 줄어들게 된다면 거래세가 쪼그라들어 오히려 세수 결손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강형구 교수도 “내년 시행될 금투세가 자본시장에 어느정도 영향을 끼칠 것인지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며 향후 시장에 미칠 불확실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