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신용평가에서 일반 기업과 비교해 금융사들의 신용등급 하향이 두드러졌다. 금리 인하가 지연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높은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업권의 잠재 부실화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3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평가 3사(한국신용평가·NICE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의 상반기 신용평가 등급 변동 결과 금융평가본부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압력은 일반 기업 대비 최대 3배 이상 높았다.
신용평가사별로 금융업종 상하향배율을 보면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0.3배, 나이스신용평가는 0.17배였다. 상하향배율은 상향 조정된 기업 수 대비 하향 조정된 기업 수를 뜻한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에서는 상향 기업이 4건, 하향 기업이 12건이었다.
나이스신용평가에서 상향된 기업은 3건, 하향 조정된 기업은 17건에 달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정기평가(장단기 포함)에서 저축은행 8개사, 증권 3개사, 캐피탈과 부동산신탁사 1개사의 신용등급 또는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업권별로 보면 증권사에서 SK증권(A→A-), 하나증권·다올투자증권(안정적→부정적)의 신용등급이 조정됐다. 저축은행에서는 OSB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의 장기신용등급이 ‘BBB’에서 ‘BBB-’로 강등됐고, KB·대신·키움·고려·다올·애큐온저축은행의 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됐다. 부동산신탁은 KB부동산신탁의 단기 신용등급이 ‘A2+’에서 ‘A2’로 떨어졌다.
금융업권의 최근 수익성을 가른 데는 부동산 PF 사업 비중의 영향이 컸다. 부동산 PF 사업 비중이 낮은 은행, 생명보험, 손해보험, 카드사의 실적은 양호했던 반면, PF 비중이 높은 증권, 캐피탈, 부동산신탁, 저축은행의 실적이 크게 저하한 것이다.
저축은행과 부동산 신탁 업계는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 리스크가 커지면서 전반적으로 적자전환했다. 저축은행의 적자전환은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저축은행 순이익은 2022년 1조5622억 원에서 지난해 마이너스(-) 5758억 원으로 2조 원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자본비율이 11%를 밑돌거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7%를 웃돌거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비율이 200%를 웃돌아 재무안정성이 저하되고 신용위험이 상승한 점이 반영됐다”며 “지난해 업계 전체적으로 적자전환했고, 올해는 적자 폭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사업환경이 현재보다 악화해도 2011년 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나신평은 “현재 저축은행의 기초 체력은 대주주의 지원능력, 수익성, 자산건전성, 자본 적정성 및 신용등급 측면에서 2011년 당시 저축은행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큰 상태”라며 “가장 보수적인 시나리오에서 저축은행의 순손실이 2조 원까지 확대해도 BIS 자본비율은 12% 이상을 유지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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