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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를 연기하거나 원점 재검토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이대로면 투자자 불편, 과세 형평 저해 등 각종 문제가 초래될 뿐 아니라 실무 준비도 크게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금투세 시행 과정에서 원천징수 등 중요한 역할을 맡은 증권사들이 사실상 보이콧에 나선 모양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금투세 등 세제 합리화를 위해 사회적 총의를 모아야 한다며 이런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3일 이 원장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국내외 16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열고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과 증권 업계 발전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증권사 CEO들은 현행 금투세 제도의 각종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이를 보완해 시행 시기를 늦추거나 아예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금투세는 원천징수 방식부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투세는 국내 주식 5000만 원, 해외 주식·채권·파생상품 등에서 250만 원 이상 이익이 나면 22~27.5%(지방소득세 포함) 세율로 원천징수한다. 증권사가 상·하반기별로 금투세를 원천징수하고 이듬해 5월 소득과 세금 규모를 확정해 손실 정도에 따라 세금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세금을 먼저 떼기 때문에 투자 금액 자체가 축소돼 투자자 입장에서는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없다. 특히 이런 불편한 징수 방식은 과세 당국이 감당해야 할 행정력을 개인투자자에게 전가하는 형태라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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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증권사 CEO는 “원천징수 방식은 투자자 과세 부담 증가로 투자심리 위축이 예상될 뿐만 아니라 연말 손익 통산에 따른 확정신고 절차도 불편할 것”이라며 “현행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처럼 이듬해 5월에 신고 납부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간 양극화도 우려된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투자자들은 기본공제를 신청한 지정 증권사 계좌에서 공제 혜택을 받는다. 여러 계좌로 기본공제를 나눠 신청할 수 있지만 관리가 복잡해 계좌를 통합하고 기본공제를 한곳에 집중하는 게 유리하다. 이때 과세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중소형 증권사보다는 대형 증권사로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한 증권사 대표가 “세금 관련 편의성으로 대형 증권사로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중소형 증권사는 고객 이탈 등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토로했다.
증권사들은 금투세 원천징수에 필요한 시스템도 완전히 갖추지 못했다. 주식의 입출고 과정에서 취득 단가를 제공하는 시스템 구축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기관 간 정보 공유 한계로 정확한 손익계산도 어렵다는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다수 증권사는 “세부적인 징수 기준 미비로 시스템을 보완할 수 없어 내년 금투세 시행이 실무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배당소득이 금융투자소득에서 제외돼 손익상계 처리가 불가능하고 채권은 금투세 시행 이전 발생한 평가손익이 비과세되지 않는 등 과세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금투세 자체가 국내 증시에 미칠 악영향도 우려했다. 한 참석자는 “슈퍼 개미들의 세금 회피성 매물이 연말에 쏟아져 주식시장이 영향을 받는다면 외국인투자가의 거래가 위축될 수 있다”고 했다.
이 원장도 자본시장 개혁을 통해 장기 성장 동력을 회복하려면 기업 지배구조 개선, 상속세 완화, 금투세 등 세제 합리화 등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이 원장은 “자본시장 선진화 과제들이 종합적으로 논의돼야 하고 늦어도 하반기 중 사회적 총의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 원장은 증권 업계 CEO들을 한데 모아 놓고 쓴소리도 냈다. 그는 “한국판 엔비디아를 발굴하려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손쉬운 수익원만 찾았던 증권 업계 영업 관행을 바꿔야 한다”며 “면밀한 검토 없이 따라하기식 투자 결정으로 선량한 투자자 피해를 유발했던 부동산·대체자산 위주의 쏠림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문제가 된 징계 전력자 채용 문제도 언급했다. 금감원은 올해 초 PF 관련 사익 추구 행위 등으로 검찰 통보된 직원이 바로 다른 회사로 이직하자 징계자 채용 현황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이 원장은 “불법행위로 제재를 받은 임직원이 다른 회사로 이직해 동일 업무에 종사하는 등 안일한 업계 관행으로 신의성실의무를 훼손하는 사고들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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