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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솔로’ 이상의 도파민…영화 넘어 연프까지 진출한 ‘무당들’? [이슈크래커]

이투데이 조회수  

(출처=SBS ‘신들린 연애’)

솔로들을 한데 모으더니 ‘돌싱’ 특집을 내고, 헤어진 연인들 사이에서 새 커플이 탄생하고, 남매가 동반 출연해 눈길을 끕니다. 요즘 연애 예능 프로그램(연프)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인데요. 연프가 인기 예능으로 자리 잡은 만큼, 다양한 포맷과 소재를 시도하고 있는 겁니다.

이 중에서도 색다른 도파민으로 눈길을 끄는 연프가 있습니다. SBS ‘신들린 연애’인데요. 제목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듯 무당, 역술가 등 점술가들이 모여 운명의 상대를 찾는 연프입니다.

사실 최근 방송가는 무속신앙(샤머니즘)을 주된 소재로 삼는 콘텐츠들로 가득합니다. 각종 괴담을 들려주는 예능의 새 시즌이 시작되고, 전 세계 각지의 미스터리한 일들을 좇는 수사단 예능이 등장하는가 하면, 귀신과 무당, 신점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공개를 앞두고 있죠.

이 같은 소재는 영화계에선 일찍이 마니아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비주류 장르로 치부되던 호러물은 어느덧 주류 장르로 거듭나기도 했죠. 올해 2월 개봉한 영화 ‘파묘’가 이를 방증합니다. 대를 이어 기이한 병에 시달리는 한 부유한 집안, 이들을 만난 무당 ‘화림'(김고은 분)이 선조의 묫자리가 화근이라고 진단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작품인데요. ‘검은 사제들’, ‘사바하’로 ‘오컬트 외길’을 걸어온 장재현 감독의 뚝심으로 1000만 영화 반열에 오르는 등 ‘대박’을 쳤습니다.

‘파묘’는 힙한 감성의 MZ 무당 캐릭터로도 화제를 빚었는데요. 이와 함께 풍수지리와 사주, 무속 등을 묶어 유려하게 풀어내면서 민간신앙과 대중의 거리를 좁혔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샤머니즘 관련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면서, 방송가에서도 이를 소재로 한 콘텐츠들을 잇달아 선보이는 것으로 보이죠.

여름이면 인기를 끄는 기묘한 이야기 또한 브라운관에 대거 등장할 예정입니다.올여름은 안방에서도 더위를 물리칠 수 있을까요?

(사진제공=MBC ‘심야괴담회’)

재정비 거쳐 더 오싹해졌다…마니아층 잡은 ‘심야괴담회’ 시즌4

여름을 맞아 MBC 괴담 토크쇼 ‘심야괴담회’는 시즌4로 돌아왔습니다.

‘심야괴담회’는 MC들과 각 회차의 게스트들이 시청자들을 통해 공모받은 무섭고 괴기한 이야기를 풀어주는 납량 프로그램입니다. 2021년 1월 파일럿으로 2회가 방송됐는데, 같은 해 3월 정규 편성돼 약 1년간 시즌1이 방송됐고 이후 시즌제로 방송을 이어오고 있죠.

호러는 소재 특성상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립니다. ‘심야괴담회’ 역시 공포 요소를 싫어하는 시청자들은 접근 자체가 어렵지만, 마니아층 사이에선 호러 콘텐츠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예능입니다. 미스터리한 사건부터 오컬트, 실화까지 다루는 만큼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합니다.

사실상 괴담을 소재로 하는 유일한 지상파 예능인 데다가, ‘토크쇼’라는 형식을 더해 차별점도 뒀습니다. ‘심야괴담회는’ 사연을 실감 나게 풀어내는 MC나 게스트의 해설, 실감 나는 재연 영상일러스트들을 통해 몰입을 높이고 공포를 극대화하죠. 팬들 사이에서는 “분장팀 월급 더 줘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건을 재현하는 데에도 진심인데요. 재정비를 거쳐 새 시즌을 선보일 때마다 마니아층의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습니다.

7개월의 재정비를 거쳐 돌아온 이번 시즌에서는 기존 MC인 김구라, 김숙과 함께 뮤지컬 배우 김호영, ‘SNL 코리아’로 이름을 알린 배우 지예은이 고정 출연자로 나서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심야괴담회’는 이야기가 끝난 후 시청자 판정단인 ‘어둑시니’들로부터 ‘촛불’을 받게 됩니다. 모든 촛불이 켜진다는 건 그만큼 소름 돋고 무서운 이야기라는 뜻인데요. 과연 이번 시즌에서 ‘완불’을 받게 될 기묘한 사연은 무엇일지 궁금해집니다.

(출처=SBS ‘신들린 연애’)

사주로 운명 점치고, 절에서 데이트?…입소문 탄 ‘신들린 연애’

수많은 연프 속 ‘신들린 연애’는 남다른 출연자들로 이목을 끌었습니다.

타로점을 보는 타로이스트부터 사주를 보는 역술가, 굿하는 무당까지 직업도 다양한데요.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면서 방송 2회 만에 2049 시청률 1.2%(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 가구 기준)로 전 채널 1위를 차지했고, 순간 최고 가구시청률 3%를 기록했습니다. 동시간대 지상파 프로그램 중 가구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화요일 밤 강자로 자리했죠.

출연진은 점사 도구로 자기소개에 나섰습니다. 타로이스트들은 타로를, 무당들은 방울, 가검, 오방기를, 역술가들은 만세력, 엽전 등을 꺼내 눈길을 사로잡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생소한 직업을 택할 수밖에 없던 이유를 털어놔 안타까움을 산 출연자도 있었습니다.

10년 차 은행원이었다는 함수현은 “악 많이 썼다. 평범하게 살려고. (무당) 진짜 너무 안 하고 싶었다. 10년 동안 오기로 버텼다”며 눈시울을 붉혔는데요. 통역사, 트레이너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다는 이홍조도 신병을 앓았던 어머니와 동생한테 신이 내려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땅을 치며 오열했다”는 사연을 털어놨습니다.

스산하게 꾸며진 동굴, 생년월일이 적힌 나무패, 커다란 석상 등 소품들이 곳곳에 등장하고, 절에서 데이트하는 등 일반(?) 연프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도 이어지는데요. ‘신들린 연애’의 재미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신(神)의 뜻을 넘어 여타 연프처럼 감정에 요동치는 출연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데요. 자신의 감정과 점괘가 맞부딪힐 때 혼란에 빠지는 출연진, 그리고 이들이 내리는 선택이 관심을 끕니다.

타로이스트 최한나는 이홍조와의 연애운을 점칠 때 ‘데스 카드’ 등 부정적인 카드가 연달아 나오면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신명당 선택에서 이홍조를 선택하며 직진하면서 마음을 드러냈죠. 반면 인연을 만날 것으로 확신했던 역술가 이재원은 자신의 사주 풀이 속 상대와 마음이 엇갈리면서 크게 동요했고, 결국 퇴소를 선택해 충격을 안겼는데요.

패널로 참여하는 역술가 박성준은 “운명의 순리대로 살고자 하는 마음이 크니까 자신이 선택한 운명패의 주인공을 맞혀야 한다는, 어떤 역술가로서의 부담감과 압박감이 컸던 것”이라며 안타까워했죠.

무당 박이율은 이재원에게 “신적인 것과 영적인 것, 현실이라는 게 엄연히 구분돼 있지 않냐”며 “우리가 신이 절대 아니다. 저는 여기에 하루하루 충실하고 순간에 충실하고 그걸로 끝”이라고 조언합니다. 그는 점괘와 상관없이 마음이 가는 상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데요.

‘신들린 연애’의 책임 PD인 김재원 CP가 제작발표회에서 “미신을 조장하기보단 한 인간으로서의 ‘딜레마’에 더 집중하고 싶었다”며 “미래를 볼 수 있다면 자신의 미래도 볼 수 있을 것인데, 이런 부분을 딜레마로써 다룬다면 시사점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한 것과 맞닿은 지점입니다.

(사진제공=티빙)

‘미스터리 수사단’→’샤먼: 귀신전’…방송가가 샤머니즘에 빠진 이유

‘데블스 플랜’, ‘대탈출’, ‘여고추리반’ 속 특유의 세계관, 정교한 세트장, 촘촘히 설계된 미션, 예측불허한 반전으로 팬층을 보유한 정종연 PD는 ‘미스터리 수사단’을 내놨습니다. 지난달 18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미스터리 수사단’은 이용진, 존박, 이은지, 혜리, 김도훈, 카리나 등 출연진이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사건을 추적하고 해결하는 어드벤처 추리 예능입니다.

‘악마의 사제’ 에피소드에선 사이비 종교가 인간을 제물로 바쳐 악령을 소환하는 이야기를 그리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심해 속으로’ 에피소드에선 잠수함에서 연구하던 사람들이 이유 없이 죽어간 사건을 파헤치던 중 크리처가 등장했죠. 호러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몰입도를 높이고, 모험의 재미를 강화하는 겁니다.

앞으로도 으스스한 콘텐츠는 줄지어 공개될 예정입니다. 티빙은 무당, 신점, 귀신, 신 등 샤머니즘 소재를 다룬 다큐멘터리 ‘샤먼 : 귀신전’을 11일 공개하고요. U+모바일TV는 7부작 드라마 ‘타로: 일곱 장의 이야기’를 다음 달 30일 선보입니다.

이처럼 최근 방송가에 샤머니즘 요소를 활용한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건, 콘텐츠 시장이 과열되면서 제작자들이 ‘먹힐 만한’ 소재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동시에 고물가와 경쟁사회 속 앞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샤머니즘에 기대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네이버 전문가 상담 서비스 ‘엑스퍼트’에 따르면 가장 인기가 많은 분야는 운세·사주, 2위는 타로가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엑스퍼트 이용자 중 MZ세대의 비중은 8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죠.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제작자들이 ‘도파민’에만 초점을 맞출 때 자극적인 측면만 부각하면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인데요. 샤머니즘이 영화를 넘어 다큐멘터리, 예능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활용되는 지금, 맹신이 아닌 선별적 향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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