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경제TV 한나연 기자] 수도권 레미콘 운송기사들이 운송비 협상을 요구하며 지난 1일부터 무기한 휴업에 돌입했다. 건설 현장에 레미콘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전국 레미콘 운송노동조합(수도권 레미콘 운송노조)이 수도권 레미콘 제조사를 상대로 운송단가 협상을 요구하며 지난 1일부터 무기한 휴업에 나섰다.
노조는 성명에서 “수도권 사용자 단체에 지난 4월 이후 수차례에 걸쳐 올해 수도권 운송료 협상을 요구했으나, 지난달 말 계약 종료일까지 협상을 회피하며 결국 운송 중단을 의도적으로 유도하고 있다”며 휴업 배경을 설명했다.
수도권에서의 마지막 협상은 지난 2022년으로, 당시 운송료를 5만6000원에서 6만9700원으로 24.5% 인상하기로 합의하면서 이틀 만에 파업이 종료된 바 있다. 당시 레미콘운송노조가 추가 논의 끝에 명칭에서 ‘노조’를 뺀 ‘수도권 운송연대’로 변경하기로 제안했고, 제조사가 이를 받아들임에 따라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제조사들은 지속되는 경기 침체로 인해 더 이상의 운송비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수도권을 통합해 단체 협상을 벌이는 대신 권역별로 나눠 개별 협상을 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앞서 고용노동부 산하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가 각각 레미콘 운송노조를 노조법상 “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제조사들이 협상에 나설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발표한 가운데 양측이 쉽사리 합의에 이르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자 수도권 건설 현장에는 인력 수급 불안 및 ‘셧다운’ 우려가 제기되는 모습이다.
앞서 전국타워크레인설치해체노조가 지난달 24일 무리한 작업 방식 중단 및 불법하도급 등을 이유로 파업을 선언하면서 건설업계에서는 파업이 장기화할 시 현장 및 공사 일정에 영향이 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한차례 나왔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저층부 공정을 먼저 진행하거나 비노조원, 이동식 크레인 등 대체 인력·수단을 이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불과 일주일 만에 수도권 레미콘 운송노조 역시 휴업을 선언하면서 수도권 건설 현장에 타격이 클 것이라는 분위기다. 건설 현장 필수 자재인 레미콘의 운송 노조 휴업이 길어지면 시멘트와 건설산업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달 24일에는 레미콘운송노조 광주·전남 지역본부도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었으나, 회당 6만3000원에서 6만9000원으로 인상하는 데 합의하면서 파업을 철회한 바 있다.
휴업으로 공사가 지연되면 추가적인 공사비 인상 가능성도 크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딜사이트경제TV에 “레미콘 공급 중단 시 현장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데다 파업이 장기화한다면 공기도 연장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레미콘 공급 감소로 가격이 상승할 수 있는 만큼 추후 분양가와 공사비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올 1분기 건설사별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10대 건설사 평균 레미콘 매입 단가는 1㎥당 9만2496원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6.7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레미콘 출하량도 이미 지난해부터 감소세다. 지난해 레미콘 출하량은 1억3360만㎡로 전년보다 4.1% 감소했다. 협회는 올해 출하량을 지난해보다도 2.3% 줄어든 1억3050만㎡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지난 5월 국토부 주재로 열린 ‘건설자재 수급 안정화를 위한 업계 간담회’에서 “요즘 레미콘 수요가 작년 대비 반토막이 났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사비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건설업 전체에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면서 “파업으로 공사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것 역시 매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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