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전도연 선배와) 무대 위에서 이렇게 장시간 동안 눈 맞추면서 연기할 수 있다는 것, 이 점에 좋아서 작품을 선택한 것이기도 하거든요.”
연극 ‘벚꽃동산’으로 무대에 오른 배우 박해수를 만났다. 지난달 4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벚꽃동산’은 회사의 경영 악화로 저택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알코올 중독자 도영과 그의 가족 이야기를 그린다. 세계적인 연출가 사이먼 스톤이 안톤 체호프의 고전을 재해석해 극의 배경을 120년 전 러시아에서 2024년 서울로 옮겼다.
박해수는 ‘벚꽃동산’에서 원작의 남자 주인공 로파힌을 한국 설정으로 바꾼 자수성가한 기업가 황두식 역을 연기하고 있다.
폐막을 일주일 남겨놓고 진행된 인터뷰, 박해수는 우선 그 아쉬움을 이야기했다. 박해수는 “이제 연습이 한 자리 수 밖에 안 남았다. 이제 조금씩 실감이 난다. 여섯 번의 삶만 살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의 공연인데도 정말 진하게 무대에서 서로 기대며 살았던 것 같다. 다른 배우들도 같은 마음이겠지만, 많이 공허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많이 기대면서 무대에서 온전히 내 자신의 민낯을 보이면서 기댄 것이 처음인 것 같기도 하다”고 고백했다.
‘벚꽃동산’은 배우 전도연이 27년 만에 무대에 돌아온 작품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다. 박해수가 ‘벚꽃동산’ 출연을 결심한 이유에 이 부분도 큰 영향을 줬다고. 그는 “전도연 선배를 내가 공연을 하면서 만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드라마, 영화가 아닌 무대 위에서 이렇게 장시간 동안 눈 맞추면서 연기할 수 있다는 게 나는 좋아서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이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박해수는 “무대 위에서 그렇게 눈을 맞추고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선배님은 처음에 ‘해수씨는 무대 경험이 있으니까 든든하다’고 하셨는데, 막상 여기까지 와보니 나는 무대 위에서 역시 전도연이 든든하다는 것을 알았다. 아우라와 사랑의 에너지가 엄청난 분이다. 극중 자신의 트라우마를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관객들도 있지만, 나는 우리 둘만 있다라는 느낌을 받게 되더라. 경이롭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그런 순간들이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다른 모든 배우들도 마찬가지지만 그런 장면들이 나에게는 뜻 깊고 의미 있는 순간으로 남을 것이다. 전도연이라는 배우가 가진 사랑의 영역이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느낀다. 배우들을 믿어주는 느낌으로 볼 때 상대 배우로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상대에 대한 찬사를 쏟아냈다.
무대에 대한 애정을 거듭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박해수는 “내가 무대를 왜 이렇게 좋아할까라는 생각을 한다. 솔직하게는 내가 배우는 점이 너무나 많다. 내가 부끄러운 점도 많고, 부족한 점이 많은데 그걸 깨달으며 성장하는 내 모습이 너무나 기분이 좋다”며 “나는 매체나 영화를 통해서 인지도도 올리고 싶지만, 계속 무대로 돌아와서 무대 예술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라는 생각도 든다”고 강조했다.
마무리를 향해가는 극에 대한 동료들의 호응에 대해서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는 “나도 이렇게 많은 감독님과 많은 연예인들을 뵌 적이 없다. 시상식보다 더 많은 분들이 찾아오셨다. 이렇게 많은 감독님들께 오디션을 본다는 게 영광이었다”면서 “박찬욱, 이창동, 설경구 등이 방문해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 분들이 해주셨던 ‘벚꽃동산 공연 중 제일 재밌었다’라는 말이 가장 기분이 좋았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한편, ‘벚꽃동산’은 박해수와 함께 전도연이 주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오는 7일까지 원캐스트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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