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2선발, 외국인투수에게 쳐야 한다.”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감독은 최근 광주 숙소 사우나에서 우연히 만난 이주형(23)에게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얘기를 한 귀로 듣고 한 뒤로 흘려라”고 했다. 이제 1군에서 막 132경기 뛴 선수가 제2의 이정후가 될 수도 없고, 그렇게 과도한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래서일까. 이주형은 지난달 28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2회초에 사이드암 임기영의 한가운데 133km 패스트볼을 통타, 비거리 125m 중월 스리런포를 터트리고도 독한(?) 발언을 했다. 그는 경기 후 “내가 잘 치는 유형의 투수가 나왔다. 외국인투수, 1~2선발을 상대한 게 아니기 때문에 감이 좋다고 말하기도 그렇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뭐 홈런 친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래도 국내 1선발이나 외국인투수에게 친 것이 아니다. 그런 투수들의 공을 쳐야 팀이 좀 더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그런 투수들을 만날 때 어떤 대응이 나오는지가 궁금하다”라고 했다.
이주형은 사이드암 투수에게 타율 0.286, 좌투수에게 타율 0.300이다. 그러나 체감상 옆구리 투수에게 가장 큰 자신감을 갖고 있는 듯하다. 이를 넘어서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정후를 잊되, 더 높은 레벨로 나아가기 위한 ‘셀프 채찍질’이다.
올 시즌 49경기서 200타수 56안타 타율 0.280 7홈런 29타점 41득점 OPS 0.799 득점권타율 0.232. 홍원기 감독은 이주형이 올해 자신만의 타격 루틴을 갖추고, 스트라이크 존을 갖추는 것부터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리드오프로 내보내 최대한 많은 타격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한다.
이주형도 받아들였다. “계속 경기에 나가보니 약점도 드러나고, 성적도 떨어졌다. 그 약점들을 보완하고 강점을 더 살리면 성적이 맨 마지막에 따라올 것이다. 지금은 개인성적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했다.
홍원기 감독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이주형은 “감독님이 항상 좋은 말을 해주시고, 절대 경기에 빠진다는 생각을 하지 말라고 했다. 그 믿음에 보답하고 싶었고, 그런 좋은 말을 듣다 보니까 심적으로 좀 편안해졌다”라고 했다.
이주형은 정확한 타격을 하면서도 클러치능력, 장타력도 갖춘 외야수로 성장하는 게 마침맞아 보인다. 본인은 아직 자신이 어떤 타자이며,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할 단계는 아니라고 했다. 일단 올해 처음으로 풀타임을 해보면 자연스럽게 감이 잡힐 것 같다고 했다.
이주형은 “올 시즌 끝나고 나서 나오는 숫자를 통해 내년부터 내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이정후를 잊고, 자신을 엄격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이주형은 그냥 좋은 타자에 만족하려고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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