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3년 동안의 사기 사건 중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건들을 찾아줘.’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가 국내에서 최초로 법률가의 전문 업무를 보조하는 고도화된 인공지능(AI) 비서 서비스를 출시했다. ‘슈퍼로이어’로 명명된 이 서비스는 변호사가 본인의 전문 분야 외 사건을 수임할 때 전반적인 관련 법·규정과 판례 흐름을 파악하거나 소장, 답변서 등 법률 문서 초안을 작성하고 요약, 분석하는 데 쓰일 수 있다. 실제 슈퍼로이어를 사용해본 한 변호사는 “슈퍼로이어가 판례 검색이나 요약을 상당한 수준으로 오류 없이 해냈다”며 “아직 부족한 부분도 보이지만 기술 발전 속도를 봤을 때 앞으로 몇 년 내에는 ‘무서운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로앤컴퍼니는 △법률 리서치 △법률 문서 초안 작성, 요약 △문서 기반 대화 △사건 기반 대화 등을 모두 해낼 수 있는 대화형 법률 AI 비서 슈퍼로이어를 출시했다고 1일 밝혔다. 로앤컴퍼니가 복수의 상용 거대언어모델(LLM)에 자체 설계한 아키텍처(구조)를 입혀 만들어낸 슈퍼로이어는 법률 업무 전반에 대한 다양한 보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거침입 사안에서 캠핑카나 차량은 주거침입죄의 객체가 되지 않는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판례를 찾아줘’와 같은 지시나 ‘첨부한 준비서면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그 핵심 내용을 요약해줘’와 같은 구체적 지시를 수행할 수 있다.
실제 이날 슈퍼로이어를 1시간 가량 사용해본 한 서울 소재 변호사는 “전문 분야에서 벗어나 생소한 분야에 대한 법률 리서치를 했을 때 특히 유용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형사 사건을 주로 수임하는 이 변호사는 외국 이민과 관련해 국내 가족관계등록법을 내 특정 부분을 찾아달라고 요구했는데 슈퍼로이어가 이 분야의 관련 법·규정과 판례 흐름을 명확하게 짚어내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는 “사건의 승소·패소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 ‘각을 잡고’ 알아보는 것도 일인데 이 부분에서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리서치의 효율을 확 올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
일각에서는 보안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법률가도 있었다. 현재 슈퍼로이어는 해외 빅테크 기업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초로 하는 만큼 ‘소프트웨어에 입력하는 증거 자료 등 각종 민감한 법률 서류가 데이터화될 우려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로앤컴퍼니 관계자는 “슈퍼로이어를 이용할 때 입력하는 모든 데이터는 완전히 암호화한 후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에 보관한다”며 “슈퍼로이어 AI 학습에도 이용자 데이터를 전혀 이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로앤컴퍼니는 슈퍼로이어가 ‘특정 소장에 대한 답변서와 같은 전문적인 법률 문서 초안을 작성할 수 있다’고 답했지만 일부 전문가는 관련 기능의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 변호사는 “종합준비서면까지 작성한 사건을 토대로 준비 서면 작성을 시켜봤는데 일반론적인 내용을 요약하는 데 그쳐 아쉬웠다”며 “아직 서면 작성을 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다고 해도 내용을 오류 없이 요약하는 수준이나 다른 기능의 완성도는 높았다”면서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빠른 시간 안에 서면 작성까지 보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슈퍼로이어는 법률가의 전문 업무를 보조하는 목적으로 출시돼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이만 사용할 수 있다.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는 “슈퍼로이어는 로펌과 기업 법무팀의 업무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고성능 법률 AI 어시스턴트(비서)”라며 “차별화된 AI 기술력으로 국내 법률 AI 시장을 선도하고 변호사의 법률 업무 혁신과 편의 제고에 꾸준히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