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동통신 3사 탄소배출량 증가율이 1%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력 소비에서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대폭 늘린 덕분이다. 재생에너지 대부분은 한국전력 녹색프리미엄 구매를 통해 조달했다. 다만 녹색프리미엄의 경우 환경부 배출권거래제에서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만큼, 자가발전과 직접거래 등 보다 근본적 감축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일 이통 3사가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사의 직·간접 온실가스 배출량은 365만5850tCO2e(이산화탄소 상당량톤)으로 2022년 360만8328tCO2e보다 1.3% 늘었다. 앞서 3사가 사업보고서를 통해 밝힌 배출량 추정치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KT와 LG유플러스의 지난해 탄소배출량은 각각 112만7476tCO2e, 147만5232tCO2e으로 전년대비 1.7%, 1.5% 증가에 그쳤다. 이는 전력사용에 따른 간접배출 상당수를 재생에너지로 상쇄한 덕분이다. KT의 지난해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26GWh(기가와트시)로 전년보다 32배 늘었다. LG유플러스는 223GWh로 약 500배 증가했다.
재생에너지 대부분은 녹색프리미엄으로 수급했다. KT는 지난해 한전과 녹색프리미엄 전기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25GWh의 재생에너지를 사들였다. LG유플러스 역시 총 전력사용량의 약 6%인 223GWh 규모의 녹색프리미엄을 조달했다. 양사가 녹색프리미엄을 사들인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녹색프리미엄제는 기업이 입찰을 통해 한전에 웃돈을 주고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RE100 인증에 활용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단시간에 재생에너지를 전환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SK텔레콤의 경우 녹색프리미엄을 통한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분을 감축량으로 인정하면 지난해 탄소배출량은 0.7% 증가에 그치지만, 이를 제외하면 4.3% 늘어난다.
문제는 녹색프리미엄이 한국형 RE100 달성에는 유리하지만 글로벌 기준 탄소중립 실현과 탄소배출권 부담 감소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점이다. 녹색프리미엄의 경우 배출권거래제에서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산정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발전소에 이미 감축량이 산입돼 있어 중복계산이 불가해서다.
그럼에도 이통3사가 녹색프리미엄 구매를 늘리는 것은 RE100 달성까지 갈길이 멀기 때문이다. SKT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65%, KT 56%, LG유플러스는 53%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작년 기준 재생에너지 비율은 SKT 8.6%, KT 1.1%, LG유플러스 6.9%에 그친다.
SKT는 보고서에서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조달 관련 정책 지원 부족과 미성숙한 시장 여건을 감안하면 녹색프리미엄이 단기적으로 전력구매계약(PPA)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등 다른 RE100 이행 수단 대비 가장 비용 효율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속가능한 에너지 조달 체계 구축을 위해 자가발전을 통한 재생에너지 자체 수급도 본격화한다.
LG유플러스는 대전 연구개발(R&D) 센터에 자가태양광 발전 설비를 준공하고 연간 약 1370MWh(메가와트시) 전력을 자체 생산하기로 했다. SKT도 지난해 태양광 설비에서 5411MWh 전력을 확보했다. 기지국 저전력화와 노후장비 교체 등 에너지 효율 개선도 병행한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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