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치료와 투약 업무를 맡는 ‘진료지원 간호사’의 합법화를 뼈대로 하는 간호법 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해 발의했다.
간호법 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여야의 견해가 엇갈려 통과되지 못했지만 22대 국회에서는 여야 모두 법률 제정에 동의하고 있는 만큼 합의를 이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의사는 물론 약사 등 간호사들을 제외한 다른 의료 직역 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는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여야가 발의한 간호법 제정안 3건이 등록됐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발의한 간호법 제정안은 간호사 업무 범위를 명시하고 처우 개선을 규정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특히 민주당이 발의한 간호법 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발의했던 간호법안에서 간호사들의 단독 개원이 가능하다는 해석으로 논란을 빚은 ‘지역사회 간호’라는 표현이 삭제돼 여당과의 접점을 찾기가 쉬워졌다.
간호법안의 핵심 내용으로는 불법 의료행위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던 ‘진료지원 간호사(PA’Physician assistant)’를 합법화가 꼽힌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하고 국민의힘 소속의원 108명 모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간호사 등에 관한 법률안’은 PA 간호사의 범위와 지위 등이 명시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민의힘 간호법안에는 전문 간호사와 함께 일반 간호사도 의사의 포괄적 지도와 위임에 따라 검사와 진단, 치료, 투약, 처치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간호조무사도 간호사를 보조해 간호사의 업무(관찰’자료수집’간호판단)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정해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하에 환자의 요양을 위한 간호 및 진료의 보조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이 발의한 간호법 제정안은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에 반발해 전공의 사직에 이어 무기한 휴진까지 예고하고 있는 의사단체를 압박하는 동시에 의료 현장에서 의사들의 빈자리를 PA간호사로 채우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민주당 복지위 간사인 강선우 의원이 발의한 간호법안에도 간호사의 업무를 환자의 간호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건강증진활동의 기획과 수행, 간호조무사 업무보조에 대한 지도 등으로 규정했다.
또한 간호사들의 불법진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에 대한 업무 범위와 한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대통령령 내용에 따라 PA 업무의 합법화를 열어둔 셈이다.
여야 모두 간호법 제정을 당론으로 채택한데다 법안 역시 큰 틀에서 유사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회 심사 과정에서 여야 간 이견이 충분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24일 간호법안 발의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국민의힘도 간호 관련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며 “22대 국회에서 간호법은 더는 정략적 이해와 정쟁의 희생양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간호단체 이외에 보건의료직역 단체들이 일제히 간호법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의사는 물론 약사 등 다른 보건의료직역 단체들도 간호법 제정안은 ‘간호사들만을 위한 법’이라며 반대해왔다.
특히 간호법 제정안이 간호사들의 업무범위를 확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다른 보건의료직역의 업무까지 침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24일 성명서를 내고 “한 직역만을 위한 법안이 제정되면 직역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보건의료인 면허 및 자격제도에 혼란을 만들고 의료법이한의사법’치과의사법’물리치료사법’방사선사법’임상병리사법’의사법 등 각 직역법으로 쪼개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고 우려했다.
약사들도 최근 국민의힘의 간호법 제정안에 간호사가 투약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자 이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특별시약사회는 최근 “여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간호사법 제정안은 보건의료 직능 간의 균형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발상”이라며 “약사 고유 업무인 투약이 포함된 것에 강력히 반발한다”고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김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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