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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보이스] 그럼에도 사진을 찍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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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갈 때면 근사한 의상을 한 벌 챙긴다. 돌돌 말아 욱여넣은 일상복과 물건 사이로 스냅 사진을 촬영할 때 입을 의상을 설레는 마음으로 개어 넣는다. 이 옷은 여행지에서 한껏 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런 습관이 생긴 건 2017년 이탈리아 여행 이후다. 혼자 피렌체와 베네치아, 로마로 떠날 계획을 세우면서 아쉬웠던 것은 단 하나, 그곳의 내 모습을 찍어줄 사람이 없다는 것. SNS를 통해 현지에서 만난 스냅 사진가 덕에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었고, 여러 사진 작가들과의 인연은 촬영을 마친 후에도 이어졌다. 사진과 사람이 남는 일이라니! ‘언젠가 아나운서를 그만두고 해외에 살게 된다면 스냅 사진 작가가 되겠어’라는 작은 바람도 생겼다. 피렌체에선 따스한 빛과 노을에 어울리는 트렌치코트를, 프라하에선 로맨틱한 공기와 어울리는 하늘색 정장을, 리스본에선 현지에서 한눈에 마음을 빼앗겨 산 붉은색 원피스를 입고 스냅 사진을 찍었다. 기획부터 연출까지 하는 셀프 화보 촬영이랄까. 나에게 사진은 그냥 사진이 아니라 하나의 기획이었다. 이왕 찍을 거라면 취향이 담기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소품 하나 잘 준비하는 것으로도 사진에 나만의 이야기가 담겼다.

이후 나는 사진 기록에 대해 정반대의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과 결혼했다. 나를 만나기 전 남편은 살면서 통틀어 셀카를 두세 번이나 찍어봤으려나. 자신이 어떻게 사진에 담기는지 도통 관심이 없었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꺼내 들 때는 이상하고 웃기게 번역된 ‘매생이죽(Every Life is Ruined)’ 같은 걸 발견했을 때뿐이다. 내 눈엔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남편의 순간을 그냥 흘려보내기 아까웠다. 점점 사진의 시선과 대상이 나에게서 다니엘로 옮겨갔다. 사진은 마음의 반영이다. 사랑하는 것을 담고 싶어 하는 본능이기도 하다. 이젠 에너제틱한 우리 아이 아리아를 찍는다. 나에게 이만큼 아름답고 감동적인 존재는 없으니까. 사진을 찍을 때 내 표정이 늘 웃고 있어서인지 아리아도 자연스럽게 따라 웃어서 사진을 볼 때마다 나도 웃을 수밖에 없는 미소의 선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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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하고 싶은 순간을 남길 수 있는 방식이 글이나 사진 같은 기록일 텐데, 내게 글은 주로 불안과 슬픔의 기록이라면 사진은 기쁨과 환희의 기록이다. 글은 당시의 기분과 감정을 덜어내고 써야 담백해지지만 사진은 그때의 즐거움을 한껏 담아야 더욱 생생해진다. 사진에는, 그러니까 나중에 재현할 수 없는, 그때만 가능한 무언가가 담긴다. 사진 속 인물들의 거리, 서로를 향한 눈빛, 표정은 관계의 모양을 담아내고 잊고 있던 전후의 에피소드들을 떠올리게 하는 촉매제가 된다. 가끔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 사진을 찍을 때 시선을 눈앞의 아이가 아닌, 카메라 화면에 맞추게 되는데 순간적으로 미안한 마음이 비집고 올라온다. 아이는 왜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지 가끔 궁금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이렇게 찍은 수많은 사진을 나중에 보기는 할까? 과거를 그리워할 미래의 나를 위한 기록으로서 촬영한다지만 과연 그 미래의 나는 어떨지 의문이 들 때도 있다. 지금은 혹시 나중에 서운해하는 것보다 가끔 한 번씩 열어보고 그리워할 수 있다면 그걸로 사진의 역할은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려 한다.

그럼에도 기록의 한계는 존재한다. 잊고 싶지 않은 기분과 경탄의 순간까지 다 담지 못하는 게 애석할 따름이다. 그러니까 최대한 집중적으로 그 순간을 담고 카메라를 내려놓아야 한다. 진실하게 지금에 충실하도록. 비움은 필수다. 한 번의 여행 이후 쌓인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가장 좋은 사진 몇 컷만 남기고 지운다. 사진의 완성은 비움이다.

임현주

듣고, 쓰고, 읽고, 말하는 MBC 아나운서. 좋아하는 것을 하며 신중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부지런한 나날을 담은 책 〈아낌없이 살아보는 중입니다〉 〈우리는 매일을 헤매고 해내고〉를 펴냈다. 워킹 맘으로 새로운 삶의 페이지에 도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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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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