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희토류와 희귀금속 재고 물량이 국가 안보와 주요 산업 기반을 유지하기 충분하지 않은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하며 제조업 활성화 및 친환경 정책에도 불확실성을 높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30일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희토류 재고 부족 문제가 잠재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지각을 구성하는 여러 원소 가운데 매장량이 적은 물질을 의미하는 희토류와 희귀금속은 의료기기와 교통수단, 석유와 전자제품 등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서 필수 소재로 쓰이고 있다.
전투기와 잠수함, 미사일, 군사용 레이더와 같은 군수품 생산에도 여러 희토류가 필요하다. 따라서 희토류 물량 확보는 핵심 산업뿐 아니라 국가 안보에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희토류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미국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미 재고 물량이 부족한 수준에 그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광물 컨설팅 전문기관 데이그라티아 미네랄즈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미국의 희토류 및 희귀광물 보유량이 기준치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전쟁에 대비하려면 지금의 열 배 수준에 이르는 물량을 비축해두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안티몬과 비스무트, 코발트, 니오븀과 이리듐, 니켈 등 주요 희토류와 금속 소재가 가장 심각한 물량 부족을 겪고 있는 소재로 추산됐다.
데이그라티아 미네랄즈는 미국 국방부와 의회가 이러한 소재 재고 물량을 투명하게 공개해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미국이 중국을 제외하더라도 일본과 한국 등 일부 국가에 소재 공급망을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할 때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희토류의 매장량 자체는 충분하다. 문제는 매장된 위치를 파악하고 이를 정제하는 설비를 구축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중국은 환경 문제에 신경 쓰지 않고 일찌감치 희토류 채굴과 생산에 뛰어들어 관련 산업을 육성하면서 전 세계 공급량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일부 소재는 사실상 중국에서만 생산되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중국과 주요 산업에서 공급망 단절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국 내 희토류 생산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충분한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오랜 시간과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중국에서 수입되는 물량을 대체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미국 국방부가 2027년까지 지속가능한 희토류 및 희귀금속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지만 이를 실현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해 미국 의회가 펴낸 보고서를 인용해 모두 88종의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 소재가 이미 공급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48억3천만 달러(약 20조4500억 원)에 이른다.
희토류와 희귀금속 물량 부족이 바이든 정부의 제조업 활성화와 친환경 정책에 큰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및 풍력발전 제품 등에 희토류와 희귀금속 소재가 대량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이 미국을 대상으로 희토류와 필수 소재 공급을 제한하는 무역보복 조치를 시행한다면 공급망 차질에 따른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는 최근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 반도체와 태양광 모듈 등 제품에 고율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을 향한 기술 규제 정책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맞서 무역보복을 검토하고 있는데 희토류 등 필수 소재의 수출 제한이 유력한 방안으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미국에 효과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이 자국의 경제 악화를 감수하고 미국에 희토류 및 소재 공급을 축소하거나 중단한다면 국가 안보와 여러 제조산업에 상당한 충격을 안길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정부 정책에 맞춰 미국에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모듈 등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한국 기업들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미칠 영향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
데이그라티아 미네랄즈는 “미국 정치권과 정부가 주요 소재의 재고 부족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갈등 상황에 대비책을 갖춰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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