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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소방장(38)은 10년 넘게 구급대원으로 활동하면서 온갖 산전수전을 겪었다. 갖은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시민의 안전을 위한다는 사명감을 최우선으로 삼는 베테랑이다. 그런데 고질병처럼 달고 살았던 허리 통증에 발목을 잡혔다. 장마가 시작되면서 출동이 급증한 가운데 들것을 옮기다 허리를 삐끗한 뒤부터 허리 통증이 악화됐다. 처음에는 일시적인 통증으로 여겼지만 임 소방장은 일주일이 지나도 증상이 심해졌고 앉았다 일어날 때 다리가 저리는 등 일상생활에 불편감이 커졌다. 부라부랴 병원을 찾은 그는 ‘요추추간판탈출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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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사회의 안전을 최전선에서 지키는 119 구급대원들의 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를 대비하며 24시간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119구급대원들은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위험천만한 현장으로 인한 신체적인 부담도 클 것이다. 요즘처럼 바쁜 시기엔 피로감이 배로 늘어나 건강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소방청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여름철에는 구조·대민출동 신고 전화가 급증한다. 2022년 8월 집중호우 시기 수도권의 구조·대민출동 신고는 연평균 대비 66% 더 많았다. 7~8월 폭우가 쏟아졌던 작년 여름에도 구조·대민출동이 56% 증가하는 등 비슷한 추세를 나타났다. 본격적인 여름철을 맞아 119구급대원의 건강에 대한 우려도 커지게 마련이다. 충분한 휴식 없이 무거운 들것을 옮기거나 고중량 장비를 착용한 채 계단을 오르내리는 등의 신체 활동이 반복되면 척추·관절 질환 발생 위험이 커진다. 특히 허리는 119구급대원이 가장 많이 통증을 호소하는 부위다. 제주소방안전본부가 소방공무원 7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1.4%가 근골격계 이상 증세가 있다고 밝혔다. 그 중 허리 부위 이상 증세를 언급한 응답자가 44.4%로 가장 많았다.
쉴 새 없이 인명구조 활동을 펼치는 119구급대원에게 허리 통증은 다양한 원인과 증상으로 나타난다. 뻐근한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 증상이 일주일 이상 지속된다면 단순한 근육통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 전문 의료진을 찾아 질환 여부를 판단해 보는 것이 좋다. 척추뼈 사이에 위치한 디스크가 손상되면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디스크는 척추뼈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한다. 무리한 운동이나 잘못된 자세, 퇴행성 변화 등으로 디스크가 손상되면 디스크 내 수핵이 새어 나와 주변 신경을 자극하게 된다. 이는 극심한 허리 통증과 하지방사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행히 대부분의 허리디스크는 수술 없이도 치료가 가능하다. 한의학에서는 추나요법과 침·약침 치료, 한약처방 등을 병행하는 한의통합치료를 통해 허리디스크로 인한 통증을 낮추고 척추의 기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추나요법은 허리 통증으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틀어진 척추·관절을 교정해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고 가동 범위를 늘리는 등 기능 개선에 효과적인 수기요법이다. 침 치료는 환부 주변 근육의 경직을 풀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한약재 성분을 경혈에 주입하는 약침 치료는 염증과 통증을 빠르게 가라앉히고 손상된 신경의 회복을 촉진한다. 체질과 세부 증상에 맞는 한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면 디스크를 비롯한 근육, 인대 등에 영양을 공급해 재발률을 낮출 수 있다.
허리디스크는 근본적인 치료를 통해 재발률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자생한방병원 연구팀은 SCI(E)급 국제학술지 ‘통합의학연구’(Integrative Medicine Research)에 게재한 논문에서 허리디스크에 대한 한의통합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연구팀이 추나요법과 침·약침 치료, 한약처방 등 한의통합치료를 6개월간 받은 허리디스크 환자들을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치료 전 시각통증척도(VAS) 기준 중증(4.39)에 속했던 통증은 치료 후 통증이 거의 없는 수준(1.07)까지 개선됐다. 허리 기능을 평가하는 기능장애지수(ODI)도 다소 심한 장애 정도인 41.36점에서 정상 수준(11.84점)으로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10년 뒤에도 유지됐다.
장마와 휴가철이 겹치며 119 신고가 늘어나는 시기다. 119 전화 신고로 접수가 몰려 연결이 되지 않는 미응답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인명구조가 필요한 사람들이 제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단순 민원 등은 110번으로 신고하면 어떨까. 허리 통증이 심할 땐 반드시 전문 의료진의 도움을 받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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