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2011년 6월 30일 오후 2시쯤 경기도 부천의 한 아파트 단지 내 공원에서 시신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수풀이 우거진 나무 아래 쓰러져 있던 수상한 물체는 한 여인의 주검이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쳐 있지 않은 알몸 상태인 시신은 반듯하게 눕혀진 채 만세를 부르듯 머리 위로 팔을 쭉 뻗고 있었다. 얼굴 안면부와 왼쪽 다리 전체의 연부 조직과 피부는 소실돼 있는 상태였다. 현장에서 발견된 건 자연적으로 탈모 된 머리카락뿐이었다.
부검 결과 피해자는 키 158㎝의 보통 체형을 가진 40대 중후반 여성이었다. 혈액형은 A형이었다. 최소 2~3개월 전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부패 및 사후 손상으로 추정되는 소견 외 사망 사인으로 단정할 만한 소견은 없었다.
얼굴도 알아볼 수 없고 피해자의 유류품 하나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건 지문뿐이었다. 하지만 끔찍하게도 시신의 모든 손가락, 발가락이 절단돼 남아 있지 않았다.
◇5개 공원 입구서 현장까지 5분, 매우 가파른 길…범인 2명 이상일 가능성, 목격자 없었다
경찰은 시신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뒤 유기된 것으로 보고 수사에 돌입했다. 우선 시신이 발견된 장소인 공원에 주목했다.
원래 야산이었던 현장은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공원이 됐다. 주민들은 이곳을 단지와 단지 사이로 오가는 지름길 겸 산책과 운동을 하는 휴식 공간으로 사용했다.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새벽 시간을 틈타 범행한다고 해도 언제 어디서 사람이 지나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유기 장소로 꼽은 것은 의아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수상한 장면이나 수상한 사람을 봤다는 목격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범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다음 공원에 시신을 옮겨 유기했을 가능성이 높게 검쳐졌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같았다. 현장에서 피해자의 유류품, 이곳에서 범행이 이루어졌다고 보이는 흔적도 전혀 없었다는 점이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그렇다면 범인은 혼자였을까. 5개의 공원 입구에서 시신이 유기된 현장까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분 이내로 짧았지만 상당히 가팔랐다. 맨몸으로도 오르기 힘든 길에 시신을 들고 이동하는 건 쉽지 않은 데다 사람들 눈까지 피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
아무리 새벽에 이루어졌다고 해도 발각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혼자 힘으로 이처럼 대범한 행동을 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전문가들은 범인은 2명 이상일 것이라 추정했다.
◇경찰 수사력 총동원…현장 인근 4900여 세대 탐문, 실종자 3600명 대조, 통화 410만 건 분석
경찰은 강력 3개 팀, 실종 수사팀, 지방청 광역수사대까지 총동원해 수색 작업을 시작했다. 현장을 둘러싸고 있는 아파트 5개 단지 3300여 세대, 인근의 주택가 1600여 세대에 대한 탐문 수사를 진행했다.
아파트에 설치된 500여 대의 CCTV 분석도 실시했지만 소득은 없었다. 시신에서 채취했던 DNA를 토대로 비슷한 시기 실종신고가 돼 있는 전국 3600여 명과 일일이 대조 작업을 벌였지만 일치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 밖에도 현장 인근에 1개월간의 통화 기록 410만 건에 대한 분석도 진행했지만, 의미 있는 자료를 확보하지는 못했다.
◇국내 최초로 피해자 얼굴 복원 작업 진행…전국 치과·치기공협회 협조 구했지만 성과 없어
경찰은 피해자의 신체적 특징 두 가지에 주목했다. 오른쪽 엉덩이에 지름 5㎝의 마름모 모양 몽고점과 기형 치아였다. 여성은 윗니 3개, 아랫니 3개에 보철 치료를 받은 흔적과 치료받은 윗니 좌측의 움푹 파인 독특한 형태의 기형 치아를 갖고 있었다.
사건 현장 인근 치과를 찾아가 수소문했지만 이런 형태의 치아를 가진 환자를 치료했다는 의사는 없었다. 전국 치과의사들에게도 피해자 치아에 대한 정보가 신문에 실려 발송됐다. 경찰은 전국치기공사협회 협조를 받아 정보를 홈페이지에 올리고 수도권에 있는 5000여 명의 치기공사에게 이를 전송했다.
경찰과 한 대학 응용해부학 연구팀은 훼손 전 피해자의 얼굴을 복원하는 작업을 국내 최초로 실시했다. 이를 토대로 복원된 피해자 얼굴과 특징이 담긴 전단을 전국에 배포하기도 했다.
◇경북 영천 실종 40대 여성과 DNA ‘불일치’ 판정, 수사 원점…그 사이 시신은 화장 처리
얼마 뒤 한 통의 제보 전화가 걸려 왔다. 경북 영천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다 어느 날 갑자기 행방불명된 40대 여성과 닮았다는 내용이었다. 실종된 여성이 가진 외모와 신체적 특징은 피해자와 상당히 유사했다.
경찰은 피해자의 갈비뼈에서 채취한 작은 양의 뼈와 실종자의 가족 중 한 명의 DNA 긴급 대조를 의뢰했으나 결과는 아쉽게도 불일치였다. 수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범인에 대한 단서나 증거를 찾지 못하는 사이 피해자의 시신은 무연고자로 분류돼 행정 절차를 거쳐 화장 처리되면서 사건은 13년째 미제로 남아 있다.
댓글1
쪼꼬버블티
역시 새상은 무서워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