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상에서 궁금한 것들, 해보고 싶은데 귀찮은 것들, 그리고 ‘왜 저게 화제가 되는거지?’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Z세대 기자들이 직접 해보고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혹시 Z세대 기자들이 해봤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면 언제든 이메일로 제보해 주세요. 늘 환영입니다.
‘포토프레스(Photo-press) 세대’라는 말을 들어봤는지 궁금하다. 사진(Photo)과 표현하다(Expess)의 합성어로 사진을 통해 기록과 표현을 하는 특징을 지닌 MZ세대를 가리키는 신조어다.
일상에서 음식, 사람, 풍경 등을 찍는 것뿐만 아니라 주기적으로 비싼 돈을 지불하고 전문 사진작가에게 촬영을 맡겨 자신의 모습을 남기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평범한 사진을 찍을 때도 다양한 종류의 카메라를 쓰는 것이 유행의 핵심이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스마트폰이 상용화되기 전에만 쓰였고 언젠가부터 외면받던 카메라들이 다시 일상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Z세대인 기자 역시 사진 찍기와 블로그 등을 즐기며 ‘기록’에 무척이나 신경을 쓰는 편이다. 여행을 갈 때면 누구도 보지 않을(?) 브이로그를 촬영하기도 한다.
기자가 보유한 카메라는 총 6대다.
사진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삼촌께서 주신 오래된 필름카메라, 역시 같은 이유로 선물 받은 일회용 필름카메라, 감성샷을 위해 들고 다니는 아이폰6S, 뉴진스의 ‘디토’ 뮤비 감성을 내기 위해 구매해본 레트로 캠코더, 어린이용 토이 카메라, 현재 쓰고 있는 아이폰14 프로다. 기자의 사진 사랑(?)에 부장과 동료 기자들은 놀라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에도 몇 분마다 사진을 찍고, 구세대 아이폰을 항상 갖고 다닐 정도로 촬영을 즐기는 기자가 더욱 몰입해 ‘포토프레스 Z세대’를 체험했다. 기존에 갖고 있던 장비에 디지털카메라, 요즘 너무나 흔해진 포토부스 사진까지 더해 리뷰를 남겨봤다.
명불허전 흐림 필터 ‘옛날 아이폰’
삼성은 안된다. 꼭 아이폰이어야만 한다.
아이폰만의 ‘흐림’ 감성을 여전히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10년 가까이 지났으나 기자도 처음 아이폰을 쓰던 날 카메라부터 켜서 이것저것 찍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카메라가 두세 개씩 장착된 최신 아이폰의 사진은 심장을 울리지 않는다.
뒤에 소개할 다른 것들에 비해 가격이나 실용성, 그리고 무게 등 모든 면에서 단연 최고라 꼽을 수 있는 카메라다. 약간의 노이즈와 함께, 같은 걸 찍어도 더 아련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이 포인트다.
단점이라 하면 조명이 필수라는 것이다. 사실 풍경보다는 셀카 위주로 찍는 것이 좋고, 가까이 있는 물체만 잘 찍을 수 있다. 조금만 어두워도, 조금만 멀어도 금방 못 봐줄 사진이 된다. 나름의 매력은 있겠으나 적재적소 활용, 그게 중요하다.
무거워도 비싸도…감성 충만 ‘필름카메라’
요즘은 일회용으로도 많이 나와서 잘 몰라도 사용이 쉽고 일상적으로 많이 쓰이는 필름카메라(필카).
그게 아닌 이상, 처음부터 끝까지 손 닿지 않는 곳이 없다고 봐야 한다. 세팅하는 것부터 셔터를 눌러 필름을 끝까지 사용하고 사진관에 맡길 때까지 제법 신경을 써야 한다. 보통은 조작 방법을 익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나름(?) 전공생이었던 영상학도 기자 역시 필름카메라를 만질 때마다 유튜브 영상을 돌려보며 참고하는 편이다.
흑백이나 컬러뿐만 아니라 같은 카메라여도 필름 종류에 따라 노란빛, 푸른빛을 띠는 등 각기 달라지는 색감이 매력이다. 또 디자인이 천차만별인 데다가 작고 예뻐서 ‘필카로 사진을 찍는 모습을 찍은 사진’도 필수다. 조절만 잘한다면 화질도 나쁘지 않다.
필카는 사실 이 분야 중 단점이 최고(?)로 많다.
요즘은 가벼운 일회용도 많다지만, 기본적으로는 들고 다니기가 꺼려질 정도로 무거운 데다 한정된 장수가 단점이다. 필름 가격도 만만찮아서 카메라 본체 외에도 주기적으로 돈이 든다. 수리가 필요한 경우도 종종 생겨 지갑이 털리기(?) 일쑤다. 게다가 촬영하고 바로 확인할 수 없으니 찍는 순간부터 나는 이 사진의 존재 여부조차 확신할 수 없다.
이렇게 말하니 필카를 싫어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 사실 매우 사랑한다. 기자는 평소 보부상처럼 많은 짐을 선호하면서도 약속이 있으면 꼭 필름카메라를 챙긴다. 써본 만큼 단점도 보인다. 왠지 모를 애증의 존재다.
있을 건 다 있는 묘한 매력, ‘디지털카메라’와 ‘토이 카메라’
어렸을 때 놀러 가면 아빠가 꼭 디지털카메라(디카)로 사진을 찍어주셨는데, 스마트폰에 밀려 서랍 속에 방치된 지 오래였으나 유행이 다시 시작됐다.
기자의 친구 중에서는 유독 디카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밖에 나갈 때면 꼭 챙겨 다니고, 며칠 동안 찍은 사진을 모아 블로그에 한 번에 올리는 친구들도 많다.
자칭타칭 디카 마니아인 기자의 친구는 “구린(?) 화질 속에서도 있을 기능은 다 있고, 그 조그만 거로 영상이 찍히고 소리까지 들어간다는 사실 자체가 재밌다”고 애착을 가지는 이유를 설명했다. 예전에는 실제로 많이 사용했다는 사실도 손이 가는 이유 중 하나다. 그 시절 추억이 떠오른다.
물론 화질이나 음질에는 큰 기대를 걸 수 없다. 사진을 옮기는 데 번거로움이 있고, 충전도 해야 한다.
기자는 디카를 갖고 있지 않으므로 비슷한 장비인 토이카메라 자랑도 덧붙여본다.
디카처럼 가볍고, 아주 작은 것이 특징이다. 귀여워서 소품용으로도 문제없다. 그러면서도 조작법이 매우 간단하다. 원래는 복잡한 기기 작동이 어려운 어린이를 위해 출시된 제품이지만 카메라치고는 매우 저렴한 가격과 ‘갖출 건 다 갖춘’ 매력에 구매해 쓰게 됐다. 필터도 선택해 찍을 수 있다.
역시 화질과 음질은 뛰어나지 않고, 옮기고 충전하는 귀찮음이 수반된다.
Y2K 감성의 끝판왕, ‘레트로 캠코더’
뉴진스의 ‘디토 감성’을 모르는 Z세대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뉴진스뿐만 아니라 수천만 원에 달하는 좋은 카메라 장비를 두고 일부러 빈티지 카메라를 활용하는 뮤직비디오나 콘텐츠를 흔히 볼 수 있다. ‘좋은 건 좋은 화질로 봐야만 한다’는 신조를 지닌 기자는 열혈 K팝 팬으로서 이런 문화를 반기지는 않지만 큰 유행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기존 카메라와 달리 복잡한 조정이 필요 없다. 무엇보다 생김새가 귀엽다. 어린이용으로 나온 것을 고려하면 그들의 마음을 저격할 요소들로 꽉 찬, 가성비가 아주 좋은 제품이다.
복잡한 매만짐이 필요 없다고 했지만…분명 날짜 설정을 제대로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한여름 하천의 오리들이 새 학기 오리(?)로 둔갑한 것은 이해 바란다. 아주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세부적인 기능은 써보면서 익혀야 수월하게 찍을 수 있다.
역시나 화질과 음질은 좋지 않다. 특히 녹화를 위해 출시된 제품인데도 영상이 끊기는 특징이 있다. 크게 많은 걸 찍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종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기자가 소유한 캠코더는 소리도 매우 크게 나서 조용한 곳에서는 촬영을 한다고 동네방네 광고하는 셈(?)이라 찍기 민망하다는 단점도 있다.
‘네 컷’ 사진, 보고 만질 수 있는 추억
기자는 친구들과 찍은 네 컷 사진 전용 파일이 있을 정도로 포토부스에서 사진 찍기를 즐긴다. 처음 만났든, 10년을 알았든 약속의 마무리는 사진이다.
요즘은 여러 아이돌, 배우뿐만 아니라 2D 캐릭터와도 함께 사진 촬영이 가능한 프레임을 선보여 인기다.
실물사진이 내 손안에 남는 것은 큰 장점이다. 평범하게 누군가를 만난 하루하루의 기억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생생하게 해준다. 단점이랄 것도 많지 않다. 이벤트성 프레임으로 촬영하려면 가격이 올라가기는 하지만 보통은 두 장에 4000~5000원 선으로, 친구들과 찍기에 가격 부담이 크지 않다.
다만, 포토부스 사진만 수십 장도 넘게 찍어본 입장에서 얘기해보면 브랜드나 지점마다 필터나 보정 정도에 차이가 매우 커서 헛돈 쓰는 경우가 자주 있다는 것이다. 한 번 구매하면 계속 쓸 수 있는 카메라 종류와 달리 매번 돈을 써야 하니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초고화질은 싫지만, 기록은 중요한 사람들
회사에서 기자가 평소 들고 다니는 ‘사진용 휴대전화’와 ‘무거운 필름카메라’ 등의 존재를 밝히자, 의아하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지금 쓰는 휴대전화로 찍는 게 화질도 좋고 잘 나오는 거 아니야? 그걸 굳이 왜 써?”
그게 핵심이다. 화질이 너무 좋으면 안 된다.
풀HD를 넘어선 4K UHD 시대에 모두는 언젠가부터 선명히 보는 것에 익숙해졌다. 얼굴을 비추면 모공 하나, 나의 모든 점 하나하나가 잘 보이도록 발전해 온 지금의 카메라는 꽤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데다가 가끔은 피곤하기까지 하다. 굳이 ‘잘 보고 싶지 않은’ 것도 이유 중 하나고, 지나친 선명함은 ‘감성샷’과도 거리가 있다.
가수 이하이는 시력이 나쁜데도 시력 교정용 렌즈나 안경을 끼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 이유를 ‘세상을 흐리게 보고 싶은 마음에’라고 설명했다. 이는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다. 사진이라고 다를 건 없다. 조금 흐릿한 게 더 아름다울 때도 있다.
이 중 유일한 최신식(?)카메라 기법인 포토부스의 ‘네 컷’ 사진은 다르지만, 꽤 비슷한 이유로 인기다. 그 어떤 사진이나 콘텐츠도 스마트폰 속에 모두 수납되는 시대에 아날로그식으로 ‘만질 수 있는’ 기록이 남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블로그나 유튜브 브이로그처럼 두고두고 볼 수 있는 일상의 기록도 비슷한 유형이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삶의 작은 것도 하나씩 남기는 것 자체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흔히 ‘Z세대는 사진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나타낸다’는 식의 문장으로 분석된다. 부정할 수는 없으나, 꼭 그렇다고만 할 수도 없다. 기록하는 방법이 다양해진 것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뿐이다.
인류역사상 가장 많은 사진을 남기고 있는 21세기만의 대유행. 또 어떤 새로운 기록의 방식이 Z세대를 흔들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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