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리비안이 폴크스바겐으로부터 50억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리비안은 한때 ‘애플 인수설’까지 돌았으나 대규모 자금 확보로 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리비안은 이번 폴크스바겐과 투자유치 협약으로 자금에 숨통이 트이면서 향후 중저가 신모델 생산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대규모 추가 투자 유치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리비안은 폴크스바겐과 모두 50억 달러(약 6조959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는 내용을 빼대로 협약을 맺었다.
폴크스바겐은 초기 투자금 10억 달러를 우선 들여 리비안과 전기차 기술을 개발하는 합작 회사를 차리고 최대 50억 달러까지 순차적으로 투자금을 늘리기로 했다.
리비안이 폴크스바겐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방법에는 자사 지분 30억 달러(약 4조1679억 원) 어치를 폴크스바겐에 매도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번 투자 협약이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으면 폴크스바겐이 리비안의 주요 주주로 등극할 수 있게 된다.
리비안의 최대 주주는 16.04% 지분율의 아마존이다. 폴크스바겐이 계획한 금액을 들여 리비안 지분을 매수하면 아마존와 엇비슷한 수준의 지분을 확보해 주요 주주로 오를 수 있다.
리비안은 2023년 순손실만 54억 달러(약 7조5130억 원)를 기록하며 자금 부족으로 위기에 놓였다는 시각이 많았는데 이번 폴크스바겐과 협약을 통해 이런 우려를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동차 시장 분석업체 SSO리포트의 스콧 셔우드 설립자는 “리비안은 그동안 대형 투자사를 갖고 있지 못했는데 이번 폴크스바겐의 투자는 마치 생명줄과도 같다”라고 설명했다.
두 회사의 투자 협약에는 리비안이 폴크스바겐에 전기차 소프트웨어를 즉시 제공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는 리비안의 전기차 플랫폼 경쟁력이 증명된 것으로 여겨진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폴크스바겐이 리비안의 기술을 바탕으로 합작사를 설립하며 여기서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향후 두 회사의 신차들에 적용할 것”이라고 짚었다.
리비안은 ‘제2의 테슬라’로 기대를 모으며 전기차 시장에 등장했다. 아마존에 10만 대의 전기 배달밴을 공급하는 기업 사이 거래(B2B)로 성과를 내며 성장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리비안은 2023년 기존 예상보다 많은 생산량을 달성하며 신생 기업들이 경험과 자원 부족으로 으레 겪는 ‘생산 지옥’도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아직 순이익을 달성할 정도의 판매량에는 미치지 못해 자금 부족 문제가 꾸준히 거론돼 왔는데 이번 폴크스바겐과 협약으로 마지막 퍼즐을 맞춰낸 셈이다.
리비안은 든든한 자금줄을 바탕으로 각각 2026년과 2027년 출시를 예고한 중저가 차량 R2와 R3 생산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리비안은 테슬라의 성공을 재현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전기차 스타트업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기업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다.
리비안은 폴크스바겐과 협약을 맺기 전에는 ‘애플카’ 위탁생산 기업 후보로도 언론에 오르내렸던 기업이다.
전기차만 제조해 친환경 이미지를 선점한 데다 차체와 주요 부품까지 자체 생산 라인을 갖춰 애플이 눈독을 들인다는 말이 나왔던 것이다.
애플이 최근 전기차 프로젝트를 철회한 뒤에는 리비안을 아예 인수할 가능성까지 나오기도 했다.
리비안이 이번 폴크스바겐과 협약을 계기로 다른 완성차 기업으로 협력 대상을 넓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기차 제조에 어려움을 겪는 다른 기업들이 폴크스바겐과 같은 방식으로 투자해 리비안이 대규모 추가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리비안이 폴크스바겐에 전기차 전용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협력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시나리오는 얼마든지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협약은 리비안에 투자나 파트너십을 고려하도록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을 유인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