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잔액이 사상 첫 40조원을 넘어서면서 카드사 영업방식에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카드 대출 이용자 대부분이 급전이 필요한 취약차주인터라 연체율이 악화될 수 있어서다.
27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NH농협카드)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0조5186억원을 기록,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으로 저축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자, 카드론을 찾는 수요가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론은 카드사에서 제공하는 ‘장기카드대출’ 서비스다. 별다른 심사 과정 없이 신용을 담보로 제공하는 대출로 통상 14% 이상의 높은 금리가 적용된다. 현재 9개 카드사의 평균 카드론 금리는 14.25%다.
카드사별로 보면 신한카드가 8조151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증가폭은 1%대였지만, 금액은 카드사 중 최대다. 이어 KB국민카드(6조8205억원)와 삼성카드(6조995억원)도 6조원대의 카드론을 보유하고 있다. BC카드의 경우 금액은 413억원으로 가장 적었지만 증가율은 241%로 최고였다. 금액으로는 현대카드가 8100억원 가량을 늘려 가장 많았다.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도 증가 추세다. 지난달 말 기준 9개 카드사의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1조9106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1조3417억원) 대비 42.4% 급증했다. 대환대출은 카드론을 통해 빌린 돈을 상환하지 못해 다른 카드사의 카드론을 통해 갚는 일종의 돌려막기다. 카드사 입장에선 언제 갚을지 모르는 부실 대출로 평가된다.
그나마 카드론을 줄이고 있는 곳은 하나카드가 유일하다. 하나카드의 경우, 1년 전에 비해 카드론 잔액은 10%, 현금서비스는 25% 가량 줄였다.
문제는 카드사 건전성지표인 연체율이 계속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1분기 기준 카드사 평균 연체율은 1.84%로 전년 동기 대비 0.39%포인트 올랐다.
떼먹힌 돈도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NH농협카드를 제외한 전업카드사 8곳의 부실여신(채권) 잔액은 1조9095억원으로 집계됐다. 부실여신은 금융사가 빌려준 돈에서 3개월 이상 연체된 금액을 뜻하는데, 전년 동기(1조4900억원) 대비 37% 넘게 불어났다. 이에 따라 1분기 평균 고정이하여신비율(NPL)도 1.37%로 지난해와 비교해 0.41%포인트 늘었다.
이는 곧 충당금 부담으로 귀결된다. 대손충당금이 늘어나면 순이익은 줄어들게 된다. 건전성 악화가 곧 카드사 이익 감소로 귀결될 수 있는 만큼, 대출상품에 치중된 영업전략을 멈춰야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사들이 본업에서 수익이 안나다보니 카드론 등 대출상품을 통해서 수익을 내고 있지만, 현재 이상으로 카드론을 늘리기엔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크다”며 “연체율이 높아지면 카드사가 적립해야하는 대손충당금도 늘어나 결국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카드론 잔액을 늘리는 일은 여기까지만 해야한다”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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