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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SK(034730) C&C와 SK㈜의 합병 지주사 출범 후 매년 급증하던 SK그룹의 연결 기준 자회사 수가 올해 들어 순감소 추세로 접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SK가 지난 수년간 지속해왔던 인수합병(M&A) 및 투자 확대 기조에서 벗어나 최근 그룹 전반에서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이 실제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말 SK수펙스 의장에 취임한 최창원 부회장이 그룹 내 중복 사업 재편을 최우선 순위에 올려두고 있어 그룹의 이 같은 기조는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이노베이션(096770) 같은 중간 지주사들이 다른 자회사와의 합병을 고려함과 동시에 핵심 사업에서 벗어난 계열사 매각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이달 열리는 그룹 경영전략회의 이후 작업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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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SK의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국내외 연결 자회사 수는 총 698개로 지난해 말 716개 대비 18개 감소했다. 이 기간 SK그룹에서 매각된 자회사 수는 17개, 흡수합병되며 몸집을 줄인 자회사는 11개, 청산된 자회사는 1개로 집계됐다. SKC(011790)가 SK피유코어를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에 매각하며 체중 감량에 성공한 가운데 SK에코플랜트도 과거 투자했던 에너지 관련 자회사 ㈜탑선을 통해 손자회사들을 대거 정리했다. 반면 그룹 내 신규 설립된 전체 자회사 수는 11개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그룹 정점에 위치한 지주사 SK는 옛 SK C&C가 기존 SK㈜를 흡수합병해 9년 전 출범했다. SK는 이후 사업 영역을 첨단소재·바이오·그린·디지털 등 크게 4개로 나누고 각 분야에서 사모펀드(PEF) 등과 함께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왔다. 실제 2018년 260개였던 SK그룹 내 자회사 수는 2020년 325개, 2021년 454개, 2022년 572개로 늘었으며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700개를 돌파하는 등 5년 만에 456개나 늘었다.
그 결과 SK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집계하는 그룹 자산 총액 순위에서 2021년부터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재계 2위로 올라섰다. 공정위의 지난해 말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보면 SK의 계열사 수(국내 한정)는 219개로 삼성(63곳), 현대차(70곳) 등 다른 그룹사를 압도하고 있다.
M&A 시장의 큰손이던 SK가 투자 확대 정책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그룹을 이끌던 기존 부회장 4인이 퇴진하고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 부회장이 SK수펙스 의장으로 선임된 게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최 부회장이 포트폴리오 재편이라는 과제를 맡고 실제 계열사별 중복 사업 정리에 나서면서 이 같은 현상이 벌써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SK㈜만하더라도 과거에는 한 해 동안 M&A 등에 자기자본을 1조 원씩 투입해왔고 그룹 전체에서 외부 투자자들과 함께 신사업에 투입한 자금은 한 해 최대 20조 원에 달했다”면서 “시장에 유동성이 축소되고 배터리 등 핵심 신사업에 위기감이 감돌자 그룹 정책이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하는 쪽으로 바뀌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 시장에서는 SK그룹의 사업 재편과 관련한 여러 시나리오가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매년 수조 원의 신규 투자가 절실한 배터리 자회사 SK온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거론되고 있다. 투자 중간 지주회사인 SK스퀘어의 자회사 정리 방안과 M&A로 부채가 급증한 SK에코플랜트의 재무구조 개선 방안도 핵심 안건이다.
또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병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SK온을 SK엔무브와 합병해 상장하는 방안,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SKIET) 지분을 매각해 투자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이에 앞서 SK온은 신규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자 국내 대형 증권사들을 통해 창사 후 처음으로 5000억 원어치 사모 영구채를 발행하기로 확정했다. SK네트웍스(001740)도 자회사 SK렌터카 지분 100%를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8200억 원을 받고 매각하는 절차를 연내 마무리할 예정이다.
특히 최근에 SK그룹은 신사업 자금 마련을 위해 산업은행에 금융 지원 요청을 하고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2차전지 계열사인 SK시그넷·넥실리스·IET 등에 대한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재계와 IB 업계의 시선은 28일부터 이틀간 경기도 이천에서 열리는 SK그룹 경영전략회의에 모아지고 있다. 이번 회의는 사업 재편 방향이 나올 때까지 최고경영자 간 끝장 토론 형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SK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서 그룹 전체 중복 사업 재편 방향성이 논의되고 여기서 도출된 결론을 바탕으로 각 계열사 이사회가 최종 매각 등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는 “현재 거론되는 합병안과 산업은행 지원 등의 밑그림이 그려지면 사모펀드에 매각할 비핵심 자산 정리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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