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위험 없는 대용량 ESS 레독스 흐름전지
고가 바나듐 대체하는 활성물질 비올로겐 적용
대용량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레독스 흐름전지’의 활성물질을 보다 저렴한 물질로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26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따르면 황승혜 에너지저장연구단 박사 연구진은 대용량 에너지 저장 장치로 주목 받는 레독스 흐름전지의 활성물질을 대체하고 용해도, 안정성을 개선하는 작용기를 도입해 성능과 수명을 대폭 향상시키는데 성공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기상 상황이 좋을 때 생산된 전기를 8시간 이상 저장하고, 필요 시 다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장주기 에너지 저장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 중 레독스 흐름전지는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리튬이차전지에 비해 화재 위험성이 낮고 20년 이상의 긴 수명을 갖고 있어 전세계적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2030년 전후 보급을 위해 저가화, 고효율화를 중점으로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레독스 흐름전지의 활성물질로 바나듐이 상용화돼 있지만 매장량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이를 대체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자연계에 존재하는 탄소, 산소 등의 물질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유기 화합물 비올로겐은 가격이 저렴해 바나듐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로 가장 주목받고 있다.
다만 비올로겐이 지닌 낮은 용해도로 인해 전체 에너지밀도가 낮아지는 점과 충방전이 반복될수록 저장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갖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연구진은 비올로겐에 작용기를 도입해 문제를 해결했다. 작용기는 마치 조립 블록처럼 비올로겐 안에 끼워져 용해도와 안정성을 향상키시는 역할을 수행한다.
연구진은 비올로겐의 용해도를 높이기 위해 물에 친한 성질을 지닌 술폰, 에스테르 작용기를 도입했다. 2개의 작용기는 비올로겐의 표면에서 물(전해액) 분자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분자끼리 끌어당기는 힘을 발생시키고 비올로겐이 물에 쉽게 퍼질 수 있도록 돕는다.
또 비올로겐은 샌드위치와 같이 2개의 분자판을 갖는 판상 구조로 구성돼 있는데, 충전이 진행되면 판이 합쳐지는 반응이 빈번히 일어나 더 이상 에너지를 저장할 수 없는 구조로 바뀌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장애물 역할을 수행할 알파-메칠 작용기를 도입했다. 도입된 작용기는 판상 구조에 뒤틀림을 주고 분자 간에 반발력을 일으켜 반응을 억제함으로써 에너지 저장의 효율과 안정성을 향상시켰다.
연구진이 개발한 활성물질을 레독스 흐름전지에 적용한 결과,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 대비 에너지 밀도가 2배 이상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 또 200회의 반복 충방전에도 99.4%의 쿨롱 효율(충전용량 대비 방전용량), 92.4%의 용량 유지율을 나타내 성능과 안정성 모두 향상된 결과를 얻었다.
황승혜 박사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저가이면서 장수명 특성을 갖는 레독스 흐름전지 개발을 통해 에너지 저장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저가와 장수명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활물질 설계가 가능해 레독스 흐름전지의 조기 상용화에 기여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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