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병사를 자식처럼 여기면 어디든 따를 것이다. 병사를 사랑하는 자식 대하듯 하면 목숨을 바쳐 충성할 것이다.’
이 문장은 춘추전국시대의 전략가인 손자가 ‘손자병법’에 기록한 것이라고 한다. 손자는 병사를 자기 자식처럼 여기라고 했고, 병사를 한낱 미물로 대하는 장수는 승리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시행령’에 따르면 군기(軍紀)의 목적은 지휘체계를 확립하고 질서를 유지하며 일정한 방침에 일률적으로 따르게 해 전투력을 보존·발휘하는 데 있다.
군기는 우리 군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하는 정신전력의 바탕이 된다. 군대가 군기를 생명과 같이 여기며, 늘 군기를 엄정하게 세워야 하는 이유다.
손자의 조언대로 부하들에게 온화한 덕(德)을 베풂으로써 존경받는 덕장(德將)이라면 그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군기를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는 쉬운 방법이 아닌데다, 기초군사훈련 등 신병교육이 5주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논란이 된 군기훈련(얼차려)의 필요성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현행법과 육군 군기훈련 규정은 군기훈련이 인권침해 소지가 없어야 하고 훈련 대상자가 정신수양과 체력단련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해놨다.
군기훈련은 하루 2시간 이내로 실시하되 1시간 초과 시 중간에 10분 이상의 휴식시간을 부여해야 하며, 체력단련으론 ‘완전군장 상태에서 보행’, ‘앉았다 일어서기’, ‘팔굽혀펴기’ 등을 지시할 수 있다.
그러나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을 죽음에 이르게 한 군기훈련은 육군 규정에 없는 완전군장 상태의 구보와 팔굽혀펴기 등이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과도한 훈련을 막기 위해 군기훈련 명령권자는 매년 6월과 12월에 군기훈련 결과 등을 장성급 지휘관에게 보고하도록 나름의 장치를 두고 있지만, 규정 위반에 대한 처벌 조항이 따로 있진 않다.
군기훈련 규정 위반 시 이와 유사한 가혹행위로 처벌을 할 게 아니라, 군기훈련 규정 위반에 관한 구체적인 처벌 조항을 신설하는 방식 등으로 규정을 보다 강력하게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또 군기훈련 전 훈련대상자의 신체상태를 고려하도록 하고 있지만, 의학적 지식이 부족한 명령권자가 아니라 전문 의료진 차원의 정확한 문진이 있어야 한다.
국회 국민 청원으로 제기된 ‘규정을 어긴 군기훈련 등에 대해 병사가 이를 거부하고 불이행할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도 군기 확립을 보장하는 선에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육·해·공군 별로 다른 군기훈련 규정도 일원화해야 한다. 일례로 국방부 직할부대에 모인 각 군의 장병들이 함께 군기훈련을 받을 때 각기 다른 규정을 적용받는 웃지못할 일도 벌어진다고 한다.
육군훈련소장을 지낸 고성균 예비역 소장은 지난 11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군 당국이 우수 간부를 획득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덕장과 같은, 올바른 리더십을 갖춘 간부가 군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아무리 규정과 시스템이 정비돼도 결국 유사한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중대장과 부중대장은 지난 21일 구속됐다. 잘못에 대한 처벌은 마땅하지만, 이로써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훈련병 사망을 막기 위한 군의 임무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
간부도 군인이다. 군에 대한 애정과 사명감을 가진 이 군인들이 흘리는 땀을 ‘모른다’라고 말할 국민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잘못을 바로잡는 일과 대다수 훌륭한 군인들의 사기를 챙겨야 하는, 군에게는 쉽지 않은 과제가 부여된 시기라고도 할 수 있다.
군기훈련 규정 정비와 우수 간부 선발을 병행하되, 무엇보다도 이 모든 건 군의 사기를 저하시키지 않고 강한 훈련을 유지해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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