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전 10시30분 경기 화성 서신면 전곡리 전곡산업단지에 입주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23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 6명이 경상을 입는 등 총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사업장 폭발 화재 사고 중 역대 최다 사망자를 낸 사고로 기록됐다. 직전 기록은 1989년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럭키화학 사고로 16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당했다.
아리셀 공장은 상시근로자 50명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 1월27일부터 5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서도 중대재해법이 전면 시행된 만큼 아리셀 공장도 대상에 포함된다.
고용부는 사고 인지 후 산업안전보건본부에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를, 경기지청에는 지역산업재해수습본부(이하 지산본)를 구성해 즉각 대응에 나섰다. 또 산업안전보건본부와 경기고용노동지청에 본부와 지방을 잇는 ‘수사전담팀’을 구성하면서 본격적인 중대재해법 조사에 나섰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오후 열린 중앙사고수습본부 긴급 관계기관 회의에서 “사고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해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가려야 할 것”이라며 “현장 감식, 사업장 관계자 등에 대한 조사를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해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한 결과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된다면 엄중하게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 사고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처벌 대상은 구체적으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경우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 적용된다.
단 무조건 처벌 받는 것은 아니다.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이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관리해야 하는 의무를 어기고 소홀히 한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 고용부는 경찰과 소방 등의 현장 감식이 끝나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는 지난 2022년 2월11일에 발생한 여천NCC 여수공장 열교환기 폭발 사고로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을때도 공장장 등 7명과 원·하청 업체 대표 등 2명을 수사한 뒤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에 송치한 바 있다.
검찰은 이들이 설비 관리를 소홀히 하고 기밀시험 시 위험방지에 관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들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이들은 중대재해법 혐의에 대해선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조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려웠다는 판단이다.
이번 사고 사망자 중 20명이 외국인으로 확인된 가운데 정부는 이들의 불법체류 여부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이들은 고용허가제(E-9) 인력으로 입국한 외국인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아리셀의 모회사인 에코넥스 박순관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화견에서 “일용직 노동자 불법 파견은 없었다”며 “안전교육도 충분히 했고 보관 상태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전국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은 이날 이번 사고가 예견된 참사라고 입장문을 냈다.
민주노총은 “리튬 일차전지는 그동안 많은 화재 사고의 원인이 됐는데도 사업장 안전은 무대책으로 방치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이후 7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대전 아울렛 참사도 2년 가까이 기소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며 “수사도, 기소도, 처벌도 제대로 하지 않는 실태가 반복되는 중대재해의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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