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메타와 구글 등 주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 기업과 서비스 공급 논의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거대 IT 기업으로서 존재감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애플은 AI 기술 개발이 늦어 ‘후발주자’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평가를 한때 들었지만 강력한 하드웨어 기반을 바탕으로 AI 유통망을 쥐락펴락하는 ‘플랫폼’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메타는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서비스인 라마(Llama)를 애플 기기들에 통합하는 방안을 협상하고 있다.
애플의 하드웨어 및 운영체제와 AI를 연동해 사용할 수 있으면 라마 사용자 입장에서 상당히 편리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별도의 앱 실행 없이도 아이폰 등 기기에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플랫폼 안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메타와 같이 생성형 AI 후발주자에게 이는 분명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애플의 플랫폼에서 생성형 AI 유료 서비스를 판매해 수익화 시점을 앞당길 수 있어 메타 외에 다른 기업도 애플과 협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상황을 잘 아는 취재원들 발언을 인용해 “구글과 앤트로픽 및 퍼플렉시티 모두 애플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픽셀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구글 정도를 제외하면 하드웨어 없이 소프트웨어 사업만 하는 기업들이 대거 애플과 제휴를 위해 줄을 섰다는 이야기다.
생성형 AI는 2022년 11월 챗GPT 발매 당시에는 혁신적으로 여겨졌지만 현재는 출시한 회사들이 늘었다.
따라서 기술만으로는 차별화가 쉽지 않아 어떻게 소비자를 끌어들일 지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는데 ‘애플과 손을 잡는 것’이 해법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애플은 그동안 다른 빅테크들과 비교해 자체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상대적으로 뒤처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챗GPT를 추격하기 위해 ‘애플 GPT’라는 이름의 AI 서비스 개발했다는 관측이 2023년 7월 나왔지만 이조차도 기업 내부에서 직원들끼리만 사용하는 용도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 오픈AI와의 챗GPT 공급 계약을 시작으로 메타와 구글까지 공급사로 줄을 서려는 모습에 애플의 저력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시각이 나온다.
활성화 기기만 20억 대가 넘는 아이폰을 포함해 이미 시장에 대거 판매된 애플 기기에 기반해 소프트웨어를 공급할 수 있는 잠재력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애플 시리에 챗GPT를 통합하면 오픈AI의 사용자 기반이 30~40% 늘어나는 효과를 낼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된다.
인공지능 열풍을 주도하는 오픈AI와 사이에 직접적인 금전 보상 없이 챗GPT 공급 계약을 맺은 점에서도 애플의 협상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이폰으로 챗GPT를 홍보해 주는 것이 오픈AI에 금전 보상보다 더 낫지 않느냐는 여론이 당시 애플 내부에서 돌 정도였다.
자산운용사 딥워터 애셋 매니지먼트의 애플 전문 분석가 진 먼스터는 “애플이 구축한 플랫폼의 이점은 소프트웨어의 대규모 확산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자체 AI에 집중하는 대신 공급사를 다수 받는 전략은 애플에게도 유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의 AI 서비스에만 의존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도록 해 줌으로써 서비스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AI 서비스로 옮겨갈 수 있는 여지를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삼성전자의 갤럭시AI가 안드로이드 기반이라 구글 제미나이 외에 다른 AI 서비스를 탑재하기 사실상 어렵다는 점과 대조된다. 애플이 경쟁사인 삼성전자보다 AI 서비스 다각화 측면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셈이다.
애플 또한 자체 AI 모델을 준비중인 만큼 기술 완성도를 높일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벌고 파트너십을 활용해 기술력도 키워갈 수 있다.
애플 기기를 통해 AI 기술을 배포하는 유통망 플랫폼 역할을 하면서 다른 이점도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과거 메타가 (광고정책 등) 이슈들을 둘러싸고 애플과 대립각을 세웠던 점을 고려하면 두 기업의 제휴는 인상적”이라고 평가하며 AI 유통망에서 애플의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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