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제2의 이영표’ 설영우(26·울산 HD)가 유럽 무대 진출 기회를 잡았다. 세르비아의 츠르베나 즈베즈다로 둥지를 옮긴다. 한국 대표팀 선배 황인범이 속한 팀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설영우가 ‘제2의 이영표’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다. 단순히 라이트백과 레프트백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영표처럼 축구 지능이 매우 높아 팀 상황과 경기 상황에 맞게 변신을 할 줄 안다. 유틸리티 플레이어이자 ‘꾀돌이’로서 가치를 빛낸다. 여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 병기’다.
울산과 한국 대표팀의 지난 경기에서 뛰는 것을 보면, 확실히 ‘물건’임을 알 수 있다. 측면을 기본으로 플레이하면서도 중앙 이동도 적절히 잘 펼친다. 기본기가 좋고 체력과 스피드 또한 수준급이다. 사이드백을 비롯해 수비형 미드필더, 센터백, 윙어를 두루 맡아줄 수 있다. 기본 위치에만 머물지 않는다. 쉽게 말해 수비할 때, 압박할 때, 공격할 때를 잘 알아차리고 플레이한다. 전형과 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다.
지난 1~2월 카타르에서 펼쳐진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설영우는 ‘제2의 이영표’ 향기를 확실히 내뿜었다. 조별리그 1차전 바레인과 대결에서 라이트백으로 선발 출전한 그는 후반전 초반 레프트백으로 자리를 바꿨다. 왼쪽 수비를 맡은 이기제가 컨디션 난조를 보였고, 베테랑 김진수는 부상으로 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전체적인 팀 전형이 무너질 수 있는 위기에서 설영우가 ‘멀티 능력’을 뽐내며 왼쪽으로 돌아섰고, 라이트백 김태환과 날갯짓을 펼치며 한국의 3-1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후 더 다양하게 움직였다. 레프트백으로 기본 활약을 벌이면서 기본 전형이 스리백으로 전환되면 윙백으로도 뛰었다. 한국이 뒤지고 있으면 깊숙하게 공격에 가담해 기회를 열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바아와 16강전 후반전 종료 직전 왼쪽에서 택배 크로스를 올려 조규성의 극적인 동점골을 도왔다. 한국은 설영우-조규성의 동점골 합작으로 기사회생했고, 승부차기 끝에 사우디아라비아를 눌러 이겼다.
아시안컵 ‘탁구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어려운 시간을 맞이했다. 대회 종료 후 유럽 진출 가능성이 비쳤으나 일단 울산 잔류로 가닥을 잡았다. 오른쪽 어깨 탈구 수술로 재활 중인 상황에서 유럽 진출이 이뤄졌다. 유럽 시즌이 마무리되고 전력 보강 타이밍이 열리면서 자연스럽게 즈베즈다가 설영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제 기회가 왔다. 설영우가 부상을 털어내고 그토록 바라던 유럽 무대에서 날갯짓을 가볍게 펄럭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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