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사건을 덮으려고 발악을 할 수록 더 깊은 구덩이에 빠지는 것 같다.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로드리고 벤탄쿠르 이야기다. 그는 우루과이의 한 방송에서 인종차별 발언을 한 후 비난 여론에 1차 사과문을 올렸다. 진정성에 의심을 받을 만한 사과문이었다. 손흥민의 애칭 철자도 틀렸고, 24시간 내에 사라지는 글. 그리고 무엇보다 진중함이 없는 사과문이었다.
사과문을 썼지만 오히려 논란이 더욱 커졌다. 손흥민이 벤탄쿠르의 실수를 용서한다고 했지만, 이걸로 끝나지 않았다. 징계 가능성이 열렸다. 토트넘은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했지만, 영국축구협회(FA)는 외면하지 않았다. 현재 벤탄쿠르 발언을 조사 중이고, 징계를 고려 중인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그러자 벤탄쿠르는 2차 사과문을 전격 발표했다. 핵심은 오직 손흥민을 향한 말이었다는 것. 자신은 다른 사람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의도가 읽히는 물타기다. 어설픈 전략이다. 벤탄쿠르는 손흥민만을 강조했다. 다른 사람이 아닌 오직 손흥민을 향해 그 발언을 했다고 어필했다. 왜 이런 주장을 했을까. 그의 발언이 아시아 전역으로 퍼지고 있는 상황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한국의 슈퍼스타이자 아시아 최고 스타다. 그를 향한 인종차별 발언은 아시아 전체에 불쾌감을 주기에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역시 “이번 일은 손흥민 뿐만 아니라 아시아인 전체를 모독하는 발언이다. 토트넘 구단은 벤탄쿠르에 강력한 처벌을 내려야만 하며, 이를 계기로 EPL 모든 구단에서 다시는 인종차별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벤탄쿠르의 의도가 읽힌다. 아시아 전체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그래서 벤탄쿠르는 손흥민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라고 선을 그었다. 손흥민은 자신의 사과를 받아줬으니, 문제가 해결됐다는 논리.
그런데 그의 방송 영상은 세계로 뻗어나갔고, 이미 모두가 봤다. 벤탄쿠르는 손흥민’만’을 지칭하지 않았다. “그들”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워딩은 “쏘니 사촌 거는 어떤가? 어차피 ‘그들은’ 다 똑같이 생겼다”였다. 쏘니 사촌을 언급하며 한국인 전체를 똑같이 생겼다고 말했다. 쏘니 사촌은 쏘니와 동일 인물인가? 이것부터 말이 안 맞다. 눈 가리고 아웅이다.
벤탄쿠르가 왜 이렇게까지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물타기를 할까. 손흥민의 영향으로 토트넘은 수많은 아시아 팬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을 적으로 만들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가오는 아시아 투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아시아 투어에 참여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 이런 분위기라면 아시아 투어에 그가 온다면, 엄청난 논란과 파장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그 전에 확실히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려 한 것이다.
헛수고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숙하고, 반성하고, 손흥민 한 명이 아닌 아시아에 사과하는 것이다. 그리고 토트넘은 벤탄쿠르를 아시아 투어에서 제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욱 큰 후폭풍이 찾아올 것이 자명하다.
지금 FA가 벤탄쿠르 징계를 논의하고 있다. 영국의 ‘스포츠몰’은 “한 보고서에 따르면 FA가 손흥민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조사하고 있고, 벤탄쿠르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출장 정지 위기에 처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벤탄쿠르는 다음 시즌 시작을 놓칠 수도 있다. FA는 아직 징계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벌금 또는 출전 정치 처분을 받을 위험이 있으며, 잠재적으로 2024-25시즌 시작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 보고서는 토트넘이 비공개 문제로 다루고 있지만, 토트넘의 대응은 FA 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징계가 나올 가능성이 큰 분위기다. 비슷한 상황에서 FA가 징계를 내린 전례도 있다. 그렇다면 아시아 인종차별로 징계를 받는 것인데, 아시아 인종차별 가해자를 아시아 투어에 데리고 오는 꼴이다. 이는 아시아를 무시하는 처사다. 더 큰 논란을 만들기 싫다면, 벤탄쿠르는 아시아 투어에서 제외돼야 한다. 자숙하면서 FA 징계를 기다려야 하고, 징계가 나온다면 달게 받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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