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소리 키우거나 불러도 대답 않는다면 질환 의심 필요
‘건강을 잃고서야 비로소 건강의 소중함을 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것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는 의미입니다. 국내 의료진과 함께하는 ‘이투데이 건강~쏙(e건강~쏙)’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알찬 건강정보를 소개합니다.
귀 질환은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경우가 흔하지만,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으로 진행되기 쉽다. 특히 어린아이는 난청이나 어지럼증, 통증 등 증상이 있더라도 이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보호자는 중이염과 선천성 진주종 등 소아에게 흔한 귀 질환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중이는 고막부터 달팽이관 이전의 ‘이소골’ 등 귀 주변의 뼈를 포함하는 공간이다. 중이염은 중이에 바이러스나 세균이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면서 발생한다. 코와 귀를 연결하는 통로 ‘이관’의 기능이 선천적으로 떨어지면, 공기가 잘 통하지 않고 분비물 배출이 어려워 중이염에 걸리기 쉽다. 상기도 감염인 감기도 중이염의 주요 원인이다. 이외에 유전적 요소, 면역력, 주변 환경의 영향으로 중이염이 발생한다.
중이염은 소아 환자가 가장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중이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133만6004명 중 45%인 60만4331명이 0~9세까지의 소아 환자였다. 소아는 이관이 성인보다 상대적으로 짧고, 좁고, 수평이기 때문에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며 체액 배출과 환기도 어렵다. 또한, 소아는 성인과 비교하면 면역력이 약해 감염에 취약하다.
중이염은 지속 기간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한다. 그중에서 통증과 발열을 동반하는 ‘급성 화농성 중이염’이 소아에게 매우 흔하다. 약을 먹고 염증을 가라앉히면 대부분 후유증 없이 치유된다. 증상이 심해지면 고막을 뚫고 고름이 바깥으로 배출되면서 고막에 구멍이 남게 되는데,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청력이 떨어지고 염증이 반복되는 만성 중이염으로 발전한다.
고막 안에 물이 차는 경우 ‘삼출성 중이염’이 진단된다. 이는 통증이나 발열 증상이 없지만, 귀가 잘 들리지 않게 된다. 아이가 평소보다 TV를 크게 틀거나, 불러도 잘 대답을 하지 않는다면 삼출성 중이염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중이염 진단은 증상과 고막 관찰로 진행한다. 이경, 현미경, 이내시경 등을 통해 외이도, 고막, 중이 점막 상태를 검사하고 청력 검사도 시행한다. 필요에 따라 측두골 전산화단층촬영(CT)으로 중이염의 범위, 이소골 및 주변 골조직의 파괴 여부, 내이 구조물에 대한 침범 여부를 알아보고 적절한 치료 방침을 결정한다.
홍석민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고막에 천공이나 유착 등이 발생하면 약물로는 완치되지 않아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라며 “천공성 만성 중이염은 만성 염증이 존재하는 유양돌기 뼈를 제거하는 ‘유양돌기 절제술’과 중이 내부를 깨끗이 정리하고 고막을 새로 만들어주는 ‘고실 성형술’을 함께 시행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중이염만큼 소아에서 자주 진단되는 진주종 역시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 진주종은 외부로 자연스럽게 배출돼야 하는 상피조직이 좁은 귀 안에서 덩어리를 형성해 점점 쌓이면서 발생한다. 이런 덩어리의 크기가 커지면 고막을 비롯한 주변 구조물을 파열시킨다.
진주종은 치료가 늦어지면 난청과 어지럼증 등 여러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초기에는 증상이 전혀 없다가 질환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야 난청이 발생한다. 소아 환자는 난청 증상을 스스로 자각하고 표현하기 힘들어 진주종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감기 또는 중이염으로 병원에 가서 내시경으로 귀속을 관찰하다 우연히 발견되는 사례도 있다.
홍 교수는 “진주종은 반드시 수술적 치료를 해야 한다”라며 “귀 뒤쪽을 절개하지 않고, 내시경을 외이도를 통해 귀 안쪽까지 진입시킨 후 중이의 깊은 곳에 있는 진주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해 치료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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